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준비] 4050, 목표 중심의 성공을 넘어 목적 중심의 성장으로
4050, 목표 중심의 성공을 넘어 목적 중심의 성장으로
세컨드 에이지에서 서드 에이지로 넘어가는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의 전환기를 중년이라고 한다. 이때가 인생 100세 시대에 전반부에서 후반부로 넘어가는 생애 주기의 하프라인에 해당하는 중요한 시기다. 흔히 중년을 인생의 황금기라고 하지만, 중년은 가정적으로 부모 요양과 자녀교육, 결혼 등으로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시기다.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고 직장생활에 대한 위기감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노후 준비를 본격적으로 해나가야 하는데 언제 구조조정으로 밀려나 은퇴라는 낯선 광야의 세계로 내몰릴지 모른다. 젊은 날에 이루고 싶었던 꿈의 실현은 여전히 요원해 보이고 초조해지기도 한다. 가정에서 가장으로서 짊어진 짐이 무겁고 직장에서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한 책임이 막중해 때때로 몸이 아파도 섣불리 아프다고 말할 수 없는 세대가 중년이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최저 수준이고 생애 주기상 가장 힘들고 고달픈 시기인 이때, 4050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50세를 넘어서 서드 에이지에 진입하게 되면 삶의 로드맵을 역할 중심에서 벗어나 가치와 의미 중심으로 다시 그려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성공을 위한 경쟁적인 삶에서 성장을 위한 가치 있는 삶으로 방향키를 틀어야 한다. 그래야 풍요로운 인생 후반부의 삶을 통해 노후까지 행복지수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가 성공을 꿈꾸며 살아간다. 성공은 내일의 희망이고 좋은 삶을 살기 위한 미래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실패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효율과 실적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경쟁적인 사회에는 성공의 덫에 갇혀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다음은 세계적인 경영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가 추천했다는 베스트셀러 <하프타임>의 저자 밥 버포드의 이야기다.
당시 텔레비전 사업은 우리가 가장 낙관적으로 전망한 수준을 훨씬 웃돌아 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언제까지 얼마를 모으겠다는 목표를 아주 일찌감치, 그것도 목표 액수를 훨씬 넘겨 달성했다. 나는 큰 집을 샀다. 스포츠카 재규어도 샀다. 원하면 지구 어디라도 여행할 수 있었고 실제로 여행을 다녔다. 다른 목표도 거의 달성하거나 목표치를 훨씬 넘어섰다.
버포드는 이미 마흔넷의 나이에 사업가로서 자신이 거둔 이 대성공을 성공 공황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사업에서 목표치를 초과 달성해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성공 이후에 남아 있는 인생의 후반부를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후난성의 세계적인 관광 명소 장가계에 가면 천문산이 있다. 천문산에서 최고의 볼거리는 천문동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진기한 천연 종유동굴이다. 셔틀버스가 다니는 광장 아래에서부터 천문동까지는 999개의 계단이 놓여 있다. 물론 보통은 그곳을 올라가는데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7.5킬로미터에 달하는 케이블카를 이용한다.
버포드가 인생의 전반부에서 그랬던 것처럼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천문동에 있는 999개 계단이 지루하고 거추장스럽게만 느껴질 것이다. 차라리 근처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 훨씬 스마트해 보인다. 어서 빨리 목표를 달성하면 그만이지 않은가.
그러나 성장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하나하나의 계단이 의미 있고 소중하다. 한 계단씩 올라간다는 것이 고통일 수도 있지만, 비록 느리기는 해도 떼어놓는 발걸음마다 그만큼 정상에 가까워진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전후좌우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관조하면서 매 계단마다 고통과 희열을 함께 느끼며 올라가는 생생한 체험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꾸준히 성장하는 가치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성공과 성장의 사전적 의미의 차이는 단순하다. 성공이란 목표로 한 것을 이루는 것이고, 성장은 자라서 점점 커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두 단어의 깊은 뜻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대조가 될 만큼 의미가 사뭇 다르다. 성공은 권력, 지위, 돈과 같은 외형적 목표를 대상으로 한다. 반면에 성장은 의미, 품격, 비전 등 내면적 가치를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 성공했다고 해서 반드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꾸준히 성장하면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성장은 과정이고, 성공은 성장의 결과물이다.
인생의 전반부에는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전 생애를 통해 재무적 안정을 뒷받침할 자산의 축적을 위해 성공을 목표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지나친 성공 지향적 삶은 버포드가 경험한 것처럼 인생의 전반부를 지나고 나서 성공 공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50세 전후로 하프라인을 돌아 서드 에이지와 인생의 후반부에 진입하게 되면 성공 중심에서 가치 있는 성장으로 삶의 방향키를 틀어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