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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 너머] - 힐링이 필요한 나에게는 의외의 풋풋하고 애틋한 사랑 영화였다.
13  쭈니 2020.09.02 11:46:18
조회 129 댓글 2 신고

감독 : 최종태

주연 : 이항나, 이경훈

퇴근하고 저녁 식사를 마친 후 TV를 보며 하루를 마감하고 있는데 회사 동료에게 전화가 왔다. 젊은 직원들이 자꾸 그만둬서 여름휴가조차 못 가고 있는 그 직원은 퇴근하고 술 한 잔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인하여 술 마실 곳도 없다며 한숨을 내쉰다. 그러더니 내게 주말 동안 가까운 곳으로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한다. 나는 당연히 말렸다. 조금만 더 참으라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그때 가자고... 작년 가을, 그 직원과 부부 동반으로 순천으로 1박 2일 여행을 갔던 것이 까마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그땐 참 좋았는데, 이젠 그러한 일상이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든다. 회사 동료의 전화를 끊고 나니 내 기분도 급 우울해졌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차를 몰고 떠나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코로나19로 고통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참자.

회사 동료와 전화를 마치고 나서 나의 우울한 기분을 달래줄 영화가 간절히 필요했다. 그때 Seezn의 프라임 무비팩에 올라온 영화 중에서 내 눈에 확 잡아당긴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故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극화한 [저 산 너머]이다. 솔직히 이 영화가 내게 힐링이 될까?라는 고민은 들었다. 종교가 없는 내게 1969년 우리나라 최초의 추기경 이 된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에 과연 감동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고, 일제강점기인 1928년을 배경을 했다는 점도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일제강점기 배경의 영화들은 힐링보다는 일제의 만행에 대한 분노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우려와는 달리 [저 산 너머]는 영화를 보는 내내 내게 작은 미소를 안겨줬다. 물론 영화가 종교적이긴 하다. 어린 수환(이경훈)의 할아버지인 김익현(송창의)은 김대건 신부의 가르침으로 천주교 신자가 되었고, 수환의 부모 역시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다. 특히 수환의 어머니(이항나)는 수환에게 신부가 되면 어떻게냐고 말한다. 병든 아버지가 돈이 없어서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는 것을 보며 수환은 인삼 장수의 꿈을 키우지만 결국 어머니의 바람대로 신부의 길을 선택한다. 솔직히 천주교 신자가 아닌 내 입장에서는 신부가 되기를 은근히 강요하는 수환의 어머니가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특히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니만큼 어린 수환과 수환의 가족이 일본인들에게 온갖 고초를 당하는 장면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지푸라기로 만든 축구공을 빼앗은 일본 아이들과 패싸움하는 장면뿐이었다. 어린 수환도 가난한 것을 제외하고는 큰 시련 없이 성장하는데, 대부분 실존 인물의 어린 시절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경우 어린 시절의 어려움을 딛고 결국 성공을 이루는 성공 신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과는 달리 [저 산 너머]는 오히려 잔잔한 성장담을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취향에 따라서는 [저 산 너머]가 너무 굴곡이 없는 잔잔한 영화처럼 비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점이 좋았다. 수환을 연기한 아역 배우 이경훈의 연기력이 돋보였고, 수환의 어머니를 연기한 이항나 또한 굉장히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세상에서 어머니가 가장 좋은 수환이 어머니의 뜻에 따라 신부가 되기로 결심하는 과정이 물 흐르듯이 조용히 진행되는데 그 와중에서 수환과 선자의 사랑이 나를 미소 짓게 했다.

그렇다. [저 산 너머]는 나에게 의외의 사랑 영화였다. 수환은 어느 날 선자의 모습에서 마음속에 파랑새가 날아드는 경험을 한다. 그날 이후 수환과 선자는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나눈다. 하지만 수환이 신부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수환과 선자의 사랑은 이뤄질 수 없는 슬픈 사랑이 되고 만다. 천주교 신부는 결혼을 할 수 없기에... 수환이 신부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선자의 표정과 신부가 되기 위해 대구로 가는 길목에서 마주친 수환과 선자의 마지막 만남은 그 어떤 사랑 영화보다는 애틋했다. 온갖 역경을 딛고 우리나라 최초의 추기경이 된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저 산 너머]는 신부가 되기로 결심한 수환과 선자의 풋풋하지만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나를 사로잡았다. 이런 의외의 결과가 오히려 우울한 내게 미소를 안겨준 것이다. 그렇기에 [저 산 너머]는 내게 힐링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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