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day

마이 마니아

대중문화 마니아 리스트
이 세상 모든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영화를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닌,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
마니아 칼럼(대중문화) 즐겨찾기
[부탁 하나만 들어줘] - 이토록 귀여운 스릴러라니...
12  쭈니 2018.12.13 11:12:41
조회 452 댓글 2 신고

 

감독 : 폴 페이그
주연 : 안나 켄드릭, 블레이크 라이블리, 헨리 골딩

내 두뇌를 팽팽하게 조여줄 스릴러 영화가 간절했다. 스릴러 영화에 대한 이러한 갈망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덮쳤다. 하지만 과연 나를 만족시켜줄 스릴러 영화가 있을까? 다른 장르의 영화는 대체적으로 너그럽게 관람하는 편이지만, 스릴러 장르의 영화만큼은 깐깐하게 보는 편이기에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재미있게 본 스릴러 영화는 그다지 없다. 이렇게 스릴러 영화에 대한 갑작스러운 갈망과 나를 만족시켜줄 스릴러 영화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동안 나를 괴롭혔다.
그때 [부탁 하나만 들어줘]의 개봉 소식이 들려왔다. 일단 감독이 폴 페이그이다. 폴 페이그 감독은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히트], [스파이], [고스트버스터즈]를 연출한 코미디 전문 감독이 아니던가? 폴 페이그가 스릴러를? 약간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주연은 안나 켄드릭과 블레이크 라이블리이다. 이 두 배우 역시 스릴러 영화와 매치가 잘 안된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인 안나 켄드릭이 스릴러 영화의 주인공이라니, 그녀의 귀여움이 어떻게 스릴러의 잔혹함에 녹아들 수 있을까?
분명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감독과 주연의 이름만 봐서는 기대보다는 의구심이 먼저 드는 영화이다. 하지만 지난 9월 14일 북미에서 개봉하여 5천3백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고, 관객의 평가도 꽤 양호했다고 하니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나는 [부탁 하나만 들어줘]가 국내 개봉한  12일 수요일, 오후 6시에 시곗바늘이 닿자마자 칼퇴근을 감행하였다. 저녁 식사도 포기하고 혼자 [부탁 하나만 들어줘]가 상영하는 극장 한구석에 자리 잡아 한동안 나를 괴롭혔던 스릴러 영화에 대한 갈망을 풀어주고 왔다. (이후 스포 잔뜩) 

 

 

 

 

결론부터 말하겠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스릴러 장르로만 평가하자면 그다지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에밀리(블레이크 라이블리)의 행동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4백만 달러의 보험금을 위해 자신의 죽음을 조작했다. 그녀의 계획은 남편인 숀(헨리 골딩)도 모르게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에밀리의 계획은 자신의 사망 보험금 4백만 달러를 받으면 가족들과 함께 해외에서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오지랖 넓은 스테파니(안나 켄드릭)가 중간에 끼어든 것이다. 스테파니가 숀과 사랑에 빠지자 에밀리는 스테파니에게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실하게 밝힌다. 마치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보험금은 필요 없다는 듯이... 이건 에밀리의 캐릭터와 전혀 맞지 않다. 그녀는 자신의 범죄가 스테파니에게 들통날 위기에 처하자 숀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려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가. 다시 말해 그녀는 숀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그런 그녀가 보험금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며 스테파니에게 자신이 살아 있음을 드러낸다고?
에밀리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한 것에는 두 가지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먼저 질투심이다. 하지만 에밀리는 스테파니에게 밝혔듯이 숀의 여성 조교와 함께 숀과 섹스를 나눴을 정도로 자유분방하다. (물론 그것은 그녀의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그녀가 숀과 스테파니의 관계에 대한 질투 때문에 자신의 계획을 망쳐버리는 실수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남은 이유는 단 하나이다. 에밀리는 스테파니를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의 영화적 재미는 바로 에밀리가 과소평가한 스테파니의 맹활약에서 비롯된다. 사실 에밀리가 스테파니를 과소평가한 것도 이해가 되긴 한다. 영화 초반 스테파니는 아들의 학교를 쫓아다니며 학교 행사를 빠짐없이 참가하는 극성 아줌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에밀리는 스테파니를 이용해서 자신의 아들 픽업을 부탁하며 공짜로 부려먹는다. 그래도 스테파니는 불만조차 없다. 자신이 에밀리의 베스트 프렌드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에밀리 입장에서는 그러한 스테파니의 착각이 얼마나 우스웠을까?
그런데 스테파니가 에밀리의 장례식을 도와주다가 숀과 사랑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에밀리는 그것을 예상했어야 했다. 스테파니는 자신의 의붓 오빠와 섹스를 나눴을 정도로 과감한 면이 있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지 않았던가. (에밀리는 스테파니를 오빠 킬러라고 불렀다. 물론 번역이 상당히 순화된 것이다.) 치밀한 성격의 에밀리라면 그 가능성도 계산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했기에 에밀리는 스테파니에게 화가 났고,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이제 공은 스테파니에게 넘어왔다. 스테파니는 에밀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건 두 여자의 싸움에서 스테파니가 굉장히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제 스테파니는 에밀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를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 그녀의 과거를 파헤치며, 브이로그(인터넷 개인 방송)를 통해 에밀리를 도발한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의 진짜 재미는 에밀리를 향한 스테파니의 유쾌한 반격에서 나온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는 안나 켄드릭을 좋아한다. 내가 그녀의 매력에 빠진 것은 2010년 개봉작 [인 디 에어]에서였다. 그 후 그녀는 [피치 퍼펙트 3부작]에서 자신의 매력을 완벽하게 발산했고, [미스터 라잇], [더 보이스], [어카운트] 등 기괴한 스릴러 영화에서도 그녀만의 매력을 잃지 않았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이 영화가 2014년 개봉작 [나를 찾아줘]처럼 진지한 정통 스릴러 영화였다면 결코 나는 [부탁 하나만 들어줘]를 재미있게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정통 스릴러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바로 안나 켄드릭이 연기한 스테파니 때문이다. (국내 개봉 제목은 [나를 찾아줘]를 연상시키지만...)
스테파니가 에밀리의 과거를 조사하는 장면은 마치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유쾌하다. 특히 스테파니가 에밀리의 어머니 집에 청소 도우미로 위장하여 들어가는 장면은 최고였다. 화장실에 걸린 예수상을 보며 "정말 청소를 하면 거짓말한 게 아니잖아요."라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귀여워"라는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극장 안이 한산하여 다행히도 내 감탄사를 들은 관객은 없다.
안나 켄드릭의 귀여움이 어떻게 스릴러의 잔혹함에 녹아들 수 있는지 폴 페이그 감독은 모범 답안을 작성하여 내게 제출한 것이다. 그 결과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에밀리의 이해 안 되는 실수 때문에 구멍이 슝슝 뚫린 스릴러 영화가 되었지만, 지금까지 내가 본 그 어떤 스릴러 영화보다 귀여움이 뚝뚝 떨어지는 매력적인 영화가 되었다.  

 

 

 

 

스테파니는 에밀리의 드레스를 몰래 입었다가 벗겨지지 않아 끙끙 앓는 허당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총을 든 에밀리에게 주눅 들지 않고 맞서는 당당한 모습까지 펼쳐 보여준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그야말로 안나 켄드릭의 매력을 완벽하게 담아낸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렇기에 안나 켄드릭을 좋아하는 내겐 최고의 선물이었다.
물론 블레이크 라이블리도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그녀가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그녀의 스타일리시한 멋스러움이 최대로 발휘된다. 그녀는 시종일관 섹시함과 세련됨으로 영화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자신의 범죄를 스테파니에게 들킨 후 자신의 무덤에서 스테파니와 만나는 장면에서의 과감한 옷차림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범죄를 숀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해 얼굴에 스스로 상처를 입힐 때의 표정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귀여운 스테파니와 섹스한 에밀리라는 서로 대척되는 여성 캐릭터를 통해 영화의 재미를 획득한 셈이다.
영화가 끝난 후 스테파니, 에밀리, 숀의 근황을 소개하는 자막은 코미디 영화 전문 감독 폴 페이그다운 재치를 느낄 수가 있다. 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서 캐릭터의 근황을 담은 자막을 내보내기에 영화를 가볍게 즐기다가 갑자기 근황 자막을 본 나는 "이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가?"하며 잠시 당황해했다. 영화가 끝나고 집에 도착하니 개운한 기분이다. 비록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내 두뇌를 팽팽하게 조여줄 스릴러 영화는 아니었지만 정말 유쾌한 기분으로 맘껏 즐길 수 있는 스릴러 영화였기 때문이다. 

 

 

3
페이스북 로그인
꾸미기
행운의 다이아몬드~ 클릭하시면 포인트 5점을 드려요~
마니아 혜택/신청
Copyright ⓒ EZHLD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