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락> 충분히 있음직한 이야기
▣ 원작 스페인 스릴러에서 많은 부분이 각색되어 있습니다
충분히 있음직한 일이기 때문에 생기게 되는 공감대와 몰입감
스페인 스릴러 <슬립 타이트>가 원작인 작품, 많은 부분에서 각색되어 있습니다 <사라진 밤>처럼 <도어락> 역시 스페인 스릴러 <슬립 타이트>(국내 개봉 제목 <곤히 주무세요>)가 원작인 리메이크 영화입니다. 다만 이 원작의 경우 그다지 많이 알려진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모르시는 분들이 다수일듯 한데 먼저 간단하게 원작에 대해 이야기해 볼께요. <슬립 타이트>는 '범인'이라 칭할 수 있는 캐릭터가 처음부터 드러나 있습니다. '누가 범인인가'를 찾는 이야기가 아닌란 것이죠. 그보다 다른 이에게 고통을 주는 것에서 쾌락을 느끼는 사이코패스 같은 범인으로 인해 자고 있는 동안 피해자가 되었고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당할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 찝찝하게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그렇다보니 엔딩 역시 불쾌함이 남았었는데 이와 비교했을 때 <도어락>은 많은 부분 각색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경민이 혼자 살고 있는 원룸에 누군가 침입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우선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한다면 '경민'(공효진)이 혼자 살고 있는 원룸에 침입하려는 시도를 보였고 그녀 주변에서 일어난 강력 사건들을 저지른 존재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점입니다. 그래서 경민은 점점 더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누가 범인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 <도어락>의 주된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원작의 큰 뼈대 정도만 가지고 왔을 뿐 담아내는 이야기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었고요. 또한 극중에서는 혼자사는 여성인 '경민'(공효진)이 여러가지 상황들에 노출되면서 사건의 피해자가 되지만 단순히 범위를 한정짓기 보다는 누구나 이런 강력 범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섬뜩함이 있습니다. 충분히 있음직한 일이기 때문에 그녀가 느끼는 불안감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고요. 그래서 영화 초반부터 빠르게 몰입감이 만들어집니다.
▣ 영화 초반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이어지는 '상황'
신경과민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이상한 현실에서 지쳐가는 '경민'
신경과민에 걸리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이어지는 상황들, 그 속에서 느끼는 경민의 불안감 <도어락>의 이야기는 세 파트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경민의 집에 누군가 들어오려 시도하는 흔적들이 있지만 이것이 정말 일어난 일이고 누군가 나쁜 의도를 갖고 접근한 것일까, 아니면 경민이 과하게 느끼고 반응하는 것인가와 같은 도입부입니다. 여기선 어떤 '징조'가 보이긴 하지만 아직 어떤 사건의 실체가 나타나기 전이죠. 때문에 무성의함으로 일관하는 경찰들의 모습은 악역으로 느껴질 정도이지만 이런 실제 케이스가 많았기 때문에 과장된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별일 아닌듯 여기는 주변의 시선과 달리 편히 쉬어야 하는 '집'이란 공간이 점점 더 두려워지는 '경민'의 내면은 불안함, 두려움 등의 다양한 감정들로 압박됩니다. 누구라도 신경과민에 걸리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상황들이 이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긴장감까지 만들어지고 있었고요.
'상황'들이 실제 강력 사건으로,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인가? 두번째는 이제 미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그 집을 나올 수 밖에 없게 되면서 외부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상황에 커다란 변화를 주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으니 이제 '누가 범인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죠. 여기서는 또 주변에 있는 남자들 모두가 의심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 '범인 찾기'가 흥미로운 그림들로 채워지고 긴장감과 몰입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범인이 밝혀진 이후입니다. 끝내 정체가 드러났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라 이어지는 새로운 상황과 범인이 그런 짓들을 저지른 이유 등이 다시 한번 새로운 무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채워지는 것이죠. 다만 범인이 밝혀지고 난 이 후의 '세번째 스테이지'는 앞선 상황들보다는 살짝 힘이 빠지는 모습이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한 것으로 보입니다.
▣ 단순하게 이건 그냥 '영화속 이야기니까' 라고
치부해버릴 수 없기 때문에 더 섬뜩하게 느껴지는 <도어락>
몰입감 있는 이야기,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작품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감을 잃지 않았고 거기서 만들어지는 긴장감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스릴러로 완성되어 있었던 작품 <도어락>입니다. 그 속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었던 공효진 배우는 너무나도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점점 피폐해져가는 주인공 캐릭터의 외면과 내면 모두를 잘 표현해내고 있었고요. <미씽>에서도 캐릭터가 느끼는 복잡한 내면을 잘 표현해낸 공배우 였었는데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네요. 수고가 많았을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타자화 해버릴 수 없는 현실 반영적인 이야기, 그래서 더 섬뜩하게 와닿는 오컬트스러운 상황들과 귀신, 초자연적 현상, 괴생명체 출몰 등을 소재로 하는 작품의 경우, 영화라서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보기 때문에 현실과는 분리할 수 있는, 이른바 '타자화'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즐겁게 관람하곤 하고요. 하지만 현실 반영적인 이야기들로 인해 단순하게 타자화 해버릴 수 없는 작품들의 경우에는 언급한 스타일의 작품들보다 훨씬 섬뜩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봐도, 아니 그럴 것도 없이 당장 뉴스만 보더라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강력 범죄의 일부니까요. <도어락> 역시 그 범주에 포함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가장 편안하게 쉬어야 하는 공간에서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현실, 우리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