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 단둘이 여행을 떠나면
아빠와 아들, 단둘이 여행을 떠나면
어릴 적, 아버지와 단둘이 여행을 떠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버지는 늘 바쁘셨다. 그래도 가끔씩 가족여행이라도 다녔으니 그 시절의 나는 복을 받은 편이다.
자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집을 떠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속에 자리 잡아온 조그만 소망. 그저 새로운 곳으로 떠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 어디든, 무엇이든 좋으니 나에게는 삶의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했다.
군대를 다녀온 뒤 서울에서 잠시 생활했다. 그리고 그해 10월, 내 나이 스물네 살. 생애 처음으로 혼자서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새로운 곳에 처음 발을 디딘 나에게, 세상은 설렘 그 자체였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곳은 모든 것이 새로웠다.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길가에 서 있는 휴지통, 담벼락에 핀 꽃들까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모든 것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왜 지난 나의 일상 속에서는 그것을 알지 못했을까? 익숙함에 속은 나머지, 의미 있는 모든 것들을 의미 없이 흘려보낸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이 키우고자 하는 작물 이외의 것을 ‘잡초’라고 부른다. 그러나 여기에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며 키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화초’가 된다. 그렇게 새로운 곳에서 만나는 풍경은 모두 내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라는 김춘수 시인의 <꽃>이 생각났다. 이렇게 이십 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세상에서 얻은 삶의 지혜를 이 책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몇 달씩 여행을 하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지내고, 또 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그렇게 여행을 통해 얻은 지혜들은 내 삶의 여러 부분에 적용되었다. 여행만큼 인생을 배우기에 좋은 것은 없었다. 방랑자처럼 배낭 하나만을 메고 홀로 20여 개국을 여행한 경험은 내 삶의 큰 밑거름이자 원동력이 되었다.
이십 대 후반에는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아이까지 태어나니 이전과 같이 방랑자처럼 여행을 다녀오기는 쉽지 않았다. 이제는 가족과 함께 떠나야 했다. 홀로 여행했던 그 시절의 향수를 가족과 함께 나누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여행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마다 다녀왔던 여행지와 옛 시절의 추억들을 많이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여행을 많이 다녀와 보지 않았다면,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여행과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여행을 가든 못 가든 이 책을 통해 삶의 지혜와 재미를 발견하고 편안한 책상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또한 이 책은 아들과 아버지의 이야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딸과 어머니, 배우자와 나 자신, 그리고 친한 친구와의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여기 등장하는 아들과 아버지는 그저 여행의 매개체 역할만을 해주기 때문이다.
(다음편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