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일 관계 악화의 요인은 무엇인가?
한일 관계 악화의 요인은 무엇인가?
최근의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최악이다. 그 배경에는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가 있다. 특히 대립 국면이었던 남북 관계가 일진일퇴는 있으나 평화공존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한일 관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남북의 평화공존 국면에서는 남북이 대(對) 일본 외교에서 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는데, 그럴 경우 남북의 목소리를 일본이 통제할 수 없게 되어 한반도가 완전히 일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버린다.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제어할 수 없는 한반도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한반도 정책은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한 셈인데, 결국 현재의 일본은 한반도에 대한 자국의 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이번 위기의 배경 중 하나다. 좀 더 한국 측에 초점을 맞춰서 한일 관계 악화의 요인을 자세히 검토해 보자.
현재의 한일 관계 현안들은 계속 존재해 왔지만 일본과의 본격적인 마찰이 시작된 것은 이명박 정권 때이다. 2012년 5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현 신일본제철)을 제소한 재판에서 한국 대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피고인 일본 기업 측은 상고했고, 확정 판결은 원래 박근혜 정권 시절에 내려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이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해 재판거래로 선고를 연기했는데, 이유는 강제징용 피해자 측이 승소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확정 선고는 문재인 정권으로 바뀐 2018년 10월로 늦춰졌다. 그러니까 강제징용자 판결 문제의 직접적인 씨앗은 이명박 정권 때 뿌려졌고, 박근혜 정권에서 판결 문제 처리에 부담을 느껴 연기하고 있다가 문재인 정권으로 떠넘겨진 것이다.
이번 판결 문제에 있어 한국 측 정당성을 입증할 단서들이 많은데도, 그동안의 한국 정부와 언론들은 논리전에 소극적이었다. 그에 비해 일본 극우파는 1945년까지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상대 국가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전을 적극적으로 펼쳐, 일본 국민들이 상대 국가를 향해 분노하도록 만들고 있다. 일본은 그런 국민적 분노를 이용해 상대 국가에 대한 공격적 자세를 취해 온 역사를 이어오고 있고, 이번에도 예외 없이 일본의 극우 아베 정권이 그런 성격을 그대로 드러냈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와 문재인 대통령/출처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3602283&code=61111211&cp=nv)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2012년 8월 명박 정권 때 헌법재판소가 이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림으로써, 이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이때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나서 일본에 해결 요청을 했으나 일본 측 법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어디까지 인도적 책임만 인정할 수 있다고 우겼기 때문에 한일 간의 합의는 결렬되었다.
이후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권 때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때 박근혜 정권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측 방안을 수용해 버려, 그 결과 외교적 참사를 일으키고 말았다. 합의 결과에는 위안부 제도가 ‘합법’이었다는 함의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위안부 피해자들과는 논의도 하지 않은 합의였으므로 이후 후폭풍이 거세게 일어났다.
2017년 5월에 새로 시작한 문재인 정권은 위안부 합의에 대해 검증과 파기, 재협상 등을 일본 측에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러나 일본 측은 한국이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백지화시켰고, 양국 간의 합의를 한국 측이 깼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2018년 11월에 위안부 합의로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이 해산되었다. 이것으로 일본 측은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독도 동도 정상에서 바라본 서도/출처 : 외교부 독도 갤러리)
또 하나의 큰 현안은 ‘독도 문제’이다.
일본은 계속해서 독도 도발을 자행해 왔다. 특히 2005년 3월에 시마네 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을 통과시켜 한국에 대해 강한 도발을 시도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2008년 5월 중학교 사회과 <신학습지도요령>해설서에 독도를 처음으로 ‘일본 영토’라는 취지로 기재했고, 이후 줄곧 교과서에 기재해 나가면서 한국을 자극했다. 이처럼 일본의 독도 도발이 계속되자, 2012년 8월에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했고 이로써 한일 간 독도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렇게 볼 때 일본 측의 문제점은, ‘독도, 위안부, 강제징용자’ 문제 등 한일 간의 현안에서 한국에 절대 양보하지 않는 극우 세력과 1945년 이전의 제국주의 정권과 맥을 같이하는 극우 아베 정권이 들어선 것이 한일 관계 악화의 가장 근본적인 요인임이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일본 정권의 성격 파악과 상대주의에 입각한 대응전략으로 맞서야만, 한일 관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