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영원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자

롤란트 슐츠, <죽음의 에티켓>

내게 인도의 갠지스강은 매우 신비한 인생 스팟이다. 2017년 대학원생 시절, 연수로 간 네팔과 인도는 내게 많은 생각과 질문을 안겨주었다. 힌두교 사상에서 유래한 업보(카르마)와 윤회를 믿는 인도인들에게 갠지스강은 삶과 죽음이 어우러지는 성스러운 장소다.

인도인들은 죽음이 다음 생으로 이어지는 출발이라고 믿기에, 갠지스강에 자리한 화장터에서는 죽은 사람을 화장한 후 강에 떠내려 보내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는 업보를 씻기 위해 목욕을 하고 물을 마시는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갠지스강의 신비한 풍경과 어우러져 죽음을 삶의 일부분으로 인정하고 살아가는 인도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화장터나 장례시설을 혐오 시설로 생각해 동네 집값이 떨어진다며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 발도 못 붙이게 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과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태어나 자란 나 또한 죽음을 터부시하고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죽음의 에티켓>을 읽고 나서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죽음은 혐오스럽고 나와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공기처럼 일상에 함께 하고 있는 또 다른 내 삶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순서대로 읽다 보면 내가 죽음을 진짜 경험해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직면한 나의 죽음에 내 마음까지 경건해진다. 그리고 죽기 전에 내가 무엇부터 실천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문학적 작품이 아닌 논픽션의 문장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고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죽음은 너무 멀리 있었습니다. 그건 언제나 다른 사람의 죽음일 뿐, 단 한 번도 당신의 죽음이었던 적은 없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당신은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확실한 사실을 보지 않고 회피해 왔습니다. 우리 모두가 죽어간다는 사실 말입니다.

<죽음의 에티켓> p.12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침, 저녁으로 우리의 일상에 도사리고 있다. 왜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조차 싫어하고 회피하고 싶어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 이후의 시간을 알지 못해 두려워한다. 사후에는 나의 영향력이 미칠 수가 없다. 그러나 죽기 전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그러니 죽기 전의 나의 삶, 나의 의지대로 바꿀 수 있는 시간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 미래의 죽음을 인정하고 언제 죽음이 닥쳐와도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두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죽음을 앞두면 다른 이들이 기대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을 용기 있게 살 걸 그랬다고 후회합니다. 아니면 일만 너무 열심히 하지 말 걸 그랬다고 후회합니다.

좀 더 자주 맨발로 땅 위를 걸을걸,

친구들과 우정을 좀 더 유지할걸,

좀 더 느긋하게 살걸,

(…)

걱정은 좀 덜 하고,

하지만 실수는 더 하고 살아도 좋았을 것을.

여행을 좀 더 자주 갈걸.

사람들을 더 많이 안아 줄걸,

마음속 감정을 좀 더 드러내 보일걸,

언제나 그들 편을 더 들어줄걸,

살면서 좀 더 행복해했어도 되었는데…. 하고 말이죠.

<죽음의 에티켓> p.62~63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 <손문숙> 저/<윤혜옥> 사진

힘찬북스, 2020년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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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 1편. 여자들의 책 읽기는 무엇이 다를까?

2.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 2편. 교양인이 되는 법_<페터 비에리의 교양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