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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남대중

주연 : 이준호, 정소민, 최귀화, 예지원, 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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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특가 예매권을 구매해보면 흥행 여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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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혹은 금요일과 토요일에 포털사이트 Daum 영화 페이지에서는 특정 영화를 예매할 수 있는 슈퍼특가 예매권을 개당 6천원에 판매한다. 주말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려면 인당 1만2천원, 통신사 카드 할인을 받아도 1만원이기에 6천원짜리 슈퍼특가 예매권은 내게 꽤나 유용하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률도 치열하다. 오전 11시 선착순 판매가 이루어지는데 회사일을 하는 와중에 알람을 맞춰놓고 11시 정각에 들어가 구매를 시도해도, 결국 슈퍼특가 예매권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항상 구매 경쟁률이 심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서 지난주 [존 윅 : 파라벨룸] 슈퍼특가 예매권을 구매하는데 실패했지만, 이번 주 [기방도령]의 경우는 아주 손쉽게 성공했다. 심지어 11시에서 몇 십분 늦게 Daum 영화 페이지에 접속을 했고, 월요일에 한 개, 화요일에 다시 한 개를 구매했어도 [기방도령]의 슈퍼특가 예매권을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렇게 손쉽게 슈퍼특가 예매권을 살 수 있는 영화치고 지금까지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나는 본 적이 없다. [비스트]가 그랬고, 아마도 [기방도령]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기방도령] 관람을 서두른 이유도 [기방도령]이 흥행에 실패해서 상영하는 극장이 줄어들기 전에 영화를 봐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기방도령]의 개봉 당일인 수요일 시간대로 영화 예매를 시도했지만 집 근처 멀티플렉스에서는 띄엄띄엄 상영이라 나와 맞는 시간대가 없었다. 개봉 당일인데 그렇게 띄엄띄엄 상영을 한다면 주말쯤 되면 아침, 혹은 밤늦게 만 상영을 할 것이고, 다음 주초엔 상영하는 극장조차 거의 사라질 것이다. 그땐 이미 슈퍼특가 예매권 환불조차 되지 않을 테니, 서둘러 영화를 보지 않았다간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그 덕분에 장맛비가 내리는 수요일 저녁, 나는 아내와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극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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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케이블 TV에서 볼 수 있는 영화를 왜 극장에서 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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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기방도령] 볼 거야?"라고 물었더니 아내는 "꽃미남이 잔뜩 나오는데 봐야지."라고 대답했다. 당연히 아내가 안 볼 것이라는 생각에 월요일 슈퍼특가 예매권을 한 장만 구매한 나는 아내의 뜻밖의 선언에 화요일 슈퍼특가 예매권 한 장을 더 구매해야 했다. 하지만 막상 수요일 밤, 텅 빈 극장에 들어서며 아내는 조만간 케이블 TV에서 볼 수 있는 영화 같은데 굳이 극장에서 보냐며 투덜거린다. 자기가 보겠다고 해놓고선...

사실 1년에 100여 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굳이 극장에서 볼 필요 없는 영화잖아?"이다. 영화 관람비가 뛰어올라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TV나 다운로드로 값싸게 봐도 무방한 작은 규모의 영화까지 극장에서 챙겨 보려는 내게 해주는 충고이다. 내 용돈의 대부분은 영화 관람비와 영화를 보러 가서 먹게 되는 식비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충고를 하는 사람들에게 항변한다. 다른 그 무엇으로 영화를 보는 것보다 극장에서 보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고 말이다. 나는 내가 보는 모든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 그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극장에서 영화 보기인 것이다.

[기방도령] 역시 마찬가지이다. 솔직히 [기방도령]을 냉철하게 평가한다면 결코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만약 내가 이 영화를 TV 혹은 다운로드로 봤다면 유치하다며 짜증을 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극장에서 어느 정도 기대치를 내려놓고 영화를 보니 꽤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확실히 [기방도령]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영화인데, 극장이라는 공간이 단점보다 장점을 더 부각시켜줬다. 그렇기에 [기방도령]을 보기 위해 투자된 슈퍼특가 예매권 1만2천원이 결코 아깝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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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즐길 수 있었던 초중반은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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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방도령]은 기생의 아들로 태어나 기방에서 자란 허색(이준호)이 자신이 나고 자란 기방 연풍각이 폐업 위기에 처하자 여성을 상대하는 남자 기생이 되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코믹 사극이다. 일단 소재 자체가 기발하다. 유교사상이 만연한 조선 시대에 남자 기생이라니... 이런 기발한 소재에 이준호의 능글맞은 연기가 영화의 흥을 돋아 준다. 아이돌 그룹 2PM 출신의 이준호는 2013년에 개봉한 [감시자들]에서 조연을 맡아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했지만, 그의 진가가 발휘된 영화는 2015년에 개봉한 이병헌 감독의 코미디 [스물]이라 할 수 있다. 스무 살 동갑내기 친구들의 재기 발랄한 청춘기를 다룬 [스물]의 동우와 마찬가지로 이준호는 마치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 마냥 꽃도령 허색을 완벽하게 연기해낸다.

만약 [기방도령]이 남자 기생 이야기로만 영화를 가득 채웠다면 이준호의 매력을 100% 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기발하다고 하지만 남자 기생이라는 소재 자체가 퇴폐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등장한 것이 몰락한 양반 가문의 처자 해원(정소민)과의 사랑이다. 해원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허색의 노력은 [기방도령]은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이준호와 정소민은 이미 [스물]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기에 [기방도령]에서도 찰떡 호흡을 과시한다.

물론 [기방도령]이 내게 재미있을 수 있었던 것은 이준호의 능글맞은 꽃도령 연기 덕분만은 아니다. 조연 배우들의 코믹 연기도 한몫했는데, 특히 고려 왕족 출신이라는 괴짜 도인 육갑(최귀화)과 연풍각의 주인 난설(예지원)은 막강 조연의 힘을 제대로 발휘한다. 해원의 어린 몸종인 알순을 연기한 아역배우 고나희도 씬스틸러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JPP 픽쳐스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답게 원더걸스의 히트곡 <텔미>가 '태을미(太乙美)'로 패러디되고, 수절 과부들의 반전 모습을 보이는 등 [기방도령]은 코미디 영화로서 매력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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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분위기는 급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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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방도령]의 메인 포스터에는 "고민할 게 무어요. 그저 즐기시지요~"라는 광고 카피가 적혀 있다. 최소한 영화의 중반까지는 이 광고 카피 그대로 [기방도령]은 아무 생각 없이 즐길만한 코믹 사극이다. 만약 이대로만 영화가 진행되었다면 나는 [기방도령]을 보며 맘껏 웃은 만큼 충분히 만족하며 극장 밖을 나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대중 감독은 욕심을 부른다. 코믹 사극이지만 관객에게 묵직한 메시지와 감동을 안겨주고 싶었나 보다. 문제는 그러한 남대중 감독의 욕심이 이 영화의 단점이 되고 말았다.

중반까지 재기 발랄하게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었던 [기방도령]은 연풍각의 막내 기생인 숙정(신은수)의 자살과 함께 분위기가 급변한다. 숙정의 자살로 인하여 충격을 받은 허색은 마을에 세워진 열녀문을 불태우며 부조리한 사회에 항변한다. 남성은 첩을 두고 기생을 끌어안고 놀면서 여성에게는 정조와 수절을 강요하는 당시 양반 사회의 부조리. 어쩌면 그것은 [기방도령]이 애초부터 갖고 있었던 메시지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는 그 메시지가 중반까지는 숨어있다가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버렸다는 점이다.

그와 동시에 허색과 해원의 이룰 수 없는 사랑도 갑자기 부각된다. 분명 두 사람은 처음부터 이뤄질 수 없는 관계였다. 허색은 기생의 아들 즉 천민 중에서도 천민이고, 해원은 아무리 몰락했다고 하지만 엄연한 양반집 규수가 아니던가. 게다가 명문가 자제인 유상(공명)이 해원을 사랑하고 있었으니 허색과 해원의 사랑은 처음부터 이뤄질 수 없는 운명이었다. 문제는 이것 역시 중반까지는 철저하게 무시되었다가 후반에 갑자기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좀 더 세련되게 이 두 문제를 처리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남대중 감독은 너무나도 안일하게 후반부 분위기를 바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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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코미디에 대한 강박만 버렸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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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는 전부 슬픈 코미디를 지향했었다. 슬픈 코미디는 내가 맘대로 붙인 장르의 이름인데, 전반부는 코미디로 진행되다가 후반부에 갑자기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리며 감동적으로 끝내려 하는 영화를 일컫는다. 분명 하나의 영화에서 웃고 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수많은 슬픈 코미디 영화들이 뜬금없는 분위기 전환에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최근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는 [극한직업]이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전통 코미디가 다시 떠오르고 있는 추세이다.

결국 [기방도령]은 유행이 지난 슬픈 코미디를 시도한 셈이다. 유교를 바탕으로 한 조선 시대의 여성에 대한 부조리, 그리고 신분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는 슬픈 사랑 등은 [기방도령]이 애초에 가지고 있는 것들이지만, 중반까지 신나게 웃고 떠들던 영화의 분위기와는 충돌을 일으킨다. 남대중 감독은 메시지와 감동을 조금 줄이더라도 초중반과 후반의 분위기 변화를 최소한으로 맞춰야만 했다. 관객이 뜬금없다고 느끼지 않도록...

결국 이 영화의 장점은 중반까지 이어진 코미디이고, 단점은 후반에 갑자기 튀어나온 메시지와 감동이다. 엔딩 크레딧이 전부 올라가고 쿠키영상에서 난설의 배웅인사까지 받고 난 후, 아내에게 [기방도령]이 어땠는지 물었다. 아내는 딱 예상했던 대로 진행된 영화라며, 그렇기에 너무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실망스럽지도 않았다고 한다. 나도 그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래도 영화의 중반까지 유쾌하게 즐겼으니 [기방도령]은 극장에서 본 것에 대한 후회를 안겨줄 만큼의 영화는 아니었다. 난 그걸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