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출판사 <시마다 준이치로> 저/<박정소> 역

북콘(bookon), 2018년01월

평점

**이렇게 더운 날엔 술술 읽히는 에세이가 좋은 것 같아서, 이웃 나라의 책을 읽어봤습니다. 자극적인 뉴스로 더 더워지는 이 여름, 동시대를 살고 있는 어느 출판인의 잔잔한 이야기가 뜨겁지 않고 미지근하게 온도를 낮춰주네요. 여름과 싸우거나 맞서거나 그래도 어쩔 수 없으면 피하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아요.

어딘가 푹 빠져 더위를 잊을 수 있다면, 책은 어떨까요? ^^

독서삼도(讀書三到)

친구들은 취업에 열중할 때 저자 준이치로는 문예부 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반항심인지 취업이 하기 싫었던 건지 자소서에 읽은 어려운 책 목록만 줄줄히 써 내놓았으니 취업이 잘 될리가 있을까요. 그러던 중 6개월 차이 사촌형의 죽음을 계기로 슬퍼하고 있는 이모와 이모부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어 책을 내려고 하지만 길이 열리지 않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출판사를 시작하지만,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고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야기들을 비교적 솔직하게 담았네요. 그리고 덤인 듯 작가의 얼굴처럼 모나지 않게 여리게 살아가는 여행, 연애, 신변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는데요. 국적과 지명은 달라도 어쩐지 피부처럼 가깝게 느껴집니다. 모처럼 사람의 온정이란 것이 느껴져요.

그 예전에는 창업, 출간, 개업, 취업, 결혼, 연애, 입학, 자격증 취득, 이런 문턱 하나만 넘기면 고생이 끝날 것만 같던 순진했던 시절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만고 끝에 무엇인가를 시작하고 얻었다고 해서 동화처럼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나진 않더라고요.

작가는 취업난을 뚫는 대신 창업을 택했지만, 그것만으로로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빚만 지고 부모님과 주위사람들에게 걱정만 끼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책을 내겠다는 생각으로, 사촌형을 생각하며, 슬퍼하는 친척을 생각하며 위로를 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출판사를 지켜나갑니다. 책을 기획하면 출간전부터 서점 영업을 직접 뛰더라고요.  그렇게 만나던 서점 사장. 직원들과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도움을 받고 위기를 극복하고 격려도 받으며 지금까지도 지속해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위기가 있을 때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그의 인성을 뒷받침하는 능력일테지만, 무엇보다 그의 책을 대하는 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출간이 출판사나 작가의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책은 독자에게 알려 읽혀야 하고 출판사를 폐업하는 순간까지는 운영에 차질이 없어야 합니다.  출간전부터 서점 영업을 하면서 주문을 받고, 시장 조사 하면서 다음 책 출간 계획을 하고, 디자이너를 만나고 출간이 되면 유통을 시키고, 발송, 회계, 세무, SNS홍보까지 지속적으로 연속적으로 반복하며 운영해야죠. 일인 출판사로 자신의 통장에 월급을 입금하는 대목이 인상 깊었어요. 무엇보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이유가 과시나 자기 만족이 아닌 책임을 진다는 듯 느껴졌거든요.

출판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관계처럼 사업이나 취미도 운이 좌우하기보다는 시절인연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버티거나 이어갈래도 그럴 수 없어 놓아야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죠. 저자의 책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자책, 불안, 고민, 걱정, 슬픔 그런 내용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래서 더 공감이 되는 것 같아요. 자기 사업을 하면서 스스로 선택한 결정에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자책하고 불안해 하는 것은 당연하단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취업 대신 권하는 시리즈 중에 하나입니다. 취업이 힘드니 스펙을 쌓는다고 젊은 시간과 넘치는 체력을 흘려보내느니 대신 창업이나 대체적은 것들을 권하는 요즘이지만, 이 책의 내용만 보더라도 창업은 결코 취미처럼 가벼운 분야가 아닌 것 같습니다. 유저와 오너와의 차이는 크게 다르니까요.

창업, 취미도 너무 많이 알아버리기 전에 무모해도 좋으니 도전해 보라고 슬쩍 희망을 흘리고 싶습니다.

그런 젊음이 부럽기도 하네요. 하지만 아직 남은 날이 더 많으니 늦지 않았을 겁니다.

출판이나 창업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