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 로맨틱한 타임슬립과 기괴한 평행우주 사이
감독 : 신보 아키유키
더빙 : 히로세 스즈, 스다 마사키
어쩌면 내가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에 너무 단순한 영화적 재미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의 원작자는 이와이 슌지이다. [러브레터]와 같은 순백의 멜로 영화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게다가 이 영화의 키워드는 첫사랑과 타임슬립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너의 이름은.]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결코 내가 허황된 기대를 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내가 기대했던 영화가 아니었다. 며칠 전 [플래니테리엄]을 보며 느꼈던 당혹스러움을 이 영화에서도 느껴졌다. 물론 [플래니테리엄]만큼은 아니지만...
내가 영화의 처음부터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 가면 갈수록 이 영화에 타임슬립이 아닌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게 뭐지?'라며 머리가 멍해지기도 했다. 과연 그 무엇이 나를 이렇게 당혹스럽게 만든 것일까? 지금부터 영화의 내용과 함께 간단하게 정리해보려 한다.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의 주인공은 노리미치(스다 마사키)와 나즈나(히로세 스즈)이다. 노리미치는 나즈나를 남몰래 짝사랑한다. 하지만 절친한 친구인 유스케(미야노 마모루) 역시 나즈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겉으로 내색을 하지 않는다.
나즈나는 어머니의 재혼으로 전학을 가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나즈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자신의 의사를 묻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에 반항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그녀는 노리미치와 유스케에게 수영 내기를 제안하고, 자신이 이기면 소원을 들어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당연히 나즈나가 1등을 들어온다. 나즈나는 마음속으로 2등으로 들어오는 사람에게 불꽃축제를 같이 가자고 청할 생각이었다. 사실 불꽃축제는 핑계이고, 그녀는 가출을 결심한 것이다.
수영 내기에서 나즈나 다음으로 들어온 것은 유스케이다. 하지만 유스케는 나즈나를 바람맞히고 친구들과 등대로 불꽃을 보러 간다. 어머니에게 붙잡혀 억지로 끌려가는 나즈나를 보며 노리미치는 '만약 그때 내가 2등을 했다면...'이라는 후회를 하게 되고 거짓말처럼 시간은 수영 내기를 했던 그때로 되돌아간다.
대개 타임슬립 영화에서 시간 여행은 뭔가를 매개체로 한다.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의 경우는 나즈나가 바닷가에서 주은 정체불명의 구슬이 시간 여행의 매개체이다. 노리미치는 나즈나가 끌려가며 흘린 구슬을 던지면서 '만약 그때 내가...'라며 후회를 하면 시간이 되돌려지는 것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도 그랬듯이 노리미치는 나즈나와의 완벽한 하루를 위해 여러 번 시간을 되돌린다. 그렇게 노리미치는 나즈나와의 완벽한 하루를 조금씩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노리미치 친구들의 실없는 내기에서처럼 어떨 땐 불꽃이 납작해 보이기도 하고, 어떨 땐 둥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노리미치와 나즈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아닌, 전혀 다른 세상에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영화의 소재는 타임슬립에서 평행우주로 넘어간다.
우리는 누구나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를 한다. 그렇기에 시간을 되돌려 후회를 없애고 싶어 한다. 그러한 사람의 심리가 시간 여행 소재의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도 마찬가지이다. 나즈나를 짝사랑하는 소년 노리미치는 나즈나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계속 후회를 하고 시간을 되돌려 그러한 후회를 지워나간다.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이 영화는 꽤 매력적인 SF 멜로가 된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리며 알 수 없는 평행우주 안에 갇힌다면... 이러한 설정은 더 이상 로맨틱하지 않다. 아니 조금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노리미치와 나즈나가 마지막으로 함께한 세상은 이상한 곳이다. 기차는 바다 위를 달리고, 하늘은 크리스털 둠처럼 막혀있다. 하늘로 쏘아 올려진 불꽃이 납작해 보이는 세상도 이상하고, 반대로 둥그렇게 보이는 세상도 이상하다. 영화에 평행우주 개념이 섞이며 로맨틱한 분위기는 기괴하게 일그러진다.
결국 구슬은 깨지고, 노리미치와 나즈나의 머리 위에 흩뿌려지는 구슬의 조각에는 그들이 함께한 수많은 오늘의 영상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영원히 기괴한 평행우주 속에 갇힌 것일까? 그것은 알 수 없다. 그래도 이 영화가 첫사랑 영화임을 감안한다면 기왕이면 노리미치와 나즈나가 결국은 행복했을 결말을 상상하고 싶다.
영화의 초반 담임선생님을 대놓고 성희롱하는 아이들의 모습, 뜬금없이 노리미치에게 사랑의 도피를 하자며 유혹하는 나즈나의 엉뚱함. 솔직히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화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던 영화이다. 특히 나로서는 나즈나가 이해가 되지 않는 캐릭터인데, 노리미치에게 도쿄에서 나이를 속이고 술집에서 일하면 돈 걱정은 없을 것이라며 나이에 맞지 않는 소리를 하더니, 갑자기 아이돌을 하면 잘 할 것 같다며 노래를 부르는 어린 소녀의 천진함을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노리미치의 나즈나의 키가 크게 설정된 것은 나이에 맞지 않은 나즈나의 성숙함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순백의 SF 로맨스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나즈나의 엉뚱함과 내 기대와는 달리 타임슬립에서 갑자기 평행우주로 넘어간 전개를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내게 당혹스러운 영화가 되어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