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 1편. 여자들의 책 읽기는 무엇이 다를까?
여자들의 책 읽기는 무엇이 다를까?
한국 사회에서 결혼한 여자의 전형은 아내, 엄마, 며느리, 아줌마이지 일하는 여자가 아니다. 여자들은 어렵게 회사에 들어가도 결혼 후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경력 단절 여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능력과 상관없이 모성이라는 굴레에 매여 육아에 매달리느라 조직과 사회로부터 단절된 채 살아간다. 점점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가정에서 아내, 엄마, 며느리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생각할 때 그녀들의 자존감과 가족과의 긍정적인 관계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육아와 직장을 병행해야 하는 한국 사회의 여자들에게는 독서를 통한 자아 성찰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과의 긍정적인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 여자들에게 독서 모임을 통한 ‘함께 책 읽기’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어른의 책 읽기는 인생의 경험만큼 배경지식이 생겨서 청소년기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내용을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책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아 제2의 인생을 만나기도 한다.
직장에서 4년째 참여해온 여자 동료들과의 독서 토론 모임에서 읽은 책들과 토론하기 좋은 책들을 나와 타인이라는 기준으로 선별하여 책에 담았다. 책을 읽고 느낀 개인적인 사유와 토론한 이야기를 담아 에세이 형식으로 책을 썼다.
독서에서 무엇을 읽었는지가 중요하다면 독서 토론은 어떻게 읽었는지가 중요하다. 독서 토론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눔으로써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다. 혼자 책을 읽으면 개인적인 환경에 영향을 받기 쉬워서 독서를 꾸준히 하기가 어렵고 독서 편식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독서는 여럿이 함께 읽고 토론하는 것이 좋다.
여자들이 독서 토론을 하면 인생에서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는 시기에 자아를 긍정적으로 형성할 수 있고 타인과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학, 철학, 사회, 역사, 예술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자신의 고정 관념을 깨고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어른이 되어 고전을 읽으면 청소년기에 읽었을 때와는 이해하는 결이 다르다. 인생을 살아온 나이테만큼이나 책 속 문장들이 깊이 있게 다가온다. 책을 같이 읽고 토론하는 일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나는 독서 학습 공동체 숭례문학당에서 독서 토론을 공부한 후 직장에서 여자 동료들과 독서 토론을 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우리가 하는 토론 방식은 비경쟁 독서 토론으로 찬반으로 나눠 경쟁적으로 토론하는 방식이 아니라 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직장 동료들은 책 내용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정, 직장, 사회 문제 등 사적인 이야기까지 스스럼없이 풀어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 4월 ‘제3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19~2023)’을 공개했다. 이 계획은 개인적, 정서적 행위로 인식된 독서 패러다임을 사회적 독서로 전환해 사람과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독서를 구현하는 것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정부는 이를 통해 성인 독서율을 2017년 현재 59.9%에서 2023년 67.4%로 높이고, 독서동아리 참여율을 3%에서 3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정부가 사회적 독서의 방법론으로 독서동아리나 독서 모임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이제는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일이 소수의 고상해 보이는 취미 생활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일상 속에서 공기 마시듯 행하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40대 후반에 시작한 독서 토론을 통해 나를 찾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인생의 의미도 발견하게 되었다. 나와 가정 사회까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중년에 독서 토론을 통해 내가 깨달은 자아와 인생에 대한 성찰과 긍정의 힘을 독자들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사람들이 카페에 커피 한 잔 마시러 가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 모임에 나가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함으로써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