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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정상에서 추락한 스타를 소재로 한 영화... [주디], [퀸 오브 아이스]
13  쭈니 2020.07.20 14:31:14
조회 192 댓글 0 신고

사춘기 시절, 이문열 작가의 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제목 만으로도 내게 뭔가 깊은 울림을 안겨줬다. 나중에 장길수 감독, 강수연, 손창민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솔직히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날개를 가졌기에 높이 날 수 있었고, 높이 날아올랐기에 추락할 수밖에 없었던 한때 찬란했던 존재의 슬픈 추락의 이미지만 내 뇌리 속에 깊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일요일 낮, Seezn으로 두 편의 영화를 봤다. 1939년 [오즈의 마법사]로 어린 나리에 스타덤에 오른 주디 갈란드의 중년을 그린 [주디]와 1920~1930년대 피겨스케이팅의 여왕에서 1940년대 할리우드에 진출하여 스타로 군림했던 소냐 헤니의 일대기를 그린 [퀸 오브 아이스]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영화를 보면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사춘기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책의 제목이 떠올랐다. 영화를 보고 나니 인생무상을 느끼며 마음이 울적해지더라는...


[주디] - 할리우드를 위해 태어났고 할리우드에 의해 죽임을 당한 그녀

감독 : 루퍼트 굴드

주연 : 르네 젤위거

주디 갈란드(1922년 6월 10일 ~ 1969년 6월 22일) 세기의 명작인 빅터 플래밍 감독의 1939년작 [오즈의 마법사]에서 'Over the Rainbow'를 부르던 귀여운 꼬마 여자아이 도로시를 기억할 것이다. 주디 갈란드는 겨우 열세 살 때 MGM과 계약을 맺었고, [브로드웨이 멜로디], [오즈의 마법사]을 거치며 뮤지컬 장르에서 발군의 재능을 발휘하며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에 올랐다. 하지만 MGM의 철저한 통제와 학대 속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쳐갔고 점차 약물에 의존하게 되었고, 급기야 1947년에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1960년대 중반부터는 공연 활동에 매진했으나 19698년 6월 22일 영국 런던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주디]는 주디 갈란드(르네 젤웨거)의 생애 마지막 무대였던 런던 공연을 소재로 하고 있다. 어린 두 아이의 함께 살기 위해서는 돈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주디는 돈을 벌기 위해 아이들을 전 남편에게 맡기고 런던 공연에 나선다. 하지만 관객을 만족시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외로움,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주디의 런던 공연은 결코 순탄하지 못했고, 다섯 번째 남편인 미키(핀 위트록)와의 파혼과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어린 두 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살겠다고 선언하며 그녀의 마지막 버팀목은 무너지고 만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무대. 주디는 평생 사랑했고, 평생 증오했으며, 평생 두려워했던 무대에 오른다.

사실 처음엔 주디의 기행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흥행에 성공한 런던 공연을 기반으로 그녀는 충분히 두 아이와 함께 새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그 기회를 걷어찼다. 공연에 툭하면 늦었고, 술을 마시고 나타 관객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싸우기까지 했다. 나중에 공연 도중 술에 취해 넘어지는 프로답지 않은 최악의 모습마저 보이고 만다.

하지만 [주디]는 영화 중간중간 어린 주디 (다르시 쇼)가 겪어야만 했던 일들을 보여주며 이 모든 것이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어린 주디를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그저 돈을 벌어다 주는 수단으로만 여겼고, 어른들의 욕심과 만행 속에서 어린 주디는 점차 망가져만 갔다. 그러한 어린 시절의 상처가 성인이 된 주디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주디 갈란드를 '할리우드를 위해 태어났고 할리우드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라고 그녀에 대해 평가했을 정도이다.

이 영화를 통해 제92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르네 젤위거의 연기는 소문 그대로 엄청났다. 특히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Over the Rainbow'를 부르다가 끝내지 못하고 목이 매이는 장면에서는 영화를 보던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영화에서는 관객들이 함께 'Over the Rainbow'를 부르며 주디를 위로했는데, 이것이 영화적 설정이 아닌 실제 있었던 사건이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6 개월 이후 숨을 거둔 주디의 삶이 너무 서글프지 않겠는가. 영화를 보며 한 사람의 인생에 이렇게 슬펐던 적은 없었다. 앞으로 [오즈의 마법사]가 아름답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다.


[퀸 오브 아이스] - 기승전결이 확실한 그녀의 추락기

감독 : 안네 세비스퀴

주연 : 이네 마리 빌만

소냐 헤니 (1912년 4월 8일 ~ 1969년 10월 12일) 그녀는 피겨스케이팅의 꽃이라 불리는 여자 싱글에서 1927년 세계선수권 제패 이후 1936년까지 10년 동안 한 번도 정상을 놓치지 않았고, 제2회 동계 올림픽인 1928년 생모리츠 대회부터 3회 연속 우승을 거두었다. 특히 소냐 헤니는 피겨스케이팅에 발레를 접목해 여성적, 예술적 요소를 가미한 개척자이자 피겨의 대중화를 이끈 선구자이다. 1936년 세계선수권 우승을 끝으로 아이스쇼에 나서는 프로로 전향했고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할리우드로 진출하여 20세기 폭스사와 5년 계획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에이전트 아서 왈츠와 결별한 후에는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1952년 볼티모어 공연장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로 소냐 헤니는 큰 손실을 입게 되었고 그 무렵 잦은 음주 등으로 슬럼프에 빠졌다가 1956년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사업을 청산한 후에는 젊은 날의 연인이자 노르웨이 선박 사업가인 닐스 온스타와 만나 세 번째 결혼을 했지만 1969년 백혈병으로 구급 비행기 속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솔직히 [주디]를 보고 나서 [퀸 오브 아이스]를 봐서인지 영화에 대한 감성을 훨씬 떨어졌다. [주디]는 나로 하여금 주디 갈란드의 화려했지만 그만큼 서글펐던 인생에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지만 [퀸 오브 아이스]는 멀찌감치에서 소냐 헤니의 흥망성쇠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영화도 굉장히 전형적인데 1시간 53분의 러닝타임인 [퀸 오브 아이스]는 대략 30분 간격으로 기승전결을 확실하게 나눈다. 초반 30분은 소냐(이네 마리 빌만)의 성공기가 숨 가쁘게 그려지고, 이후 30분 정도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녀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사라지자 방탕한 생활을 하며 슬슬 실패의 길로 들어서는 소냐를 보여준다. 이후 30분은 아서 왈츠와의 결별로 본격적인 추락이 시작되고, 후반부는 사랑하는 마든 사람을 잃은 소냐 헤니의 쓸쓸한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상당히 전형적인 영화이지만 그래도 한 가지 돋보이는 것은 소냐의 변화이다. 영화 초반 당당하고 자신만만했던 그녀가 실패가 거듭되자 점점 위축되고,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등을 돌리며 혼자가 되어 가는 과정이 꽤 세밀하게 그려졌다. 특히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챙겨주던 비서 코니(발렌 케인)을 내치는 장면에서는 그녀에 대한 측은감마저 사라지던...

안네 세비스퀴 감독이 소냐와 히틀러와의 관계를 좀 더 용기 있게 직접적으로 표현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소냐 헤니에게 있어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그냥 은근슬쩍 넘어감으로써 너무 안전함만을 선택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외톨이가 된 소냐가 닐스의 사랑을 받아들이며 끝나는 것도 조금 뜬금없었다. 차라리 소냐와 닐스의 사랑을 비중 있게 다뤘다면 그러한 결말이 감동적일 수도 있었지만 영화에서 닐스는 거의 비중이 없다가 마지막에 가서 두 사람의 결혼으로 끝을 맺으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만듦새로 따진다면 아무래도 [주디]와 비교해서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지만 그래도 피겨스케이팅의 전설 소냐 헤니의 흥망성쇠는 꽤 흥미롭게 그려진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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