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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오성윤, 이춘백

더빙 : 도경수, 박소담, 박철민, 강석,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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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너무나도 특별했던 [마당을 나온 암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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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미래의 미라이]를 선택하고 [언더독]은 포기하자 아들은 아내한테 섭섭해했다. "어떻게 [마당을 나온 암탉] 감독의 영화를 안 볼 수가 있어요?"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아들을 달래며 나는 이틀 연속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아들과 함께 극장으로 향했다. 아들이 [언더독]을 보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내에게 섭섭함을 토로한 이유는 그만큼 [마당을 나온 암탉]이 우리 가족에게 매우 특별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때는 2011년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나를 닮아 유난히 겁이 많은 아들은 친구들에게 무서운 괴담을 들었고, 그날 이후 잠을 자면 악몽을 꾼다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긴 상상력이 많은 아이였던 나도 그랬었다. 아들의 그 두려움을 잘 알기에 그 두려움을 달래주기 위해 나는 동화 작가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아들에게 읽어줬다. 내가 아들에게 읽어준 수많은 동화 중에서 <마당을 나온 암탉>이 특별한 이유는 초록을 위한 잎싹의 희생 덕분이다. 동화는 모두 아름답고 권선징악으로 행복하게 끝이 날 것이라는 선입견을 <마당을 나온 암탉>은 잎싹의 희생으로 완벽하게 깨부쉈다. 그 덕분에 나도, 아들도, 그리고 아내도 <마당을 나온 암탉>에 감동을 느낄 수가 있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감동은 책을 읽은 후 2주 후에 개봉한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이어졌다. 비록 오성윤 감독은 원작 동화에 비해 밝은 분위기로 [마당을 나온 암탉]을 바꾸어 놓았다. 그로 인하여 감동의 무게는 작아졌으나 영화의 재미는 더욱 커졌다. 특히 원작에는 없었던 달수(박철민)라는 코믹 캐릭터를 추가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아들은 8년 전의 감동의 추억을 가슴에 품었고, 오성윤 감독의 차기작 [언더독]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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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보다는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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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언더독]은 [마당을 나온 암탉]과 비교해서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는 떨어진다. 인간에게 버려진 개들의 모험이라는 소재 자체가 그다지 새롭지 않고, 이야기의 전개 또한 치밀하지 못하다. 하지만 [언더독]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가지고 있는 영화이다. 비록 [마당을 나온 암탉]보다는 못하지만, 분명 최근 개봉한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꽤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주인에게 버려진 뭉치(도경수)의 모습이다. 주인은 뭉치를 한적한 언덕에 버리며 "오히려 이것이 뭉치에겐 더 잘 된 일이야."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리고 무슨 큰 선심이라도 쓰는 듯 사료 한 포대를 뭉치에게 남겨주고 떠나 버린다.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는 뭉치는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하지만 주인은 오지 않고 대신 짱아(박철민)를 리더로 한 떠돌이 개 일당을 만나 그들과 함께 한다.

일단 우리가 개를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한다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주인을 찾아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을 되돌아온 개의 이야기라던가, 죽은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개의 이야기 같은 주인을 위한 개의 충직함을 담은 것들 말이다. [언더독]도 그와 비슷하게 시작한다. 하지만 뭉치는 그런 전형적인 충직한 개의 길을 걷지 않는다. 영화 초반,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주인이 사준 선물인 테니스 공을 강물에 떠나보낸 뭉치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버려진 개들과 함께 험난한 모험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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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닌 개를 위한 개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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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동안 개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철저하게 사람의 시선으로 그려져 있었다. 우리 인간들이 개에게 원하는 로망을 감동이라는 상자 안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왜 꼭 개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해야만 하는 것일까? 사람이 아닌, 개를 위한 개의 영화는 없는 걸까? 아니, 바로 여기 있다. 그것이 바로 [언더독]이다.

[언더독]은 철저하게 개의 주인을 배제시켰다. 뭉치의 주인은 영화 초반 뭉치를 버릴 때 잠시 등장한다. 그 외에 다른 다른 개들의 주인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개의 주인뿐만 아니라 영화 속의 사람들은 대부분 개를 괴롭히는 악인들이다. 특히 뭉치 일행을 끝까지 쫓는 개장수(이준혁)의 경우는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과하게 악하다.

영화에서 떠돌이 개들에게 잘 대해주는 인간은 셋뿐이다. 짱아 일당이 음식물 쓰레기를 얻어먹는 식당의 종업원과 비무장지대를 가기 전 만난 부부가 전부인데, 그중에서 식당 종업원은 외국인 노동자이다. 그는 떠돌이 개들에게 먹이를 줬다는 이유로 고약한 인상의 식당 주인아줌마한테 쫓겨나는데, 인간에게나 개에게나, 약한 자에게만 강한 인간의 악한 속성을 잘 드러내는 설정이다. 이와 반대로 비무장지대에서 만난 부부의 집은 마치 비현실적인 천국의 공간처럼 보인다. 하지만 짱아를 제외한 뭉치와 친구들은 그곳에 머물지 않고 길을 떠난다. 더 이상 자신들의 삶을 인간에게 맡길 수가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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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다는 어른에게 이 영화가 잔인하게 느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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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웃 중 한 명이 내게 "[마당을 나온 암탉]과 비교해서 잔인한 장면이 있으니 아이들과 보실 때 주의를 요합니다."라고 충고했다. 아마 그는 내 아들이 벌써 열일곱 살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충고를 해준 것 같다. 아무리 내 아들이 나를 닮아 겁이 많아도 전체 관람가 등급의 애니메이션을 보며 잔인함에 충격을 받을 일은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12세 이하 아이들이 본다면 [언더독]은 잔인할까? 글쎄. 영화를 볼 때 내 뒷자리에 유치원생인 듯한 여자아이가 아빠 손을 잡고 [언더독]을 관람했는데, 무섭다고 칭얼대지 않은 것을 보니 딱히 어린아이들에게도 이 영화가 잔인하게 느껴지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어른들은 이 영화가 잔인하다고 느껴질까? 그것은 개 사육장, 로드킬 등의 장면 때문일 것이다. 우리 어른들은 개 사육장의 잔인한 시스템에 대해서 잘 안다. 밤이(박소담)가 도망친 개장수의 개 사육장은 암컷들은 죽을 때까지 새끼를 낳아야 하고, 수컷들은 좁은 사육장에 갇혀 있다가 개싸움, 혹은 개고기로 팔려간다. 다행히 [언더독]에서는 그러한 개 사육장의 현실에 대해서 자세히 나오지 않고 얼핏 언급하는 것으로 끝냈다. 만약 개 사육장의 현실이 자세히 나왔다면 [언더독]은 15세 관람가 이상의 등급이 필요한 영화였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개는 그냥 귀여운 애완동물이다. 그렇기에 [언더독]에 나온 개들은 그냥 주인에게 버려진 불쌍한 개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어른들은 주인 없는 떠돌이 개의 비참한 인생을 잘 안다. 쓰레기통을 뒤지고, 사람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거나 차에 치여 죽고, 혹은 사람에게 잡혀가 개고기 신세가 되는 떠돌이 개들의 인생. 그것은 불쌍한 것이 아닌 잔인한 것이다. [언더독]이 유독 어른들에게 잔인하게 느껴진 이유는 어린아이들과는 달리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