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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트랙션] - 올해 최고의 액션 영화라고 자부해도 될만하다.
13  쭈니 2020.04.29 11:44:22
조회 146 댓글 0 신고

감독 : 샘 하그레이브

주연 : 크리스 햄스워스, 루드락 자스왈

MCU에 열광했던 우리가 이 영화를 기대해야 하는 이유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통해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 우리가 사랑하는 많은 마블 영웅들이 떠났다. 그러한 헛헛한 마음을 올해 4월 개봉 예정이었던 [블랙 위도우]로 채우려 했지만 타노스보다 막강한 최악의 빌런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이러한 최소한의 바람마저 불발되었다. [블랙 위도우]의 북미 개봉일이 11월 6일로 확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우리는 그때까지 헛헛한 마음을 안은 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물론 아쉬운 마음을 달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마블의 영웅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또 다른 영화를 보는 것이다. 지난 주말 봤던 [IO : 라스트 온 어스]를 본 이유도 주연이 MCU의 팔콘으로 익숙한 안소니 마키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과는 영화가 너무 지루해서 오히려 역효과를 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 지난 4월 24일 넷플릭스에서 최초 공개된 [익스트랙션]도 있다. 이 영화에는 우리의 '토르' 크리스 햄스워스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물론 '토르'는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인 [토르 : 러브 앤 썬더]가 확정되며 2022년 우리의 곁으로 돌아올 예정이지만 [익스트랙션]으로 잠시나마 '토르'의 외도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우리가 [익스트랙션]에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루소 형제가 각본과 제작을 맡았다는 점이다. 루소 형제는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로 능력을 인정받은 후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 엔드게임]으로 MCU의 인피니티 사가를 완벽하게 마무리했었다. 그 후 신작 연출보다는 제작으로 일선에서 잠시 떨어져 있는 중인데 2020년 첫 극장 개봉작인 [21 브릿지 : 테러 셧다운]에 이어 [익스트랙션]은 루소 형제가 제작한 두 번째 영화이다. 이쯤 되면 MCU에 환호했던 우리가 [익스트랙션]을 기대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우리의 '토르'가 묠니르 대신 총을 집어 들었다.

[익스트랙션]의 내용을 살펴보자. 불치병으로 어린 아들을 잃은 최강의 용병 타일러(크리스 햄스워스)는 삶의 의욕을 잃고 죽지 못해 사는 중이다. 그런 그에게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임무가 주어진다. 방글라데시의 마약왕 아미르에게 납치된 인도 마약왕의 아들 오비(루드락 자스왈)를 구출하는 것. 타일러가 오비를 구한다고 해도 사방이 강으로 가로막힌 아미르가 지배하는 도시 다카를 탈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타일러는 이 임무를 수락한다. 어차피 죽고 싶었는데 잘 됐다는 심정으로...

자! 여기에서부터 일이 꼬인다. 사실 감옥에 갇힌 인도의 마약왕은 정부로부터 자본의 동결된 상태라 돈이 없다. 이는 다시 말해 타일러와 그의 동료들에게 줄 돈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목숨을 걸고 오비를 구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용병이란 돈으로 움직이는 집단이니까. 하지만 타일러는 오비가 죽도록 내버려 둘 수가 없다. 이미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들에게도 도망친 경험이 있는 타일러는 오비에게만큼은 도망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럼으로써 타일러는 아미르와 인도 마약왕의 부하 사주에게 동시에 쫓기는 극한의 입장이 된다. 하지만 상관없다. 오비를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라면 타일러는 그 무슨 일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익스트랙션]을 보며 떠오른 영화는 많다. 대표적으로 원빈의 [아저씨]와 덴젤 워싱턴의 [맨 온 파이어]이다. 이들 영화의 특징은 가족도 아니면서 죽기 살기로 어린 의뢰인(혹은 이웃)을 지키는 한 남자의 눈물겨운 사투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익스트랙션]도 딱 그러하다. 아들을 불치병으로 떠나보낸 타일러의 과거로 [익스트랙션]은 타일러의 목숨을 건 눈물겨운 액션을 설명한다. 그렇기에 솔직히 영화의 당위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저씨], [맨 온 파이어]에 당위성을 따지며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익스트랙션]도 마찬가지이다. 묠니르 대신 총을 집어 든 크리스 햄스워스의 멋진 모습만으로도 이 영화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롱테이크 액션씬은 이 영화의 백미

사실 나는 막무가내식 액션 영화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내 또래의 남자라면 어린 시절 열광했을 법한 [람보], [코만도]에 시큰둥했을 정도이다. 그런데 [익스트랙션]은 좋았다. 혼자 방글라데시 마약왕의 부하들과 경찰, 군대를 상대하는 일당백의 타일러의 활약은 너무 과장된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오비를 살리겠다는 그의 강렬한 의지만큼은 영화를 몰입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오비를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주와 손을 잡고 다카를 빠져 나가기 위한 다리 위에서의 아미르의 부하들과 마지막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전쟁 영화를 방불케했다. 만약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면 넋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익스트랙션]의 진정한 명장면은 영화의 초중반 다카 도심에서 벌어지는 추격씬이다. 놀랍게도 이 장면은 롱테이크로 촬영되었다.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봤기에 처음엔 이 장면이 롱테이크인 줄 몰랐다. 그러다가 굉장히 현란한 카메라 워크가 눈에 띄어 자세히 보니 카메라 편집 없이 모든 장면이 하나의 테이크로 이어져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 순간의 놀라움. 어떻게 이 장면은 롱테이크로 찍을 생각을 했는지 경이롭기까지 했다. 나중에 이 장면만 다시 한번 보고 싶을 정도였다.

알고 보니 [익스트랙션]으로 감독에 데뷔한 샘 하그레이브는 [어벤져스 : 엔드게임], [데드풀 2]의 무술 감독 출신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장기를 100% 발휘하여 시속 60마일(약 97km)로 달리는 자동차 보닛 위에 앉아 자동차 추격씬은 직접 촬영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한 샘 하그레이브 감독의 열의는 [익스트랙션]에서 다른 건 몰라도 액션만큼은 최고라는 평가를 이끌어 냈다. 일당백, 막무가내식 액션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나조차도 이 영화의 액션에 대해서는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마지막 여운까지 완벽했다.

전쟁 영화를 방불케하는 타일러의 오비 구출 작전도 이제 막바지로 치닫는다. 사주마저 쓰러지고 이제 남은 것은 타일러 뿐이다. 우리가 이런 액션 영화에서 주인공에게 거는 기대가 있다. 아무리 수 십, 수 백의 적군과 상대하더라도 주인공은 절대 부상을 당해도 쓰러지지는 않는다는 것. 그러한 기대는 당연히 타일러에게도 적용된다. 하지만 타일러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어린아이에게 약하는 것이다. 영화 초반 오비를 구할 때도, 중반 오비와 다카 도심에서 도망칠 때도 타일러는 방글라데시의 빈민가 소년들로 구성된 아미르의 부하만큼은 죽이지 못했다. 그리고 영화는 그중 한 명을 주목한다. 빈민가 소년 중에서 유난히 영리하고, 유난히 겁이 없으며, 유난히 복수심에 불타는 소년. [익스트랙션]은 그 소년에게 중책을 맡긴다. 수 십, 수 백의 적군의 총탄에도 끄떡없는 타일러를 쓰러뜨릴 비밀병기로 말이다.

[익스트랙션]은 주인공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무너뜨린다. 타일러는 오비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성공했지만 그는 결국 소년의 총탄에 쓰러진다. 슬로비디오로 표현된 이 극적인 장면은 [익스트랙션]이 그저 때리고 부수는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과시한다. 그리고 영화는 8개월 후로 옮겨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수영장에서 나온 오비의 눈에 비친 한 남자의 실루엣. 그는 타일러일까? 아니면 그냥 아무도 아닌 그 누구일까? 영화의 감정적인 면을 잡으면서도 혹시라도 있을지도 모를 [익스트랙션 2]에 대한 기대마저 놓치지 않는 영리한 선택인 셈이다.

그동안 넷플릭스를 달달한 로맨스, 혹은 상상력이 돋보이는 SF 영화로만 즐겼던 나는 [익스트랙션]을 통해 액션 장르에 주목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액션은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있었는데 작년 연말에 봤던 [6 언더그라운드]와 더불어 [익스트랙션]으로 이어지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액션 영화는 내게 또 다른 놀라움을 안겨줬다. 거참... 넷플릭스는 까도 까도 다양한 매력이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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