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플레이! 플레이!”
“플레이! 플레이!”
전 야구를 잘 모릅니다. 그저 타자가 친 걸 상대방이 한 번에 잡으면 ‘아웃’이라는 것과 공이 멀리 넘어가면 ‘홈런’이라는 것 정도만 알지요. 남편과 딸아이의 설명을 들으며 야구를 관람하고 있는데, 우리가 응원하는 팀은 점수를 내지 못하고 있더군요. 마음먹고 왔는데 득점하지 못하니 마음이 많이 안타깝더라고요.
딸아이는 응원봉까지 사와 아빠와 미친 듯이 응원합니다. 그러나 점수는 6회 말 10:0. 지고 있으니 몇몇 사람들은 ‘에이 졌다. 그냥 가자.’라면서 가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저도 그분들에게 팁을 얻어 남편에게 이야기했지요. “오빠 8회 말까지 점수 못 얻으면 그냥 가자!”라고 말이지요.
어차피 진 게임. 이미 끝나버린 게임인 것 같지만 우리 팀의 공격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일어나서 미친 듯이 응원합니다. 목청껏 선수 이름을 부르며 ‘ㅇㅇㅇ 안타~~ 플레이! 플레이! ㅇㅇㅇ’
그런데 7회에 대박사건이 일어납니다. ‘홈런’이 터진 겁니다. 남편을 붙들고, 딸아이를 붙들고 우리는 함께 너무너무 행복해했지요. 응원하던 사람들도 난리가 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그래봤자 10:3이라고요.
뻔히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경기에서도 사람들은 계속 응원을 합니다. 8회에서도 득점을 할 수 없었지요. 마지막 9회 말에는 상대팀이 또 3점을 득점해서 13:3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계속 응원을 합니다. 그런 응원의 열기가 전달되었는지 마지막에 우리 팀이 1점을 득점합니다. 끝난 게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점을 득점할 때 응원하던 우리들은 소리를 지르며 뒤로 넘어갑니다.
그렇게 경기가 끝나고, 야구장을 빠져나오면서 딸아이가 이야기합니다.“아빠~ 꼭 이겨야 재밌는 건 아닌가 봐. 졌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재밌었어.”
맞아요. 맞더라고요! 지는 게임이었고, 역전을 예상하기에는 힘들었던 게임. 저는 아이에게 물어봤어요.
“지는 게임인데도 왜 재밌어?”
“비록 지지만, 홈런이 나올 때 너무 짜릿했고, 같이 소리 지르면서 응원하니까 즐거웠어. 또 마지막에 1점 낼 때도 너무 좋고.”
응원을 하는 많은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나 자신을 저렇게 끝까지 응원한다면 어떨까?’
비록 내가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언제 밀렸냐는 듯이, 마치 진 적이 없었던 것처럼 나를 향해 응원해주면 어떨까? 어차피 시작한 게임이라면, 멈출 수 없는 게임을 해야 한다면 나를 미친 듯이 응원해준다면 어떨까?
‘지금 한다고 되겠어? 어차피 안돼!’로 포기해버렸다면 7회의 멋진 홈런은 구경하지 못했겠죠? 9회 말 더 이상 기회가 없는 그 순간에도 마지막 공격을 하는 나를 위해 응원한다면, 딸아이 말처럼 ‘지는 게임이었지만, 참 재미있었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제 저는 지금의 책을 위해 출판사와 계약을 했습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날에도 저는 여전히 제가 책을 내도 되는 건지, 제 글이 괜찮은 건지 걱정입니다. 이미 책은 내기로 했고, 원고는 넘어가 이미 게임은 시작되었는데 저는 관중들처럼 저를 응원했던 적이 없어요.
어차피 지는 게임이면 어떤가요?!당연히 처음 쓰는 책이고, 유명인도 아닌 제가 출판을 하면 13:0의 진 게임이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글을 쓰고 출판하는 과정 속에서 “플레이! 플레이!”를 외치다 보면 1점이라도 득점하지 않을까요? 물론 게임의 결과에 있어 아무 영향도 없는 1점이지만, 저를 향해 응원하고 있을 때 진정 그 1점을 기뻐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혹시 알아요. 홈런 한 번 만날 수도 있잖아요. 같이 응원하실래요?
저는 오늘도 외쳐보려고요!
“플레이! 플레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