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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 물질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코미디
12  쭈니 2019.11.18 15:53:43
조회 33 댓글 0 신고

감독 : 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

주연 : 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 마치아스 슈와바이어퍼

'미니멀 라이프'에 도전했으니 실패를 맛보고...

한때 아내는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갖추고 사는 '미니멀 라이프'에 푹 빠져서 매일 3가지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겠다고 선언했었다. 솔직히 아내도 나도 잘 버리는 성격이기에 과연 우리 집에서 '미니멀 라이프'가 잘 될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며칠 만에 우리 집엔 필요 없다며 버리는 물건보다 새로운 물건이 배달된 택배 박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철저하게 실패한 셈이다.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라는 낯선 제목의 독일 영화를 본 것은 '미니멀 라이프' 실패 경험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냥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라서 토요일 오전 별생각 없이 선택한 영화인데 보는 내내 우리 집의 실패한 '미니멀 라이프'가 생각났다. 우리도 모든 물건을 창고에 맡겨 버리고 하루에 한 가지 물건만 돌려받는 것으로 하는 우리 삶에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까?

혼자 '미니멀 라이프'를 소재로 한 영화를 봤다고 아내에게 말했더니 아직 '미니멀 라이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아내는 자기도 보고 싶다고 보챈다. 아마도 조만간 이 영화를 또 한 번 보게 될 것 같다. 그땐 고작 5년 만에 새로 구입한 49인치 TV로 보게 되겠지.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과거에 비해 우리는 행복해졌는가?

증조부모님 세대는 57개의 물건으로 생활했다. 그러나 세계대전과 물가 상승 폭탄을 맞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분들은 신과 사후세계를 믿었으니까.

조부모님 세대는 200개의 물건으로 생활했다. 그분들에겐 히틀러가 있었고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분들은 풍족한 미래를 믿었으니까.

부모님 세대는 650개의 물건으로 생활했다. 베를린 장벽과 비밀경찰이 있었지만 어쨌든 통일이 됐고 그분들은 자유를 믿었다.

우리 세대는 평균적으로 1만 개의 물건으로 생활한다. 1만 개라니! 풍족하고 자유롭다. 꿈꿔온 미래가 비로소 펼쳐졌다. 그럼 이제 뭐가 남았지?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의 시작과 함께 나온 내레이션이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독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증조부모님 세대는 일제시대를 경험했고, 우리 조부모님 세대는 한국전쟁의 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어떠한가. 국민의 인권 따위는 밥 말아 먹었던 군사 독재 하에서 죽도록 일만 하며 살았었다. 그에 비한다면 우리 세대는 얼마나 자유롭고 풍요로운가? 하지만 그래서 우리는 더 행복해졌나?

시작하자마자 뼈 때리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 이 영화는 본격적으로 폴(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과 토니(마치아스 슈와바이어퍼)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렸을 적부터 함께 자라고 커서도 IT 회사를 공동 운영하며 사는 집고 같은 아파트 아랫집과 위층인 절친 폴과 토니. 이 두 사람은 스마트폰 AI 어플 개발을 통해 400만 유로 투자라는 대박을 터트린 후 황당한 내기를 하게 된다. 제목 그대로 모든 것을 창고에 맡긴 후 하루에 한 가지씩 돌려받으며 100일 동안 100가지로 물건으로 버티기이다. 그들은 왜 그런 황당한 내기를 하게 되었을까?

우리는 소비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폴이 투자를 받기 위해 개발한 것은 나나라는 이름의 AI 어플이다. 나나는 계산은 물론, 심리 상담도 해주고 어르신 말벗과 아이들도 달래준다. 폴은 나나 개발을 통해 혼자라는 외로움에서 벗어난 행복을 추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투자사는 인간의 행복 추구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때 토니는 투자사에 새로운 제안을 한다. 그는 폴의 모든 것을 분석했고, 폴이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사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폴은 신상으로 고이 모셔둘 스니커즈, 잃어버려서 안 쓰게 될 야구모자, 쓸 일없는 콘돔 등 무려 151개의 물건을 마구잡이로 구매했다. 만약 사랑스러운 나나가 물건 구매를 유도한다면 더욱더 폴은 자제력을 잃을 것이다. 그제서야 투자사는 나나에게 관심을 보이고 400만 유로 투자를 제안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토니에게 이용당했다고 생각한 폴은 화를 낸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넌 너무 자제력이 없어."라는 비아냥뿐이다. 결국 폴은 술김에 회사 지분을 내걸고 토니에게 내기를 제안한다. 영화의 제목이 된 바로 그 내기를 말이다. 누가 이기던 회사 지분을 받게 된다는 생각에 회사 직원들은 폴과 토니의 물건을 모두 사설 창고에 집어넣고 자정이 되면 한 가지씩 물건을 가져올 수 있는 룰을 만들어 감시한다. 술김에 해버린 황당한 내기가 이제 거액이 걸린 되돌릴 수 없는 사고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집에서 발가벗겨진 채 깨어난 폴과 토니.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단 알몸을 감출 수 있는 옷이다. 토니는 성격대로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하나씩 정리해서 계획적으로 가져오고, 폴은 즉흥적으로 물건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이건 토니의 승리가 자명하다. 그런데 돌발 변수가 생긴다. 토니가 루시라는 비밀 가득한 여성과 사랑에 빠진 것이다. 이제 승부는 아무도 모른다.

그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닿는다.

영화는 폴과 토니가 서로 티격태격하며 경쟁하는 것을 영화적 재미로 삼는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토니 앞에 나타난 신비스러운 여성 루시를 통해 영화적 메시지를 던진다. 루시는 명품 쇼핑 중독에 빠져 있었다. 처음엔 월급으로 명품을 샀고, 나중엔 신용카드로, 신용카드가 정지된 후에는 친구의 지갑에서 돈을 훔쳐 명품을 샀다. 결국 그녀는 보호감찰을 받게 되었는데 그러면서도 자신이 샀던 명품을 버릴 수가 없어서 창고에 몰래 쌓아 놓고 하루에 2시간씩 창고에서 공주 놀이를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그리고 우리는 이토록 소비에 열중하는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폴과 루시의 대화에 있다. 우리는 왜 물건을 사려고 할까? 그걸 사면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물건을 사면서 행복해지려고 하는 걸까? 그건 바로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약 행복했다면 물건 사는 것을 멈췄을 것이다. 결국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하고 싶어서 무언가를 자꾸 사는 것, 그것이 소비자의 존재 이유라는 것이 폴과 루시의 대화를 들은 토니의 결론이다.

참 씁쓸하다. 반박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예전에 전화기는 전화만 되면 됐다. 그걸로 충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스마트폰이 생기고 전화는 기본이요, 인터넷, 영화 보기, 음악 듣기, 카메라 등 모든 기능들이 함축되어 있다. 전화만 되면 되던 시절, 우리는 살면서 전화기를 몇 대나 구매했을까? 아마도 고장 나지 않는다면 전화기를 새로 구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약간의 새로운 기능이 가미된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오면 우리는 멀쩡한 스마트폰을 버리고 고가의 새 스마트폰을 산다. 왜? 그걸 사면 행복하니까...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당신도 호갱이 아닌가요?'라고 묻는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탄탄한 시나리오, 매력적인 캐릭터, 하지만 너무 낙관적인 결말

그냥 별생각 없이 웃자고 본 영화였지만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는 영화적 재미와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나서 거실에서 소파에 누워 늦잠을 자고 있는 아내에게 달려가 영화를 추천했을 정도이다. 일단 이야기 전개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캐릭터들도 매력적이다. 감독과 주연을 겸한 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의 역량이 돋보인다.

하지만 결말 부분은 너무 낙관적이다. 폴이 개발한 AI 어플 나나는 토니의 수완으로 400만 유로에서 1,400만 유로로 값어치가 껑충 뛴다. 하지만 미국 투자자인 데이빗 주커먼(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마크 주커버그를 닮은 배우를 캐스팅했더라)은 나나를 훔쳐 미국에서 출시해버린다. 폴과 토니가 이 욕심 많은 억만장자를 이길 방법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아주 간단하게 데이빗 주커먼에게 강력한 펀치를 날리는 것으로 끝난다. 과연 현실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

결국 폴과 토니는 아무것도 갖지 못한다. 나나는 미국에서 도둑 출시되면서 이제 아무런 값어치가 없어져 버렸고, 회사도 도산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새드엔딩인가? 그건 아니다. 토니는 결국 루시라는 진정한 사랑을 만났고, 폴과 토니의 우정은 예전보다 더욱 깊어졌으니까... 결말이 조금 낙관적이지만 그 덕분에 마지막까지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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