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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밖은 위험해' 놓친 영화도 챙겨 보자... [노트북], [빌리 엘리어트],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13  쭈니 2020.04.16 15:28:23
조회 203 댓글 6 신고

요즘 넷플릭스로 해외 시리즈물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는 뒷전으로 밀렸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신작 영화의 개봉 일자가 뒤로 밀려서 보고 싶어도 볼 영화가 없다. 이번 기회에 아주 오래전에 봤던 고전 명작들을 다시 보기도 하고, 예전에는 관심도 없던 극장 미개봉작을 보기도 하며 내 나름대로 대처를 하고 있다.

이번엔 오래전에 극장 개봉을 했고, 관객들 사이에서 걸작이라는 칭호를 얻었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아직까지 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챙겨 보기로 했다. 멜로 영화의 걸작인 2004년작 [노트북], 성장 영화의 바이블인 2000년작 [빌리 엘리어트], 스릴러 영화의 명작인 2006년작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가 코로나19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택한 영화들이다.


노트북

감독 : 닉 카사베츠

주연 : 라이언 고슬링, 레이첼 맥아담스

멜로 영화를 좋아하는 내가 아직까지 [노트북]을 보지 않았다는 것은 참 미스터리한 일이다. [노트북]은 해외 멜로 영화의 걸작을 소개할 때 꼭 언급되는 영화이다. 북미 흥행 성적도 좋아 3천만 달러가 채 되지 않은 제작비로 북미에서만 8천1백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8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었다. [노트북]의 흥행 성공으로 당시 거의 무명이었던 라이언 고슬링과 레이첼 맥아담스는 스타덤에 오를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사실 내가 갑자기 16년 전의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한 달 전에 느꼈던 센티멘털한 기분 때문이다. 당시에도 센티멘털한 기분을 억누르기 위해 멜로 영화의 걸작인 [이터널 선샤인]을 봤었다. 역시 센티멘털한 기분에는 감동적인 멜로 영화가 딱이다. 약간의 판타지가 가미된 [이터널 선샤인]과는 달리 [노트북]은 굉장히 정통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욱 마음에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노트북]은 어느 노인 요양원에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게 책을 읽어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노아(라이언 고슬링)와 앨리(레이첼 맥아담스)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운명적으로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처음엔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할머니도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고 이야기의 결말을 궁금해한다. 영화는 현재의 노인 요양원 장면과 과거의 노아와 앨리의 사랑을 교차 편집해서 보여준다.

사실 노아와 앨리의 사랑은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다. 목재소에서 일하는 가난한 청년 노아와 명문 대학 입학을 앞둔 부잣집 처녀 앨리의 사랑은 예상대로 앨리 부모의 반대로 이별로 끝이 난다. 그렇게 10대의 풋풋했던 첫사랑의 열풍이 지나가고, 앨리는 매력적인 부잣집 청년 론(제임스 마스던)의 청혼을 받아 결혼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운명은 노아와 앨리를 다시 엮어 놓았다. 신문에 실린 노아의 모습을 본 앨리는 곧바로 노아를 찾아가고, 두 사람은 다시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론과의 결혼을 앞둔 앨리는 쉽사리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데...

[노트북]은 멜로 소설 작가인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소설은 영화로 많이 만들어졌는데, [병 속에 담긴 편지], [워크 투 리멤버], [디어 존], [세이프 헤이븐]등이 그의 펜 끝에서 탄생한 영화들이다. [노트북]도 이들 영화와 분위기는 비슷하다. 진정한 사랑, 슬픈 이별, 그리고 감동적인 엔딩까지...

그런데 [노트북]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우선 닉 카사베츠 감독의 아름다운 영상미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첫 장면부터 노을 진 호숫가의 풍경을 보여주는데 새빨간 노을이 물든 호숫가의 풍경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이후 노아와 앨리의 사랑이 담긴 장면 하나하나가 전부 아름답다. 하얀 철새 떼로 가득한 호숫가, 내리는 폭우 속에서의 열정적인 키스 등. 영화를 보는 내게 사랑의 설렘이 느껴질 정도이다.

영화 후반부 노년의 앨리가 창밖의 풍경을 보며 '아름답다'라며 감탄한다. 노년의 노아도 아름답다고 맞장구를 치는데, 그때 노아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창밖의 풍경이 아닌 앨리였다. 그렇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주연 배우에게 있다. 지금이야 레이첼 맥아담스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 [어바웃 타임]으로 멜로퀸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당시에는 [핫 칙],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조연일 뿐이었다. 그런데 닉 카사베츠 감독은 과감하게 레이첼 맥아담스를 캐스팅했고, 레이첼 맥아담스는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만약 내가 노아였더라도 밝고 순수한 매력을 지닌 앨리에게 첫눈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비록 치매로 인하여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끝까지 앨리의 곁을 지켜주는 노아의 모습에서 감동이 밀려 올라왔다. 비록 죽으면 쉽게 잊힐 평범한 인생이지만, 영혼을 바쳐 평생 한 여자를 사랑했으니 내 인생은 성공했다는 노아, 집으로 돌아가자는 자식들에게 '네 엄마가 곧 나의 집이다.'라며 끝까지 요양원에 남을 것을 고집하는 노아, 함께 이 세상을 따나고 싶다는 앨리의 마지막 소원까지도 거뜬히 들어주는 노아. 비록 영화 속이지만 진정한 사랑이 있다면 바로 노아와 같은 사랑이 아닐까?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라는 광고 카피가 참 잘 어울리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빌리 엘리어트

감독 : 스티븐 달드리

주연 : 제이미 벨, 줄리 월터스, 게리 루이스

1979년 영국의 마가렛 대처는 보수당 최초의 여성 당수에 이어 영국 최초의 여성 수상이 되었다.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그녀는 영국을 경제난에서 구하기 위해 강력한 개혁 정책을 벌였는데, 그중 하나가 탄광 폐업 정책이다. 1984년 대처 정부는 174개의 국영 탄광 중 20곳을 폐업하고 2만 명의 탄광 노동자를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탄광 조조는 전국적인 탄광 파업을 벌였지만 대처 정부의 전에 없던 강경 진압과 노조 내부 분열 유도에 휘말려 결국 패배하고 만다.

[빌리 엘리어트]의 배경은 1984년 영국 북부의 작은 탄광촌이다. 11살 소년 빌리(제이미 벨)는 어머니를 여의고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와 탄광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버지 재키(게리 루이스), 형 토니(제이미 드레이븐)과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와 형은 대처 정부에 맞서 파업 투쟁 중인 가운데 빌리는 우연히 복싱 체육관에서 발레 수업을 본 후 발레의 매력에 빠져든다.

[빌리 엘리어트]는 복합적인 갈등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남자라면 축구나 복싱, 레슬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재키는 빌리가 여자들이나 하는 발레를 하자 질색하며 춤 금지령을 내린다. 아내의 유산이자 빌리가 아끼는 피아노를 부숴버리는 것은 그의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파업이 한창 진행 중인 광부들에게도 갈등은 진행 중이다. 파업에 참여한 다수의 광부는 대처 정부에 무릎을 꿇은 광부들에게 '배신자'라며 야유를 퍼붓는다.

나는 처음엔 빌리와 재키의 갈등만 해소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빌리의 가장 큰 장애물은 가족의 편견이고 그러한 편견만 깨진다면 발레리노로서의 빌리의 앞날은 탄탄대로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의외로 빌리와 재키의 갈등은 쉽게 정리된다. 크리스마스이브, 체육관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열정적인 춤을 추는 빌리의 모습을 보며 재키는 자신의 고집을 꺾은 것이다.

그런데 진정한 갈등은 그 이후에 벌어진다. 빌리가 로열발레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거액의 입학금이 필요했던 것. 돈을 구할 방법이 없었던 재키는 자존심을 버리고 일터로 복귀한다. 동료들의 비웃음과 야유보다 그에게 더 중요했던 것은 어쩌면 천재일지도 모르는 어린 아들 빌리의 장래였던 것이다. 그 장면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재키가 빌리의 앞날을 막는 장애물이라 생각했는데, 그는 오히려 빌리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것이다.

[빌리 엘리어트]는 장점이 참 많은 영화이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빌리 역에 캐스팅된 제이미 벨은 완벽한 연기를 펼치는데 그는 신인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2001년 제5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글레디에이터]의 러셀 크로,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 [원더 보이즈]의 마이클 더글라스, [퀄스]의 제프리 러스라는 엄청난 후보자들을 물리치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킹콩], [설국열차], [판타스틱 4]등을 거치며 젊은 대세 배우로 떠올랐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연출력도 이 영화의 장점이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은 [빌리 엘리어트]의 성공 이후 [디 아워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트래쉬] 등의 영화를 통해 꾸준히 작품성 있는 영화를 연출하고 있다. [빌리 엘리어트]는 단순한 성장 영화를 넘어 1980년대 영국의 암울한 시대 상황과 노동자 탄압,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무겁지 않게 연출함으로써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연출력을 전 세계에 입증한 영화가 되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로열발레학교의 오디션 장면이다. 빌리는 긴장된 표정으로 춤을 추는데 발레에 대해서 잘 모르는 그로서는 솔직히 그 춤이 잘 추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춤을 추는 동안 소심한 소년이었던 빌리는 자신감이 넘치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고, 더불어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는 점이다. 어둠이 짙을수록 가느다란 한줄기 빛도 더 밝게 보인다.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탄광촌의 어둠 속에서 그 빛을 찾아낸 것이다. 그렇기에 코로나19로 인하여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 우리에게 [빌리 엘리어트]는 더 필요한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감독 : 톰 티크베어

주연 : 벤 위쇼, 더스틴 호프만, 앨런 릭먼, 레이첼 허드 우드

[노트북]과 [빌리 엘리어트]는 넷플릭스에서 봤지만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wavve에서 봤다. 사실 내가 wavve의 정액권인 wavve팩을 결재한 이유는 첫 달 100원이라는 금액적인 메리트와 더불어 순전히 [고흐, 영원의 문에서]를 보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wavve 영화관을 무한대로 볼 수 있는 정액권을 사놓고 [고흐, 영원의 문에서]만 보는 것도 낭비인 것 같아서 wavve 영화관에 올라와 있는 영화들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겨우 건진 것이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이다. (아! 정말 oksusu가 그립다.)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1985년 발간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장편소설 <향수>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은 발간되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나 역시 결혼 전 읽은 기억이 난다. 사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내가 읽은 지 수 십 년이 흘러도 내용을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소설 중 하나로 그만큼 내용이 파격적이고 흡입력이 상당했던 소설이다.

영화는 18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악취가 진동하는 생선 시장에서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장바티스트 그르누이는 뛰어난 후각으로 세상을 뒤집어 놓은 '향수'를 개발한다. 문제는 그 과정인데, 장바티스트(벤 위쇼)가 향수를 만들기로 결심한 이유는 시장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에게서 품어져 나오는 향기 때문이었다. 난생처음 맡아보는 황홀한 향기에 정신이 팔린 장바티스트는 그만 여인을 죽이게 되고, 이후 여인의 향기를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향수'를 만드는데 집착하게 된다.

장바티스트에서 '향수'를 만드는 기초 기술을 전수해 주는 것은 한 물간 향수 제조사 주세페 발디니(더스틴 호프만)이다. 하지만 장바티스트는 주세페가 알려준 방식으로는 여인의 향기를 온전히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해결책을 찾아 그라스로 향한다. 그라스에서 새로운 '향수' 기술을 배우며 처녀들을 납치, 살해해서 여인의 향기를 '향수'에 담는 작업에 착수한다.

부제가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인 만큼 영화는 철저하게 장바티스트의 행적을 뒤쫓는다. 그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 그리고 여인의 향기에 집착하게 되는 모습과 여인의 향기를 담은 '향수'를 만들기 위해 연쇄 살인마가 되는 과정까지... 장바티스트에게 사랑하는 외동딸 로라(레이첼 허드 우드)를 읽은 귀족 안토인(앨런 릭먼)의 끈질긴 추적 끝에 장바티스트는 붙잡혀 사형에 처해질 위기를 맞이하지만 그가 열세 명의 여인들을 죽음으로 내몰면서 만든 '향수' 때문에 사형장은 난장판이 된다.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니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관람등급이 15세 관람가이다. 내가 만약 이 등급을 믿고 아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면 지금쯤 아내에게 몽둥이찜질을 당했을 것이다. 2007년 국내 극장 개봉 당시 수위 조절을 위해 가위질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wavve에서 본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결코 15세 청소년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장바티스트가 처음으로 여성을 살인하고 죽은 여성의 향기를 맡기 위해 옷을 벗기고 향기에 취하는 초반 장면과 사형장에서 장바티스트의 '향수'에 취한 사람들의 집단 섹스 장면은 나조차도 충격적이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무려 2시간 26분이다. 하지만 원작 소설처럼 영화도 흡입력이 상당해서 한번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언제 2시간 26분이 지나갔는지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 이 영화를 통해 세계적 스타로 발돋음한 벤 위쇼의 섬뜩한 연기도 인상적이었고, 독일의 명감독 톰 티크베어의 연출력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대부분 방대한 원작을 쫓다가 만듦새가 어그러지기 일쑤인데 톰 티크베어 감독은 무리 없이 완벽하게 영화 속에 담아냈다. 왜 이 영화가 오랜 세월 동안 스릴러의 명작으로 불리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엔 본 [노트북], [빌리 엘리어트] 그리고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까지 모두 만족스러웠다. 만들어진지 꽤 오래된 15~20년이 지난 영화들이지만 결코 촌스럽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걸작은 이래서 걸작인가 보다. 이번 기회에 내가 놓친 걸작이 또 없는지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어차피 코로나19 때문에 주말엔 할 일도 없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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