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CEO] 우리 모두는 이미 ‘나’라는 주식회사의 CEO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미 ‘나’라는 주식회사의 CEO입니다
‘나는 언제부터 꿈을 슬며시 내려놓았는가?’ 생각했습니다. ‘여성은 지속 성장하는 삶,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하며 경력 단절 없이 온전하게 생존하는 삶을 지속할 수 있을까.’ 바로 이런 두려움들이 어느새 나의 꿈을 슬며시 접게 만들었습니다.
연습도 사전 학습도 없이 전업주부의 삶을 자원한 결혼. 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뚜렷한 실체를 모른 채 감행한 결혼은 빠른 사회 변화 속에서 내 삶을 온통 혼란에 빠트린 사건이었습니다. 계획과 기준을 세울 사이도 없이 아이도 둘이나 낳아 열심히 살고 있더군요. 이런 시간의 지속은 어느덧 우울감과 함께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시간을 맞이하게 했습니다.
육아에 지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른 채 일상에 찌들어가고 있는 내 모습. ‘뭐든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개인적 희망과 현실의 부조화에서 오는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어디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았고 도움을 청할 누군가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 가슴에서 꿈틀대는 ‘나로 살고 싶다’는 욕구를 외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 자신으로 온전히 서 있지 않을 때 나는 좋은 아내도, 좋은 엄마도 아니라는 사실 또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 노력한 만큼 몰입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평생 퇴직이 없는, 그런 일을 해야겠다고 말입니다. 취업을 하면 언젠가는 퇴직을 하고, 그 후엔 또다시 누군가의 눈치를 살펴야 했기에 비록 고생을 할지라도 정년을 내가 정하고, 평생 일을 할 수 있으며, 자유로운 사고와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나만의 일터를 마련해야만 했습니다. 저에겐 그것이 바로 창업이었어요.
맨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주변 사람들의 질시와 “아줌마가 대체 뭘 한다고?”하는 고정관념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는 사람을 정상으로 보지 않을까. 왜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편견과 고정관념이 이토록 과한 걸까. 사업 초기에는 이런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걸림돌’을 만났을 때 그것을 어떻게 뒤집어 보고 극적인 반전 시나리오를 쓸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그런 방식으로 걸림돌을 극복하면 그것은 오히려 디딤돌이 될 수 있거든요. 여성, 아줌마를 무시하는 시선과 기준을 바꾸어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고 더 가치를 발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그렸어요. 여성들이 가진 많은 것들이 있잖아요? 포용력, 인내심, 여성만의 감성… 등. 이렇게 여성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비즈니스에 적용시켜 강점을 발휘함으로써 오히려 디딤돌로 승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창업을 한 후 5년까지는 잘한 것 같기도 하고 잘못한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5년이 지나는 순간, 고생을 해도 좋다 싶으면서 사업을 하길 참 잘했다고 느꼈습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일은 고생일 수 있습니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자발성’이 빠지면 그것은 고난이자 인생의 짐이 될 수 있는 법이거든요. 그러나 ‘자발성’이 들어가면 그것은 고생이 아닌 의미 있는 도전이 되는 것입니다.
한계 앞에 서게 되는 도전 그리고 고생은 평소 만나지 못한 새로운 나를 만나게 해주는 은인입니다. 늘 반복하는 삶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으나 평소와는 다른, 고생스러운 여정에서는 새로운 내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 사는 삶도 의미가 있겠지만, 매순간 어려움, 힘듦과 좌절을 직면하며 새로운 나를 만나는 것 또한 또 다른 가치와 의미를 만들어가는 삶이라 여겨집니다.
2001년 창업하여 척박한 산업 생태계를 표표히 누비며 18년을 보낸 후 생각해보건대 마치 꿈과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처럼, 가슴이 벅차오르곤 합니다. 조금씩 느림보 거북이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왔는데 어느덧 70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 꿈을 꾸고, 고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 있는 나 자신이 대견스럽고 기특하기만 합니다. 내가 나로 사는 것을 회복하였을 뿐인데 말이죠.
(저자 씨크릿우먼 대표 김영휴)
우리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나’ 주식회사 대표이사로서 무엇이든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입니다.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지만 두려워서, 불안해서, 힘들어서, 책임지는 일이 무서워서 또는 알 수 없는 막막함 때문에 생각만 난무할 뿐 실행에 옮겨보지 못한 분들, 자기 인생의 주인이면서 주인이 아닌 관객으로 살아가는 분들, 그러고 있는지조차도 모른 채 우울감으로 힘들어하시는 과거의 저 같은 분들에게 제가 걸어온 여정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다음 편부터 베테랑 여성 CEO 김영휴 대표의 ‘대한민국에서 여자 사장으로 살아남는 법’ 실전 Q&A가 이어집니다.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