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운동회]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 김수안양도 나온다 하고 해서 영화 [우리들]을 떠올리며
같은 느낌의 작품이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생각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영화가 나쁘지는 않았는데 기대의 방향과 너무 달라서 실망하게 된 작품입니다.

다수의 영화제에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은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지는 건 제일 싫은 9살 소녀 승희
짝사랑에 배신당한 것도 모자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족들까지 속을 썩인다.
아빠는 해고당하고, 엄마는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할아버지는 아버지연합에서 활동하고, 삼촌은 의욕만 앞서있다.

가족이지만 서로에게 말 못할 비밀을 가진 이들은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순간, 마주하게 된다.

운동회에 참여하기 위해 자동차에 타고 있는 승희의 가족들의 모습을 보니
무슨 큰 사고라도 당한 것처럼 여기저기 다치고, 깁스를 하고 있는데요,
왜 이런 모습이 됐는지 사건의 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9살 승희는 전학 온 남학생 대니얼을 좋아하지만 대니얼은 이미 여친이 있고
운동회에서 2인 3각 경기에 출전해 대니얼 커플을 이기겠다고 다짐하지만
승희의 짝꿍은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승희의 가족들... 아빠는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하고, 동료들과 함께 복직 시위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이고, 엄마는 쉼터 급식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중 젠틀한 이사장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영화일을 하는 삼촌은 영화일이 무산되며 돈을 떼이고, 할아버지는 공짜 막걸리 준다는 것에 넘어가
아버지 연합에 가입을 한다.

그렇게 콩가루 같은 가족들은 아빠가 복직 시위를 하는 현장에서 마주하게 된다.
아빠는 복직 시위를 하고, 삼촌은 일당 준다는 말에 뭔지도 모르고 갔다가 용역깡패로, 빨갱이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며 할아버지는 아버지 연합회원으로, 엄마는 식사 제공 자원봉사자로
그렇게 얽히고설켜서 때리고 부수고 하다가 그들은 그렇게 팔다리가 부러지게 된 것이다.

이 모습은 우스꽝스럽게 나오는데 어쩌면 이 모습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민낯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웃긴 장면을 보면서도 웃을 수 없었고, 씁쓸하였다.

승희네 가족들을 보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외롭고 소외된 노인과 돈 때문에 깡패가 될 수밖에 없었던 청년과, 해고된 장년층까지....
아마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감독은 용역깡패와 보수단체 회원과 시위 노동자가 한 프레임에 담긴 신문 속 사진을 보고
영화를 구성하게 됐다고 한다.
재료는 좋은데 잘 가공하지 않아서 먹기 불편한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난 이 영화를 [우리들]처럼 따뜻한 이야기로 기대했다.
아마 많은 사람들도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 좋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내용의 기대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하도록 제목을 정하거나 홍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