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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 완벽하지 않는 법의 판결 앞에서 느껴지는 무거운 책임감.
12  쭈니 2019.11.20 11:36:19
조회 49 댓글 0 신고

감독 : 리처드 이어

주연 : 엠마 톰슨, 스탠리 투치, 핀 화이트헤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판사의 고뇌

무질서했던 인간 사회가 체계적으로 잡혀가기 시작한 것은 법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법에 의해 인간 행동의 옳고 그름이 판가름 나면서 그 사회는 비로소 질서가 잡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심사숙고해서 만든다고 해도 법에는 허점이 있기 마련이다. 법이 모든 사람의 사정에 맞게 만들어질 수도 없다 보니 같은 법 적용에서도 어떤 사람은 법의 부당함을 맛보게 된다. 사정이 그러하기에 법을 집행하는 판사의 역할이 크다. 판사라는 직업은 어쩌면 신과 가장 비슷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칠드런 액트]는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런던 가정법원 판사인 피오나(엠마 톰슨)의 이야기이다. 영화 초반 그녀는 샴쌍둥이 판결을 맡게 된다. 분리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샴쌍둥이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분리 수술을 하게 된다면 둘 중 하나는 살릴 수 있다. 결국 피오나는 둘 다 죽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닌 하나를 죽여 남은 하나라도 살리는 판결을 내린다. 하지만 샴쌍둥이의 부모는 법원이 살인을 묵인했다며 반발한다. 신이 주신 생명이니 죽음을 거둬들이는 것 역시 인간이 아닌 신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피오나의 판결은 신의 영역을 침범한 셈이다.

샴쌍둥이 판결에 이어 그가 맡게 된 것은 종교적 신념을 위해 치료를 거부한 미성년 애덤(핀 화이트헤드) 사건이다. 백혈병 환자인 애덤은 수혈을 받지 않으면 고통스럽게 죽을 것이다. 하지만 여호와 증인 신자인 애덤은 수혈을 거부한다. 과연 피오나는 애덤의 신념을 존중해야 할까? 아니면 그의 신념이 아닌 그의 생명을 존중해야 할까? 피오나에겐 또다시 신의 영역에 도전해야 할 상황이다.

그녀도 한낱 불안정한 인간이기에...

법의 판결 앞에서 냉정함을 유지하는 피오나.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겉모습일 뿐이다. 영화는 피오나가 애덤 사건의 맡음과 동시에 남편인 잭(스탠리 투치)과의 결혼 위기를 겪는 장면을 보여준다. 잭은 피오나를 사랑하지만 자신보다는 항상 일이 우선인 그녀에게 지쳐 있었고 피오나에게 "아무래도 나 바람피울 것 같아."라는 폭탄선언을 한 후 집을 나가버린다. 믿었던 남편의 돌발 행동에 피오나는 평정심을 잃어버린다.

어쩌면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애덤 사건의 판결에 앞서 피오나는 애덤을 직접 만나 그의 선택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것인지 확인해보겠다는 이례적인 판단을 한다. 그렇게 피오나와 애덤의 만남은 성사된다. 그리고 그 만남은 피오나에게도, 그리고 애덤에게도 삶의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사실 판결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성년자인 애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미성년자 복지를 우선시하는 영국법은 애덤의 자유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그의 치료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피오나가 그것을 몰랐을 리가 없다.

만약 AI가 판사를 대체한다면 어떨까? 법에 근거해서 가장 완벽한 판결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내릴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법도 불안정한 인간이 만든 것이니 완벽하지 않다. 이렇게 불안정한 법을 완벽한 AI가 판결을 내린다고 해서 그 판결이 완벽해질 리가 없다. 차라리 불안정한 인간의 판결이 AI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피오나는 개인적 이유로 분명 불안정한 상태였지만 다른 판결과는 달리 냉정함을 버리고 애덤과 마주함으로써 최고의 판결을 이끌어낸다.

과연 그녀의 판결은 소년에게 최선이었을까?

법에 의해 강제로 종교적 신념을 저버리게 된 애덤은 수혈 덕분에 회복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혼란스럽다. 지금까지 종교적 신념을 최우선으로 했던 그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겪고 나서부터 종교적 신념이 흔들린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피오나에게 뭔가 해답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피오나는 이미 사건은 끝아 났고 나는 내 할 일을 다 했다며 애덤을 애써 무시한다. 그리고 애덤의 병은 재발한다. 이번에도 그는 치료를 거부했고, 이미 미성년자가 아닌 그의 결정을 막을 도리가 없다. 애덤은 그렇게 자신의 의지로 죽음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과연 피오나의 판결은 잘못된 것이었을까? 피오나는 애덤의 의지를 존중해줬어야 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애덤은 삶의 혼란을 경험하지 않고 종교적 신념을 지키며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글쎄, 정답은 없다. 법이 완벽하지 않으니 판결도 완벽할 리가 없다. 단지 남은 것은 애덤의 죽음 앞에 선 피오나의 무거운 책임감 뿐이다.

솔직히 어려운 영화이다. 영화의 주제는 알겠는데, 이를 통해서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게 느껴졌다. 그저 남은 것은 애덤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는 피오나의 모습뿐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판결의 무게감을 오롯이 보여준 엠마 톰슨의 묵직한 연기는 가슴에 와닿는다. 그나저나 우리나라의 판사들도 피오나처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긴 할까? [칠드런 액트]는 우리나라의 어처구니없는 판결을 보며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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