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워 이후 절반만 살아남은 지구

마지막 희망이 된 어벤져스

먼저 떠난 그들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참고 : https://namu.wiki/w/%EC%96%B4%EB%B2%A4%EC%A0%B8%EC%8A%A4:%20%EC%97%94%EB%93%9C%EA%B2%8C%EC%9E%84

난 평화가 좋거든

분노로 영혼을 망가뜨리긴 싫어

내 우선순위를 말할게

우리가 잃어버린 걸 찾으면 좋겠지

하지만 난 내가 찾은 걸 지키는 게 더 중요해

도중에 안 죽고 살아남으면

더 좋고

계획은 정해졌어

팀은 셋, 기회는 한 번 이야

5년 전에 우린 패했었어

모두 친구들도 잃고

가족도 잃었지

우리 자신의 일부까지

이제 모두 되찾을 기회가 왔어

팀과 미션이 정해졌으니

모두 데려오자

기회는 한 번이야

실수는 안 돼

두 번은 없어

대부분은 아는 곳으로 가지만

그 결과는 예측 못 해

조심하고

서로를 잘 지켜줘

이건 우리 일생의 미션이야

우린 이길 거야

모든 걸 걸고

행운을 빌어

끝내야 하지만

그냥 끝내는 것이 아닌 잘 끝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고

잘 끝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가장 알맞을 것인지 고민 속에서 내놓은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10년을 이어온 이야기에 걸맞은 완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끝맺음이었다. 불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정도면 적당히 수긍할 종막이었다. 물론, 이후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마침표면서 쉼표이기도 한 종결이지만.

‘인피니티 워’ 이후 (일종의 징검다리와 같은) ‘캡틴 마블’과 ‘앤트맨과 와스프’가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엔드 게임’으로 이어지기 위한 빈틈을 채워주는 의미 이상은 느낄 수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엔드 게임’은 ‘인피니티 워’ 이후 어떻게 끝낼 것인지 그리고 어떤 끝맺음일 것인지에 대한 대답일 것이다. 이런 완결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만족했는지 알 수 없지만 흥행성적과 여러 평가를 본다면 분명 적절한 결과물인 것 같다.

시간여행을 통해서 타노스에 의해 일어난 재난을 되돌린다는 내용이고 그런 방식 말고는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을 것이니 다들 이런 식의 진행에 (진부할지라도) 이해했을 것이고 이야기를 진행시킴과 동시에 각자의 과거를 반복함으로써 이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즐겼던 사람들이라면 색다른 기분으로 (혹은 기억을 되살리며) 이미 봤던 것들을 새로 보도록 해준다. 나쁜 방식도 아니고 꽤 영리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엔드 게임’은 ‘빽 투 더 퓨쳐’ 시리즈를 적극 참고한 것 같다.

‘엔드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함과 동시에 타노스라는 압도적 강함을 접한 이후의 무력과 낭패, 상실과 패배, 좌절과 포기, 그리고 그럼에도 가능성을 찾고 희망을 찾아보려는 모습을 매끄럽게 다루면서 어벤져스의 두 축인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의 전혀 달랐던 입장과 그동안 겪었던 수많은 경험을 통해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줘 달라진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줘 지난 10년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해준다.

자기 자신을 먼저 내세웠던 이가 정반대되는 선택을 하는 모습을, 반대로 그러지 않던 이가 자신을 위한 삶을 선택하는 모습에서 전혀 다른 성향이 어떤 식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처음과는 완전히 달라진 결론을 찾게 되는지 알려주면서 그동안의 10년을 생각해보게 해주고 있다. 아울러 앞으로의 이어짐을 다루며 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한 결말[캡틴 아메리카를 이어받는(백인이 흑인에게) 경우나 아스가르드를 넘겨주는(남성이 여성에게) 내용에서]을 넣어 하나의 끝이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 새로운 기대를 갖도록 해준다.

완결이면서 성장과 성숙이고 희생과 동료애를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알려준다.

잘 만들었다. 불만 없고 만족스럽다. 이렇게까지 계속 잘 만들어내고 이런 식으로 잘 끝내니 감탄하게 된다. 할리우드의 저력을 느끼게 되고 덩달아 미국이 휘청거리다가도 무너지지 않는 이유가 있긴 있는 것 같다는 뜬금없는 결론도 내리게 된다.

이 영화를 걸작이라고 말하진 어려울 것이고 마블 시리즈를 영화가 해낼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성취라고 추켜세우고 싶진 않지만 볼거리에 충실하며 재미만이 아닌 좀 더 여러 가지를 담아내는 것에 성공한 대중 (오락) 영화고 지금 시대를 대표하는 결과물이라는 것에는 쉽게 동의할 것 같다. 이 시대를 말할 때 마블 영화를 뺀다면 어쩐지 허전할 것 같다. 그럴만한 시리즈였다. 그리고 끝이었다.

삶과 죽음 그리고 운명 계속되는 이어짐에 대해 이런 식으로 잘 다듬어낸 대중 (오락) 영화가 최근에 있었을까? 이게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까지는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