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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향기... [매트릭스], [매트릭스 2 : 리로디드], [매트릭스 3 : 레볼루션]
13  쭈니 2020.04.13 11:12:16
조회 191 댓글 0 신고

주말마다 시간이 남아돌다 보니 요즘은 예전에 봤던 영화들을 다시 보는데 재미가 들렸다. 새로운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고 있기 때문인데 이번 기회에 고전 영화들을 다시 한번 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닌 듯하다. 고전 영화 다시 보기 첫 번째로 [인디아나 존스 3부작]에 이어 이번엔 SF 영화의 걸작 [매트릭스 3부작]에 도전했다. 그러고 보니 이 두 영화는 최근에 신작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었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은 미뤄졌지만...


매트릭스

감독 : 라나 워쇼스키, 릴리 워쇼스키

주연 :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 앤 모스

IMF로 인한 좌절과 세기말의 불안함이 공존했던 1999년 [매트릭스]는 국내에 개봉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나는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하고 공공 근로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청년 실업자 신세였다. 내 자존감은 땅까지 떨어졌고, 희망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이 악몽과도 같은 현실에서 깰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고 싶었을 정도였다. 비로 그때 [매트릭스]를 보게 된 것이다.

당시 나에게 [매트릭스]의 세계관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2199년 AI가 지배하는 세계. AI와의 전쟁에서 패한 인류는 AI의 에너지원 신세가 되어 사육 당한다. AI는 인간 사육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매트릭스'라는 가상 현실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매트릭스' 속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매트릭스' 속의 생활은 뇌의 인식일 뿐, 육체는 거대한 사육장에 갇혀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네오(키아누 리브스)는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밤에는 해커로 활동하며 이중생활을 한다. 그런 그에게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라는 매력적인 여성이 접근하여 그를 전설적인 해커인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에게 인도한다. 모피어스를 만난 네오는 '매트릭스'에서 벗어나 충격적인 현실과 마주하게 되고, 바로 자신이 AI로부터 인류를 해방할 수 있는 예언 속의 구원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네오를 막으려는 스미스 요원(후고 위빙)의 추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네오는 서서히 구원자로서의 면모를 갖춰 나간다.

어찌 보면 [매트릭스]는 그저 AI와 인간의 전쟁을 그린 흔한 SF 영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평범한 SF의 범주를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영화 전체를 감싸는 철학적인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뇌가 인식하는 대로 느끼고, 느끼는 대로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뇌가 인식할 수 있는 가상현실인 '매트릭스'야말로 현실이 아닐까? 몸은 비록 AI의 에너지원 신세이지만, '매트릭스' 안에서 먹고, 마시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분노한다면 '매트릭스'야말로 우리가 사는 현실이 리고 해도 맞지 않을까?

1999년 내가 이러한 영화의 질문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불행했던 당시 나의 현실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현실이 불행하면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는 새로운 도피처를 찾게 된다. 실제로 모피어스와 함께 AI에 맞서 싸우던 사이퍼는 동료들을 배신하고 스미스 요원과 타협을 한다. 그가 동료들을 팔아넘긴 대가는 고작 '매트릭스' 안에서의 부와 명예이다. 비록 몸은 또다시 사육장에 갇히는 신세가 될 테지만, 그의 뇌는 '매트릭스' 안에서 최고의 부와 명예를 누리게 될 것이다. 사이퍼는 AI에 맞서 싸우는 누추한 현실보다 부와 명예, 인기를 누리는 가상현실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시 불행했던 내가 원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짜는 가짜일 뿐이다. 아무리 뇌가 그것을 진짜로 느낀다고 해도 가짜를 진짜로 바꿀 수는 없다. 네오는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매트릭스' 안에서 '슈퍼맨'급의 능력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가짜 세상 속으로 도망치는 대신 맞서 싸우며 현실을 바꿨다. 그러한 영화의 메시지는 도피처를 찾고 있던 당시의 내게 정신 차리라고 따끔한 충고를 해줬다.

1999년 당시 [매트릭스]를 볼 땐 영화의 액션이 굉장히 새롭고 멋있게 느껴졌었지만 이후 워낙 많이 패러디가 되었기 때문인지 21년이 흘러 다시 보니 조금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매트릭스]를 다시 보며 새롭게 느낀 점은 어쩌면 네오가 '매트릭스'라는 가상 현실 대신 AI와 맞서 싸우는 극한 현실을 선택한 이유는 트리니티와의 사랑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점이다. 어쩌면 네오에겐 외로웠던 '매트릭스'에서의 삶보다는 사랑하는 트리니티와 함께 할 수 있는 현실이 더 행복했던 것은 아닐까?


매트릭스 2 : 리로디드

감독 : 라나 워쇼스키, 릴리 워쇼스키

주연 :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 앤 모스

2003년은 참 뜻깊은 해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IMF 충격에 허우적거리던 찌질이 청춘이었던 나는 2002년 진정한 사랑을 만났고, 2003년 결혼을 했다. 그리고 2003년에는 우리의 사랑의 결실인 아들이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1999년 개봉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매트릭스]의 후속편 두 편이 연달아 개봉했다. 당시 '2003년은 [매트릭스]의 해'라는 광고 카피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안타깝게도 [매트릭스 2 : 리로디드]는 2억8천1백만 달러로 2003년 북미 흥행 3위,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은 1억3천8백만 달러로 11위에 그쳤다. (2003년 북미 흥행 1위는 3억3천9백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한 [니모를 찾아서]이다.)

[매트릭스]의 북미 흥행 성적이 1억7천1백만 달러임을 감안한다면 [매트릭스 2 : 리로디드]는 시리즈 사상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올린 영화이다. 하지만 워낙 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고, [매트릭스]에 비해 제작비가 거의 세 배 가까이 뛰어올랐음을 감안한다면 [매트릭스 2 : 리로디드]의 흥행 성적에 제작사인 워너가 만족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매트릭스 2 : 리로디드]가 기대만큼의 흥행을 기록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관이 너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매트릭스]의 경우는 충격적이지만 비교적 단순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매트릭스 2 : 리로디드]는 [매트릭스]의 세계관을 좀 더 업그레이드한다. 실제로 2003년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당시 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고, 2020년에도 아들은 이 영화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했다.

너무 복잡해진 이 영화의 세계관을 풀어보면... '매트릭스'의 설계자인 아키텍트는 애초에 '매트릭스'를 모든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유토피아로 만들었다. 하지만 인류는 유토피아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여러 번의 실패 끝에 20세기 말 인류가 번성했던 시절을 구현한 지금의 '매트릭스'가 완성된 것이다. 하지만 1%의 인류는 여전히 '매트릭스'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매트릭스'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이에 아키텍트는 탈출한 인류를 시온이라는 도시에서 생활하게 만들고 정기적으로 그들을 몰살한다. 그리고 네오로 하여금 16명의 여자와 7명의 남자를 선택하여 새로운 시온을 건설하게끔 한 것이다. 현재의 네오가 여섯 번째라는 충격적인 사실과 함께... 결국 네오도 AI가 만든 '매트릭스'를 운영하기 위한 계획의 일부분일 뿐이었다. 이렇게 풀어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문제는 영화 후반부 네오와 아키텍트의 대화가 영 알아듣기 어렵다는 점이다. 번역가의 문제인지, 각본가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트릭스 2 : 리로디드]에서 한 가지 당황스러웠던 것은 영화 중반부 시온에서의 광란의 파티 장면과 네오와 트리니티의 꽤 수위가 높은 섹스씬이 나온다는 점이다. 분명 15세 관람가 등급의 영화인데, 그 수위가 예상보다 높아서 아들과 함께 보다가 조금 뻘쭘해졌다는... (아직 미성년인 아들에게 이상한 영화 보여준다고 아내한테 혼났다.) 아마도 시온 재건을 포기하고 트리니티 구하기를 선택한 네오의 선택의 당위성을 위한 장면인 듯...

그리고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트리니티의 키스로 부활하듯이 [매트릭스 2 : 리로디드]에서는 트리니티가 네오의 초능력 심장 마사지 초능력으로 부활하는 장면도 조금은 아쉬웠다. 죽었다가 살아나는 장면이 자꾸 되풀이되면 억지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속도로에서의 액션, 네오와 업그레이드된 스미스 요원의 대결 등 늘어난 제작비만큼 확실히 볼거리는 풍부했던 영화이다. 그리고 한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여배우인 모니카 벨루치를 오랜만에 다시 볼 수 있었다는 것도 내가 [매트릭스 2 : 리로디드]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라빠르망]에서의 그녀는 정말 천사 같았다.)


매트릭스 3 : 레볼루션

감독 : 라나 워쇼스키, 릴리 워쇼스키

주연 :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 앤 모스

[매트릭스]와 [매트릭스 2 : 리로디드]를 본 후 일주일이 흘러 '매트릭스 트릴로지'의 마지막 편인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을 봤다. 사실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은 '매트릭스 트릴로지' 중에서 가장 안 좋은 흥행 성적을 기록한 영화이다. [매트릭스]가 북미 1억7천1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4억6천5백만 달러로 스타트를 끊었고, [매트릭스 2 : 리로디드]가 북미 2억8천1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7억4천1백만 달러로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매트릭스 2 : 리로디드]와 불과 6개월 만에 개봉한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은 북미 1억3천9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4억2천7백만 달러로 추락하고 말았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겠지만 [매트릭스]에 열광했던 영화팬들이 [매트릭스 2 : 리로디드]에 몰렸다가 실망하고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을 외면한 결과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추측해본다.

[매트릭스 2 : 리로디드]에서 시온 재건을 포기하고 트리니티 구하기를 선택한 네오는 원하는 대로 트리니티를 구하고 센티널의 공격을 막아내지만 그로 인한 충격으로 깊은 수면 상태에 빠져든다.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에서는 네오가 메로빈지언의 부하인 트레인맨이 지배하는 '매트릭스'와 현실의 중간 지점인 모빌 애비뉴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네오를 구하기 위해 모피어스와 트리니티는 메로빈지언을 찾아간다.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온 네오. 하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인간 말살을 위해 제작된 센티널의 시온 공격이 시작되었고, 이대로라면 인간 최후의 도시인 시온은 멸망할 것이 뻔하다. 이 상황에서 네오는 마지막 선택을 한다. 트리니티와 함께 기계 도시의 심장부에 가서 기계 세상의 절대적 권력자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담판을 짓는 것. 이미 기계들의 통제권에서 벗어나 무한 자기 복제를 시작한 스미스를 막는 대가로 평화를 제안한 것. 이제 네오는 시온을 구하기 위해 스미스와 최후의 대결을 시작한다.

일단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의 재미는 센티널과 시온의 전쟁이다. 엄청난 숫자의 센티널은 시온을 공격하고 이에 맞서 시온의 APU 부대는 목숨을 걸고 센티널을 막아낸다. [매트릭스]와 [매트릭스 2 : 리로디드]가 인류의 구원자인 네오의 각성을 주내용으로 했다면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에서는 네오의 중요도가 줄어들고, 대신 시온을 지키려는 수많은 인간 전사들이 새롭게 대두된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센티널과 시온의 전쟁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은 주인공답게 네오가 마무리 지은다. 그리고 이를 위해 [매트릭스]의 메인 빌런인 스미스가 갑자기 '매트릭스'의 그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존재로 업그레이드된다. 문제는 네오와 스미스의 마지막 대결이 오히려 센티널과 시온의 전쟁보다도 못하다는 것. 그러다 보니 스미스를 무찌르고 시온에 평화를 안겨다 주는 마지막 장면이 뜬금없게 느껴졌다. 세기말의 분위기 속에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렸던 획기적인 SF 영화 [매트릭스]의 결말치고는 분명 아쉬운 감이 있는 영화였다.

2021년 5월 21일 [매트릭스 4]가 개봉한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일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미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캐스팅이 확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 과연 이번엔 제대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이 실망스러웠던 만큼 18년 만에 돌아오는 [매트릭스 4]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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