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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줄리아 하트

주연 : 릴리 레이브, 티모시 샬라메, 릴리 라인하트, 앤서니 퀸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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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영화 볼 땐 잔잔한 영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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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아들과 함께 침대에 누워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을 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갑자기 친구들과 게임을 하기로 했다면서 컴퓨터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쯧쯧쯧, 아들에게 배신당했어?"라며 놀리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내와 함께 멍하니 TV를 보는 것이 내키지 않아서 그냥 나 혼자 영화를 보기로 했다. 아들과 함께 볼 영화를 리스트에서 빼고 나니 남은 영화는 [미스 스티븐스] 뿐이었다.

[미스 스티븐스]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레이디 버드]를 통해 할리우드의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가 출연한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너무나도 잔잔한 줄거리 때문에 일찌감치 나 혼자 볼 영화로 낙인찍힌 이유는 영화이기도 하다.

[미스 스티븐스]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영어 선생님 '미스 스트븐스'(릴리 레이브)는 세 명의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학생들을 데리고 연극제 참가를 위해 길을 떠난다. 하지만 세 학생 중에서 요주의 인물인 빌리(티모시 샬라메)는 '미스 스티븐스'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무언가 마음의 상처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고, '미스 스티븐스'는 빌리를 밀어내지만 결국 빌리와의 대화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이겨내고 한층 더 성숙해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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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상적이어서 특별한 내용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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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게 전부이다. 이렇게 단순하게 잔잔한 이야기도 영화 소재가 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줄리아 하트 감독은 너무나도 잔잔하게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각기 개성이 다른 세 명의 아이,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음울한 영어 선생님, 이들의 여행에서 뭔가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지길 기대했지만 타이어 펑크 사건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빌리가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영화 초반 밝혀지고, 연극제를 위해 약 복용을 끊었다고 빌리가 고백하며 뭔가 심각한 사건이 터질 듯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자신을 자꾸만 밀어내는 선생님에 대한 빌리의 불만뿐, 특별한 사건은 벌어지지 않는다.

완벽주의자이지만 연극엔 소질이 없는 마고( 릴리 라인하트)와 귀여운 동성애자 샘(앤서니 퀸틀)으로 인하여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길까 싶었지만 그렇지도 않다. 아마 내가 이 영화를 아들과 봤다면 아들은 영화가 끝난 후 "그런데 이게 무슨 내용인 거예요?"라며 의아해했을 것이다. 너무 일상적이어서 특별한 내용 자체가 없다고 느껴지는 영화가 바로 [미스 스티븐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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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서로 나누면서 치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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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말 [미스 스티븐스]에는 특별한 내용 자체가 없는 영화일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이 영화는 마음의 상처에 대한 영화이고,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안고 살아갈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지에 대한 영화이다.

영화 첫 장면에서 '미스 스티븐스'는 어느 연극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나중에 그녀의 고백에 의하면 그 연극은 그녀의 어머니가 출연했던 연극이지만 이제 그녀의 어머니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결국 '미스 스티븐스'의 마음의 상처를 하나뿐인 가족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이다. 그녀는 그러한 상실감을 가슴에 안은 채 살아갔다. 그것이 그녀가 음울해 보였던 이유이다.

'미스 스티븐스'는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다. 특히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에겐 선생과 학생 사이의 벽을 만들어 놓는다. 그렇기에 빌리가 자꾸만 벽을 넘어 다가서려 할 때마다 밀어낸다. 마치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니까 난 너에게 고민을 이야기해서는 안 돼'라고 선언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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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누구나 대화 상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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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를 애써 밀어낸 '미스 스티븐스'가 찾아낸 대화 상대는 다른 학교 인솔 교사인 월터(롭 휴벨)이다. 하지만 그가 그녀에게 원한 것은 단지 하룻밤 섹스 상대일 뿐이다. 결국 좋은 대화 상대는 나이와 상관없고, 직업과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 중요하다. '미스 스티븐스'가 빌리에게 결국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은 후에 짓는 표정이야말로 이 영화가 진정하고 싶었던 이야기일 것이다.

아들이 학교에 다녀와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나와 아내에게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면 너무 기쁘다. 아직 내가 아들에게 진정한 대화 상대라는 사실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그랬듯이 아들도 부모가 아닌 친구, 연인을 진정한 대화 상대로 여기는 날이 올 것이다.

나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아내에게 주저리주저리 떠든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느낀다. 내가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렇게 내 가까운 곳에 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진정한 행복의 조건이 아닐까?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미스 스티븐스'의 표정이 진정으로 행복해 보였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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