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세상에 한 사람 한 사람 반짝이는 존재로 태어났다. 누구나 세상을 비추는 자신만의 빛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다. 한 사람도 똑같은 사람은 없다. 심지어 똑같이 생긴 쌍둥이도 풍기는 분위기나 성격이 모두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그냥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 자체로도 우리는 모두가 독특하고 창의적이다.

대부분은 어떤 특정한 사람들만이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론가, 예술가, 과학자, 발명가, 작가 등이다. 그 이유는 욕구단계설로도 유명한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언급한 것처럼 창의성을 생산성 측면에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과정은 무시한 채 결과물이 무엇인가 거창하고 독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창의성에 대한 20세기 중반 전까지의 연구에서는 ‘창의성’이란 소수의 천재만이 가지고 있고 그들만이 창조적인 것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부터 오늘날까지는 누구나 무엇이든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1950년대에 조이 길퍼드는 창의성을 지능의 일부로 간주하기도 했다. 나중에 그는 창의성을 문제 해결의 한 형태로 해석했다. 칼 융은 “창의적 본능은 모든 사람에게 존재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창의성의 정의는 소수에게 국한된 것으로부터 일반적으로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학자들 사이에서는 그 인식이 점점 변해왔다.

매슬로는 창의성이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들에게 원래 내재되어 있다고 믿었는데 그것은 자발적이고, 노력할 필요가 없고, 순수하고, 손쉽고, 고정관념과 진부한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운 특징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창의성’은 인간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고, 노력 없이 자기 안에서 자유롭게 꺼낼 때 보이는 것이라는 나의 믿음과도 일맥상통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무엇인가 특별한 자신만의 창의성을 가지고 싶어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것을 위해 기꺼이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당신은 이미 가지고 있다. 자라오면서 외부로부터 받아들였던 프레임을 하나씩 버리고 자신 안에 있는 것을 꺼내보자. 그것 자체로 당신은 독특하고 창조적이다. 꾸미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당신 본연의 모습을 찾아 세상을 향해 빛을 비추자.

아직 외부로부터 아무런 터치를 받지 않은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들여다보자. “사과가 왜 네모니, 더 동그랗게 그려야지. 사과는 빨간색이야, 분홍색으로 칠하지 마” 식의 평가나 지적을 아직 접하지 않은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것을 보면 매우 흥미롭다.

누군가로부터 어떤 평가나 지적을 받지 않은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정말 자신감이 넘친다. 아이들이 그린 것들이 실제 사물과 전혀 닮지 않았는데도 자기는 사자, 토끼 등의 동물을 그렸다고 말하며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는 표정을 짓는다. 대부분 그림을 거침없이 그려서 우리가 보기에는 아무렇게나 그리는 것처럼 보인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은 아이들은 그림 그리는 과정 자체를 즐거워하며 뭘 그렸는지, 잘 그렸는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아무거나 그리고는 뭘 그렸는지 물어보면 그제야 ‘뭘 그렸는지 정해야 하나?’ 싶은 표정으로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걸 볼 수 있다. 그만큼 결과보다는 그림 그리는 과정 자체에 집중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이때 이 자유로움을 파괴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굳이 ‘뭘 그렸냐, 그건 안 닮았는데 그거 말고 이거 그린 거 아니냐, 꼬리를 그려라, 색깔은 꼼꼼히 칠해라’ 등등 각자 자신만의 빵틀을 가져와서 아이들의 자유로움을 가두고 그 빵틀 모양으로 찍어내려고 한다. 그들도 모두 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에 자신이 아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서다. 우리는 이렇게 대물림으로 이런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고 대부분이 이런 교육에 익숙해져 있다.

사진도 찍는 사람에 따라 영혼이 담겨 느낌이 다르다. 마찬가지로 똑같이 그린 그림도 똑같이 그렸지만 그리는 사람의 개인적 상태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렘브란트 하르먼손 판레인이나 얀 베르메르의 그림을 보면 사람을 사실적으로 그렸지만 느낌이 전혀 다르다. 이들은 똑같이 그리는 것, 남들의 평가를 넘어서 온전히 그 과정에 집중하여 자신의 영혼을 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순수한 어린아이의 그림에서 편안함과 기쁨을 느낄 때가 있다. 그 그림이 온전히 그 아이의 영혼을 거짓 없이 담아냈기 때문이다. 외부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온전히 과정에 집중하게 되고, 그러면 누구든지 자신의 내면을 가식 없이 그림에 담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런 진실한 그림은 마음의 눈을 가진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것을 온전히 꺼내놓는 것, 그 통로는 말이나 글일 수도 있고, 그림일 수도 있고, 음악일 수도 있고, 춤일 수도 있다. 우리가 살면서 만들어놓은 크고 작은 틀은 우리를 우리답게 나타내게 하는 것을 방해한다. 나는 그 틀을 완벽주의라는 개념 안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모두가 자신만의 틀을 깨고 나와 각자의 고유한 빛을 세상에 비추길 바란다. 그러면 이 세상은 그 다양한 빛으로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정현주> 저

아루카북스, 2021년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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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1편. 내면의 문제와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