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전쟁이 끝난 후 마르세이유 공항에 도착한 군의관 디노 바령(알랑 드롱 분)은 같은 제대군인 프란스 프로프(찰슨 브론슨 분)를 알게 된다. 한편 이사벨은 죽어가고 있는 자기 아버지를 위해 자기 아버지 소유 병원의 금고를 털고자 한다. 병원의 전후 사정을 잘 아는 이사벨은 군의관이었던 바령에게 접근하여 병원에 취직시키고 자기의 범죄를 바렁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계획을 짠다. 프란스 프로프는 가득 채운 술잔에 동전을 하나 하나 넣어 술이 넘쳐 흐르는 아슬아슬함을 즐기는 인물이다. 바렁은 금고를 털려는 병원에서 우연찮게 프란스와 만나게 되어 갇히게 된다. 이사벨의 음모를 깨달은 바렁은 프란스에게 "우리는 절대로 모르는 사이"라는 굳은 약속과 함께 '아듀 라미'라는 인사를 하며 헤어진다. 프란스가 경찰에 잡힌 후 끝까지 바렁은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는 사이 바렁은 사건의 권모를 파헤쳐 범인이 자기가 아니라 이사벨 오누이임을 알린다. 이미 모르는 사이로 했던 프란스 바렁은 사건이 끝난 후에도 영원히 모르는 사이라면서 헤어진다.”

친구와 적을 언제나 구분해 낼 순 없지

알랭 들롱과 찰스 브론슨이라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꾸며진 ‘아듀 라미’는 시종일관 답답한 진행과 개연성도 제대로 없는 그렇고 그런 B급 영화라 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충돌하고 덜거덕거리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서로를 인정하는 (알게 된) 모습을 보여주는 투닥거리다 결국 죽이 맞게 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영화 자체는 마음에 드는 구석 없지만 몇몇 부분에 있어서는 흥미를 끌고는 있다. 연출이나 이야기 진행 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알제리 전쟁을 다녀온 직후라는 시기가 더 흥미를 갖게 하고 폐쇄된 지하라는 공간 구성도 관심을 갖게 한다. 시간에 맞춰 순찰을 하는 경비원들과 미로와 같은 건물 구조 그리고 같은 직장에 다니지만 서로를 잘 몰라 하는 모습 등 마치 미래 세계의 모습처럼 (혹은 초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몇몇 부분은 흥미를 갖게 한다. 어쩌다 저런 식으로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나름 볼거리를 만든다. 더위에 지쳐 매끈하고 근육질의 몸매를 보여주는 장면보다는 그게 더 관심이 간다.

줄거리 자체는 저런 식으로 꾸며야 했을까?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엉성하고 한심하다. 알랭 들롱의 연기도 그다지 신통찮고 찰스 브론슨 또한 뭘 하려는 것인지 이해되진 않는다. 환멸로 가득한 의무관과 새로운 전쟁터로 향하려는 (용병과 같은) 군인이 어떤 식으로 만나고 악연으로 인해 계속해서 마주치면서 충돌하고 다툼을 벌이다 결국 동료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딱히 설득력 있다 말할 수 없는 진행과 내용이었다.

답답하고 질식할 것 같은 폐쇄된 공간이 인상적이고 그게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금고를 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보여주다 간신히 열린 금고를 보여준 후 느끼게 해주는 허탈감은 짜릿함 없지만 어쩌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탁월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얼마나 허무한 노력이었는지를 보여주면서 진이 빠지게 만든 다음 그 이유를 따져보다 알게 된 진실 또한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 수준인지라 좋게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머리를 굴린 반전에 반전이라 할 수 있겠다. 절묘한 반전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있다.

연출이든 연기든 기대 이하라는 말이 당장 나오지만 그럼에도 곳곳에 있는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볼만한 장면들이 혹은 어쩐지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었다. 여러 가지로 불만 많은 영화지만 좀 더 신경 써서 연출했다면 어떤 식으로 좋은 장면이 나왔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분위기만 잔뜩 잡고 있을 뿐인 영화였다.

다만 이런 생각은 하게 된다. 알제리 전쟁은 당시 프랑스 사람들에게 어떤 심리적 허탈감을 만들었을까? 전쟁이 끝난 직후의 프랑스의 모습을 이 영화는 어떤 식으로 담아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은 해보게 된다.

심각하고 심란한 표정의 (패배감과 무력감으로 가득한) 알랭 들롱의 얼굴은 그때의 프랑스를 보여주는 것 아닐까? 마음에 드는 점 찾기 힘든 영화지만 발표 당시 프랑스는 어떤 분위기에서 이 영화를 보았을지 궁금해진다.

참고 : 악연과 인연이 어떻게 얄궂은지 알게 해주는 영화라 말할 순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