그녀의 눈물, 노리개
제목부터가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노리개>는, 영화가 시작부터 이 이야기는 가공이고 실제와 상관없다고 하지만, 대부분 장자연 사건이 연상되고 그 사건을 어느정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사건임은 다 안다. 다 아는데, 왜 굳이 상관없는 가공의 이야기라고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장자연을 이용한 상업영화라는 말을 최대한 피하기위해서 아무래도 고인이 된 사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가 좀 그래서라는 이유도 들 수 있겠다.
그럼에도, 누구나 보면 그 사건을 떠올릴 수 있고, 또 연예계 전반에 퍼져있는 악순환의 고리라는 걸 어느정도 이제 다들 안다. 그런 <노리개>도 연예계에서, 영화계에서 만들어진 작품인만큼, 제작단계부터 많은 부담 및 제작이나 될 수 있을까하는 관심 속에서 만들어지게는 되었다.
영화 <노리개>는 나름 충격적이다. 그런 이야기를 수면위로 드러내, 영화로 만든 것도 그렇고, 세간을 들썩이게했던 사건이 떠오르게하는 것도, 그리고 성상납이라는 충격적인 부분을 영상화했다는 것도 말이다. 대부분 평처럼 영화가 그 이상의 고발성이나 사회적 이슈로 이끌만큼의 작품성이나 주제의식을 강하게 전해주지는 못하는, 일련의 재연영화 느낌이라는 점은 <노리개>가 가진 한계이지만, 그 민감한 소재를 영화로 만들고, 쉽지않은 노출을 열연한 배우들에게 나름 박수를 보낸다.
'사회고발성' 영화에 가까운 <노리개>를 보면서, 그 사실을 직접 눈으로 본 것 같은 영상화에, 분노가 치밀고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지만, 관객들조차도 그 이상의 무언가를 갖고나오지는 못한것 같다. 비슷한 사건이 흐지부지하게 마무리된 현실이 있기에, 그저 '안타까워하고 분노할 뿐'이다. 현실이 그러니, 영화는 영화적으로라도 카타르시스적인 대리만족을 시켜야하나, 아니면 그 사건을 재연해서 보여주는 데 그쳐야하나에서 많이 망설인 듯 하다.
그럼에도, 그 사실을 상기시키는데 충실하고, 때로는 충격적인 성상납 장면으로 계속 붙들어두는데 영화도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잘못하면 이런 노출조차도 상업적인 노림수로 보일 수 있을 것이고, 다 제하고 법정영화로만 만들자니 그것도 참 애매할 것이고.. 어쩌면 멋지게 결말나지 못한 현실적인 사건을 안고가기에, 많은 제약점을 갖고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보면서 든 생각은 좀 더 연륜있는 감독이 만들었다면, 더 사회적인 주제성과 이슈가 만들어지지않을까도 싶다.
'성범죄'등에 관련된 몇몇 작품들을 보면서 이런 범죄나 사건이 많이 일어나면서도 일방적으로 '피해자'가 '또 한번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지 계속 한탄하게된다. <노리개>는 단순히 신인 여배우의 성상납 문제만이 아닌, 권력자와 비권력자, 강자와 약자의 문제 등으로 확대하여 생각되어질 수도 있다. 영화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습들이 딱 그렇기 때문이다.
쉽게 변하지않는 세상이라지만, 이러한 돌 던지기 노력이나 용기조차도 없다면 지금까지 변화발전하며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작은 용기의 발딛음이 세상의 진실을 밝히고, 변화의 숨통을 트게해줄지도 모른다. 상업영화와 사회고발성 영화에서 주춤한 주제의식은 좀 아쉽지만말이다.
진짜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하지만 이런 일도 이 사건도 현재진행형이라는 마지막 말이 가장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