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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 이제는 '조커'라는 캐릭터 자체가 최고의 전율이다.
12  쭈니 2019.10.07 17:31:16
조회 247 댓글 0 신고

감독 : 토드 필립스

주연 : 호아킨 피닉스, 로버트 드 니로, 프란시스 콘로이

아침 7시 40분 '조커'와 만난 시간

토요일 새벽 1시 30분에 일어나 서해안 영목항으로 주꾸미 낚시를 다녀왔다. 낚시는 오후 3시에 끝이 났지만 차가 얼마나 막히던지 집에 돌아온 시간은 밤 9시 30분이었다. 온몸에 피곤함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컨디션이 엉망이었지만 일요일 아침 7시 40분에 아들과 [조커]를 보러 가기로 해서 늦잠으로 피곤함을 추스를 수도 없었다.

왜 하필 [조커]를 아침 7시 40분에 보러 갔냐고? 월요일부터 아들은 중간고사 시험에 돌입하는데, 시험공부에 전념해야 할 아들이 [조커]가 보고 싶다고 버틴 것이다. 결국 아들은 일요일 아침 일찍 영화를 본 후 남은 시간은 공부에 전념하겠다고 아내와 전격적인 합의에 이르렀고, 애꿎은 나만 피곤함을 꾹 누르고 아침 7시부터 일어나 아들과 영화를 보러 가야 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솔직히 나 역시 [조커]가 보고 싶었기에 별말 하지 않고 7시 40분 영화를 보긴 했지만 확실히 [조커]는 아침 일찍부터 볼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코미디언을 꿈꾸는 거리의 광대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DC 코믹스를 대표하는 희대의 빌런 '조커'가 되어 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아서의 비틀어진 심리묘사와 잔인한 살인 장면이 여과 없이 보여줘서 피곤함마저 잊게 만들 정도로 내겐 꽤 충격적인 영화이다. 영화를 본 후 아들이 "이 영화 15세 관람가 맞아요?"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래, 이것이야말로 마블과 차별화된 DC의 참맛이다.

고담시의 광대는 어쩌다가 희대의 빌런의 되었는가?

[조커]는 환경미화원의 장기간 파업으로 고담시 전체가 쓰레기 천지가 되고 있다는 뉴스와 함께 시작된다. 쓰레기가 넘쳐나는 거리, 불만과 불신이 가득한 시민들의 표정, 그 속에서 아서는 광대라는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며 살아간다. 가끔 짓궂은 아이들에게 광고판을 빼앗기고 두들겨 맞기도 하지만 아서는 자신이 처한 부조리한 상황을 잘 견뎌내는 것처럼 보인다.

집에는 병든 어머니 페니(프란시스 콘로이)가 있다. 그녀는 30년 전 가정부로 일했던 토마스 웨인(브래트 컬렌)이 언젠가는 꼭 자신과 아들을 도와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매일같이 편지를 쓴다. 아서는 알고 있다. 토마스 웨인과 같이 돈 많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보잘것없는 자신을 도와 줄리가 없다는 사실을... 아서의 희망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 니로)과 같은 유명 코미디언이 되는 것. 그는 머레이에게 인정받았던 과거의 일을 소중히 간직하며 코미디언의 꿈을 이어 나간다. 페니는 알고 있다. 아들은 결코 웃기지 않고, 따라서 유명 코미디언은 결코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서와 페니는 서로 다른 희망을 품는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희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무미건조한 평행선 위에서 그들이 꾸었던 희망이 하나씩 꺾인다. 그리고 모든 희망이 꺾였을 때 아서의 광기가 폭발한다. [조커]는 2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 동안 아서의 희망이 하나씩 사라지는 광경과 그럴수록 커져만 가는 광기를 세세하게 잡아낸다.

그에게 주어진 작은 권력의 맛

어쩌면 아서의 광기는 직장 동료가 그에게 준 권총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하던 아서는 권총을 쥐는 순간 처음으로 권력의 희열을 느낀다. 그로 인하여 그는 직장을 잃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자들에게 더 이상 당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처치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자신의 살인이 신문에 대서특필되고, 그로 인하여 고담시에 폭동이 일어나자 아서는 그제서야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더 이상 희망은 없다. 페니의 희망은 거짓에 의한 망상이었고, 아서의 희망은 머레이의 비웃음에 잔인하게 짓밟힌다. 이웃집의 소피(재지 비츠)와의 사랑을 꿈꾸었지만 그것 역시 허망하다. 모든 희망을 빼앗긴 자는 얼마나 두려운 존재란 말인가? 나약하고 불쌍한 광대에 불과했던 아서는 희망을 모두 잃은 후에야 잔인하고 포악한 '조커'가 된다.

전율이 느껴졌다. 우연히 손에 쥐게 된 권총에서부터 시작된 작은 권력이 점점 커져서 고담시를 폭동으로 이끌고, 폭동의 한가운데에서 광기의 영웅이 된 아서는 완벽한 '조커'로 재탄생한다. 그동안 이렇게 한 캐릭터의 탄생을 암울하고 완벽하게 그려낸 영화가 있었던가? [조커]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영화를 보며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은 '조커'의 광기가 스크린 밖에까지 품어져 나왔기 때문이리라.

DCEU와 별개의 세계관을 구축했으면 좋겠다..

[조커]는 DCEU와 연결된 것이 아닌 별개의 영화라고 한다. 이미 DCEU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으로 벤 애플렉의 '배트맨'이 등장시켰고,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는 자레드 레토의 '조커'도 선보였다. 여기에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가 끼어든다면 DCEU 자체가 엉망으로 엉켜버린다. [조커]는 DCEU와 차별화된 [조커]만의 세계관을 구축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영리하게도 토드 필립스 감독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 놓았다. 영화에서 고담시의 유력 차기 시장 후보로 나오는 토마스 웨인은 '배트맨'의 아버지이다. 토마스 웨인이 자신의 아버지라고 생각한 아서는 웨인 저택에 가는데 그곳에서 토마스 웨인의 어린 아들 브루스와 만난다. '배트맨'과 '조커'의 운명적인 첫 만남인 셈이다. 게다가 너무나도 유명한 토마스 웨인의 죽음이 [조커]에 그대로 실현된다. 부모의 죽음을 목격한 어린 브루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배트맨'이라는 영웅으로 성장할 것이다.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착착 맞아 들어간다. 비록 토마스 웨인을 죽인 것은 아서가 아니지만, 토마스 웨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폭동은 아서 때문이다. 게다가 토마스 웨인을 죽인 범인은 광대 가면을 쓰지 않았던가. '배트맨'과 '조커'의 악연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완벽한 '조커'를 만나고 나니 '조커'와 '배트맨'의 대결이 가슴 벅찰 정도로 기대된다. 언젠가 그들의 대결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매 영화마다 갱신하는 '조커'의 리즈 시절

1989년 팀 버튼의 [배트맨]을 만들었을 때 잭 니콜슨이 연기한 '조커'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분명 [배트맨]이 1989년 북미 최고의 흥행 영화로 기록될 수 있었던 것은 잭 니콜슨의 '조커'의 힘이 컸다. 천재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2005년 [배트맨 비긴즈]를 만든 후 2008년 후속작인 [다크 나이트]를 내놓았을 때 가장 우려했던 것은 '조커'(히스 레저)의 등장이었다. 아무리 크리스토퍼 놀란이라고 할지라도 잭 니콜슨의 '조커'를 능가할 수 있는 '조커'는 불가능하다고 확신을 했기에 히스 레저의 '조커'는 불안감 그 자체였다.

하지만 막상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엄청났다. 히스 레저는 잭 니콜슨과는 또 다른 섬뜩한 '조커'를 만들어냈고, 이 충격적인 '조커'의 등장에 [다크 나이트]는 2008년 압도적인 성적으로 최고의 흥행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그 해 북미 흥행 2위는 마블의 [아이언맨]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더 이상 히스 레저의 '조커'를 볼 수는 없다. '조커'에 모든 혼을 불사른 히스 레저는 2008년 1월 우리의 곁을 영원히 떠났다. 그때 난 확신했다. 히스 레저를 능가하는 '조커'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런데 호아킨 피닉스가 해냈다. 그 중간에 자레드 레토의 '조커'가 있긴 하지만 메인 빌런이 아니었기에 존재감은 오히려 마고 로비의 할리퀸에게 밀렸다. 그렇기에 [행 오버] 시리즈의 토드 필립스 감독이 [조커]를 만든다고 했을 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히스 레저의 '조커'를 능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었기에... 하지만 아니었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안겨줄 정도로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완벽 그 자체이다. 이제 호아킨 피닉스를 능가하는 '조커'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으련다. 캐릭터의 힘일까? '조커'는 매 영화마다 리즈 시절을 갱신하고 있다. 몇 년 후 또 어떤 명배우가 '조커'의 리즈 시절을 갱신할까? 이제는 '조커'라는 캐릭터 자체가 최고의 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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