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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 26년 만에 더욱 매력적으로 바뀌어 돌아왔다.
12  쭈니 2019.05.28 13:19:28
조회 264 댓글 0 신고

감독 : 가이 리치

주연 : 메나 마수드, 윌 스미스, 나오미 스콧

윌 스미스의 지니는 정말 괜찮을까?

1993년 국내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이 실사화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윌 스미스가 지니를 연기한다고 했을 땐 영화에 대한 걱정이 치솟아 올랐다. 내 기억 속에는 '지니=로빈 윌리엄스' 공식이 너무나도 확고하게 자리 잡아 있었기에, 윌 스미스의 지니는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걱정은 [알라딘]의 예고편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현실화되었다. 푸르죽죽한 윌 스미스의 모습은 호감보다 비호감이었고, 그러면 그럴수록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로빈 윌리엄스가 그리워질 뿐이었다.

[알라딘]을 보러 가기에 앞서 아들과 함께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을 먼저 봤다. 26년 전에도 나는 로빈 윌리엄스의 빼어난 더빙 연기에 환호했었는데 다시 봐도 로빈 윌리엄스의 지니는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이렇게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을 보고 나니 더욱더 [알라딘]이 걱정스러워졌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알라딘]은 정말 재미있었다. 물론 윌 스미스의 지니가 로빈 윌리엄스의 지니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윌 스미스가 개방정 연기를 통해 어떻게든 로빈 윌리엄스의 지니를 넘어서려고 노력했지만 안 되는 것은 안되는 거다. 로빈 윌리엄스의 지니는 워낙 '넘사벽'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예고편을 보며 느꼈던 비호감은 없었다. 처음엔 윌 스미스의 지니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익숙해지더니 결국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알라딘]은 윌 스미스의 지니를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보다 더욱 매력적으로 바뀌어 돌아왔다.

30분이나 늘어난 러닝타임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알라딘]은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작은 배에서 어린 자녀들에게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어느 뱃사람(윌 스미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순간 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알라딘]보다 무려 30분이나 늘어난 러닝타임이 떠올랐다. 그리고 당연히 늘어난 30분의 러닝타임은 영화의 유일한 스타인 윌 스미스에게 투자될 것이라 예상했다. 지니가 어쩌다가 램프의 요정이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영화 초반을 채운다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과의 차별화는 물론 거액의 출연료가 지불되었음이 확실한 윌 스미스를 활용하여 영화의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할 테니까.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영화 오프닝씬에서 자녀들에게 노래로 옛날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오프닝씬에서 보부상이 고객의 발목을 잡기 위해 낡은 램프를 꺼내놓고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 단순한 변주에 불과했던 것이다. 결코 지니가 램프의 요정이 된 사연 따위는 없었다. 이렇게 내 예상이 빗나가자 그렇다면 도대체 늘어난 30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라는 질문이 나를 따라왔다.

놀라운 것은 [알라딘]의 초반만 놓고 보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초반 장면들을 오히려 간략하게 생략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는 자파가 도둑에게서 반으로 나눠진 풍뎅이 모양의 열쇠를 손에 넣고, 이를 통해서 마법의 램프가 숨겨진 신비의 동굴을 여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러한 장면은 뱃사람의 오프닝 노래 중간에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다.(풍뎅이 열쇠도 없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 술탄의 보석을 빼앗아 신비의 동굴에 들어갈 적합한 인물을 찾는 장면 또한 이번 영화에는 과감하게 생략되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30분이나 늘어난 러닝타임은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바로 자스민 공주이다.

정답은 자스민(나오미 스콧) 공주이다. 사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알라딘'이었다. 그리고 램프의 요정 지니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그러한 와중에 자스민 공주는 그저 조연에 불과했다. 굳이 캐릭터 비중을 따진다면 '알라딘', 지니, 자파에 이은 네 번째 정도였다. 자파를 무찌르고 아그라바 왕국을 구한 '알라딘'은 자스민 공주의 사랑을 획득하며 영화는 끝난다. 이렇듯 자스민 공주의 열할은 다른 동화 속 공주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26년 만에 바뀌었다. 가이 리치 감독은 자스민 공주를 주체적인 캐릭터로 변화시켰다. 그러한 변화는 영화의 OST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은 1993년 제6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특히 알라딘과 자스민 공주가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때 흘러나오는 'A Whole New World'는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가이 리치 감독은 [알라딘]에서 예전의 곡들을 그대로 썼다. 단, 자스민 공주의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Speechless'만 추가했을 뿐이다.

'Speechless'는 영화에서 두 번 나오는데, 첫 번째는 공주의 신분이지만 궁의 규율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장면이고, 두 번째는 자파(마르완 켄자리)에게 궁이 장악되었지만, 자신은 결코 그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이다. 특히 두 번째 'Speechless'가 흘러나올 땐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장면에 굉장히 신경을 쓴 것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장면이 [겨울 왕국]에서 'Let It Go'가 흘러나오는 장면만큼이나 인상 깊었다.

자스민 공주에게 반하다.

아! 진정 나는 [알라딘]을 보며 자스민 공주에게 홀딱 반해버렸다. 자스민 공주를 연기한 나오미 스콧은 [파워레인져스 : 더 비기닝]에서 핑크 레인져를 연기했었다. 하지만 그땐 나오미 스콧이라는 배우가 눈에 띄지 않았다. (하긴 영화 자체가 워낙 엉망이었으니...) 그러나 [알라딘]에서는 자스민 공주가 주인공인 '알라딘'(매나 마수드)보다, 지니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특히 무도회 장면에서 춤을 추는 자스민 공주의 모습에서는 내 눈에 하트가 뿅뿅하고 튀어 나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역시 배우의 매력은 캐릭터에 좌우되나 보다.

결국 늘어난 30분의 러닝타임은 자스민 공주에게 모조리 투자된다. 지니의 도움으로 왕자가 되었지만 자스민 공주의 아름다움에 반해 실수를 연발하는 '알라딘'의 모습에서도 자스민 공주의 매력이 눈에 띄었고, 지니의 도움으로 최악의 마법사가 된 자파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자스민 공주의 모습은 명곡 'Speechless'와 더불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술탄의 아내가 아닌, 아버지에게 인정받아 스스로 술탄의 자리에 오르는 자스민 공주의 모습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예전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여성 캐릭터는 그저 왕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공주에 불과했다. 자스민 공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요즘 디즈니 영화에서의 여성 캐릭터는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 주체적인 캐릭터로 바뀌었고, 자스민 공주 역시 그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게 매력적으로 변하였다. 결국 [알라딘]은 그저 26년 전 흥행에 성공한 애니메이션을 단순하게 실사화한 영화가 아닌, 바뀐 여성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함으로써 더욱 매력적인 변한 새로운 영화인 셈이다.

발리우드의 흥겨움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알라딘]은 2시간 동안 흥겹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램프의 요정 지니를 연기한 윌 스미스의 개방정 연기가 영화의 초반을 휘어잡는다면, 중반부터는 26년 전,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비교해서 확연하게 바뀐 자스민 공주의 매력에 반해 영화 속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자파가 어떻게 마법의 램프를 손에 넣을 것이며, '알라딘'은 어떻게 자파를 무찌를 것인지 이미 알면서 영화를 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화에 몰입하며 2시간 동안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마블 영화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디즈니 영화가 엔딩 크레딧 후 쿠키 영상이 있지만, [알라딘]은 쿠키 영상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엔딩 크레딧에 오르면서 나오는 군무 장면이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마치 흥겨운 발리우드 영화처럼 말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아내는 마지막 발리우드를 연상하게 만드는 군무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웠다.

1998년 영국 영화인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로 감독 데뷔하자마자 곧바로 천재 감독 칭호를 들으며 할리우드에 진출한 가이 리치 감독은 잘할 때와 못할 때가 확실한 감독이기도 하다. 할리우드에 건너와 마돈나와 결혼하면서 만든 [스웹트 어웨이]은 충격적으로 실망스러운 영화였지만, [셜록 홈즈]를 통해 다시 한번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맨 프롬 UNCLE]와 [킹 아서 : 제왕의 검]을 제대로 말아먹으며 과연 할리우드에서 더 이상 감독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번엔 반등 차례이다. [알라딘]은 가이 리치 감독이 천재성을 다시 한번 발휘하며 그의 감독으로써의 역량이 충분히 통함을 증명한 영화이다. 1993년 [알라딘]을 봤을 때의 즐거움을 훌쩍 뛰어넘어 2시간 내내 행복했던 나로서는 '네가 있어서 행복해'를 외칠만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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