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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 아역 배우 박소이는 분명 다음에 보물이 될 '담보'같은 배우로 성장할 것이다.
13  쭈니 2020.10.08 15:15:54
조회 109 댓글 0 신고

감독 : 강대규

주연 : 성동일, 하지원, 김희원, 박소이

추석 연휴는 집에서...

올해 추석은 무려 5일간의 연휴였다. 게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친척 방문이 모두 취소되는 바람에 다른 명절보다 시간이 굉장히 여유로웠다. 문제는 시간은 많지만 막상 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서울 근교로 가족 나들이를 가고, 저녁에는 친구들과 만나 거하게 술 한 잔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극장 상영작은 모조리 보겠다는 일념으로 극장에서 살다시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놈의 코로나19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방역당국에서는 추석 연휴, 될 수 있으면 집에서 보내라고 하고, 회사에서도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코로나19 감염에 각별히 조심하라는 특별 지시가 내려온 만큼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굉장히 꺼려지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분명 극장에서 추석을 겨냥해 개봉한 기대작들이 여럿 있었다. 한국 영화인 [담보], [국제수사],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검객] 그리고 할리우드 재난 영화 [그린랜드]까지... 연휴는 길고, 시간은 많은 상황에서 마음만 먹으면 이 모든 영화를 극장에서 챙겨볼 수도 있었지만 나는 꾹 참았다. '지킬건 지키자.'라며 유혹에 흔들리는 나 자신을 붙잡았다. 코로나19라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의 공포로부터 나와 내 가족, 내 이웃, 동료를 지키기 위해서는 잠깐의 즐거움은 포기해야만 했다.

그렇게 추석 연휴를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평일 오후라서 한산한 극장에서 추석 연휴 동안 잘 참아준 나를 위해 영화 선물을 해주었다. [담보]와 [국제수사]중 고민이 많긴 했지만 그래도 추석 연휴 기간 중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담보]를 보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영화이니만큼 어느 정도의 재미는 확실하게 보장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담보]는 그러한 내 믿음을 확실하게 증명해냈다. 솔직히 엄청나게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영화를 보는 1시간 53분간은 충분히 웃음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착한 유괴' 이야기?

혹시 '착한 유괴'라고 들어봤는가? '착한 유괴'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당신은 진정한 박찬욱 감독의 골수팬이다. '착한 유괴'라는 말은 박찬욱 감독의 2002년 개봉작인 [복수는 나의 것]에 나왔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영미(배두나)는 선천적인 청각 장애가 있는 류(신하균)에게 우연히 알게 된 중소기업체의 사장 동진(송강호)의 어린 딸을 유괴하자고 제안한다.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누나의 수술비가 간절했지만 류는 영미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자 영미는 '이건 착한 유괴야.'라며 류의 설득한다. '세상에는 두 가지 유괴가 있어. 착한 유괴와 나쁜 유괴'라는 영미의 궤변은 영화를 본지 18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그만큼 '착한 유괴'는 내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었다.

물론 [복수는 나의 것]에서 '착한 유괴'가 실현되지 않았다. 동진의 딸 유선이 강물에 빠져 죽는 바람에 류와 영미의 '착한 유괴'는 의도와는 달리 '나쁜 유괴'가 되었고, 그로 인하여 류와 영미는 동진에게 섬뜩한 복수를 당하게 된다. 그런데 [담보]에서 류와 영미의 궤변이 실현된다. 1993년 인천, 거칠고 까칠한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는 75만 원을 갚지 않는 조선족 여인 명자(김윤진)의 돈을 받기 위해 '담보'로 명자의 어린 딸 승이(하지원)를 데려온다. 두석은 승이가 '담보'라고 주장하지만 엄밀하게 따진다면 납치이고, 유괴이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두석과 종배의 행동은 심각한 범죄에 불과하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난다. 명자가 불법체류자로 중국으로 추방되면서 승이는 두석이 떠안게 된다. 승이를 큰아버지라는 병달에게 보낸 두석. 승이를 가족에게 보냈으니 이제 잊고 살아도 되겠지만 두석은 영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승이가 부산의 술집에 팔려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분노에 치를 떨며 승이 구출 작전에 나선다. 그날 이후 두석은 승이의 아버지가 되어 승이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게 된다. 어쩌면 류와 영미가 이 영화를 봤다면 영미는 자신만만하게 '이게 바로 내가 말한 착한 유괴라는 거야.'라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역대급 아역 배우를 만나다.

지난 8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영화를 봤다. 황정민과 이정재가 [신세계] 이후 투톱 주연을 맡은 영화라 화제가 되었던 영화인데 나는 오히려 아역 배우인 박소이에게 눈길이 갔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박소이의 연기가 놀라웠던 이유는 태국에서 납치되어 장기 적출 위기에 빠진 충격적인 상황에 처한 유민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연기했기 때문이다. 다른 아역 배우들이 귀여움을 무기로 관객에게 어필했다면 박소이는 오로지 극한 상황에 처한 유민이라는 캐릭터를 오로지 연기력 만으로 소화해낸 것이다.

[담보]는 이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진가를 발휘한 아역 배우 박소이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박소이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와 같은 극한 상황에 처한 승이를 연기하면서도 귀여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영화 초반 두석에게 납치되어 엄마와 떨어져야 했던 승이는 두석을 피해 도망쳐서 노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석이 부산의 큰아버지 댁에 가서 지내고 있으면 엄마가 찾으로 온다고 했다는 말에 경계심을 풀고 9살 여자아이의 귀여움을 맘껏 품어 내는데,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에 열광하는 승이의 모습은 너무 귀여워서 '앙'하고 깨물어 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후에도 박소이의 연기는 계속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부산의 술집에 팔려간 승이가 두석에게 울면서 전화하는 장면에서는 나 역시도 당장이라도 승이를 데리러 부산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렇게 어린아이가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하지?'라며 놀라야 했다. 오히려 승이가 성장하여 하지원으로 배우가 교체될 때 아쉽기까지 했다. 하지원을 좋아하긴 하지만 박소이의 연기를 계속 보고 싶어서... 박소이가 이대로 잘 커준다면 십 년 후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젊은 연기파 배우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도 계속 박소이의 연기를 지켜볼 생각이다.

다음에 보물이 되어라.

성동일, 김희원의 코믹한 브로맨스에 아역 배우 박소이의 역대급 연기가 곁들여지니 [담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와 감동에 나를 흠뻑 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승이가 성인이 되면서 [담보]의 재미는 살짝 꺾인다. 그때부터 [담보]는 성인이 된 승이(하지원)와 종배가 10년 전 실종된 두석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로 진행되는데 그러한 이 영화의 후반부는 솔직히 너무 진부했다. 두석이 어쩌다가, 그리고 어떻게 10년 동안이나 실종될 수 있었는지 영화에선 뻔해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담보]의 최대 약점은 영화의 감동과 재미를 후반부까지 끌고 가지 못한 뒷심 부족이다. '착한 유괴'에서 시작된 두석과 승이의 관계가 영화의 마지막까지 재미와 감동으로 마무리가 되려면 후반부에 뭔가 극적인 장면이 있어야만 했다. 강대규 감독은 그것을 두석의 실종으로 표현하려 했다. 하지만 억지스러웠고, 뻔하다 보니 강대규 감독이 의도했던 관객의 눈물샘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초반과 중반이 너무 좋아 후반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오히려 후반에서는 그 기대감을 사정없이 꺾어버리는 역효과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나는 [담보]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아내에게 따뜻한 감동을 느끼려면 [담보]를 꼭 보라고 추천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는 어쩌면 [담보]를 통해 한국사에 길이 남을 전설적 여배우의 탄생을 목격한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의 쿠키 영상에서 승이는 두석에게 '담보'의 뜻에 대해 묻는다. 그러자 두석은 '다음에 보물이 된다는 뜻이야'라고 얼버무린다. 그러자 순진한 승이는 '그러면 내가 보물이에요? 우와 신난다. 나는 담보다'라며 소리친다. 이는 마치 박소이를 바라보는 내 마음과도 같았다. 지금 당장은 아역 배우일 뿐이지만 십 년 후, 다음번엔 꼭 한국 영화의 보물이 되어 있는 배우 박소이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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