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중 독일의 루르 댐을 성공적으로 폭파시킨 이야기를 다룬 전쟁 영화. 1955년 아카데미 시각 효과상 노미네이트.

1942년 봄, 월리스 박사(마이클 레드그레이브 분)는 독일의 루르 댐을 폭파시키기 위한 폭탄을 개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잠도 안 자 가면서 실험을 하지만 번번이 실패를 하고 만다. 하지만 몇 번의 실패 끝에 결국 폭탄을 개발하는 데에 성공하게 되고 깁슨 중령(리처드 토드 분)은 그 폭탄을 가지고 독일을 향해 날아간다. 실험엔 성공했지만 이 폭탄이 루르 댐을 성공적으로 폭파시킬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공군 부대가 출동한 후 관계 당국과 월리스 박사는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린다. 월리스 박사가 개발해낸 폭탄으로 루르 댐을 성공적으로 폭파시킨 후 공군 부대 전체가 무사히 귀환할 것인가.“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셨겠죠?

그러셨다 해도 이해합니다

열정과 집착 사이에는 아주 작은 차이가 있는데

가끔은 내가 어느 쪽이었는지 구분하기 힘듭니다

독일이 1톤의 철강을 만들기 위해선 물이 얼마나 필요한지 아나?

100톤이 들어가지

루르 강 유역의 군수품 공장들은

3개의 거대한 댐에서 물을 공급받지

머너, 에이더, 소피

수로의 수면을 조절하고 전기도 꽤 많이 생산해

이 3개의 댐이 차면 4억 톤의 물을 저장해

댐이 무너졌을 때 생길 결과를 생각해 봐

이게 내 계획이야

4만 피트에서 10톤짜리 폭탄을 떨어뜨리는 거야

댐 내부 벽 밑 부분에 떨어지게 되지

그 충격이 대단할 거야 지진과 맞먹어

대장, 이 새로운 중대 말인데

이제 우리가 지겨워졌나?

우리를 내팽개치는 건가?

작은 회의를 해 보았는데

자네가 얼마나 미쳤는지 모르는 사람들한테

자네를 보내는 게 위험하다는 결론이 내려졌지

우리가 자네를 보필해야 한다는 전반적인 의견이 나왔어

그게 자네들 생각이라면 알겠네

하지만 내가 볼 땐 자네들이 미쳤어

자네들 전부 말이야

‘댐 버스터’는 제목부터 어떤 내용의 영화인지 아주 쉽게 알려주는 영화다. 2차 대전이 한창때인 1942년 독일의 주요 기간시설인 대형 댐을 폭파시키기 위해서 기발한 발상의 작전을 영국 공군이 수행한다는 내용의 영화고 아직 전쟁의 판세가 완전히 기울기 전 연합국 쪽이 우세해지도록 어떤 목숨 건 목숨 잃는 희생들이 있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더 쉽게 말해서 2차 대전을 배경으로 독일 주요 댐을 폭파하는 과정을 담은 전쟁 영화다.

원작이 있다지만 그걸 찾아볼 생각은 없고 아마도 원작은 그 과정을 좀 더 자세하게 다루고 세세한 부분까지 알 수 있지는 않았을까? 라는 짐작만 해본다.

일반적인 폭격이나 공습 방식과는 다른 기발하고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방식의 댐 폭파 방안을 만들어내고 그 발상의 전환에 조금씩 이해되고 설득되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도록 해준다.

영화의 초반은 수학적으로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만 한 작전이 실현되도록 연구자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그걸 실제로 실행하는 영국 공군 조종사들은 위험천만한 저공비행을 반복하는 과정을 번갈아 보여주며 작전의 진행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예산의 한계

지원의 한계

여러 시행착오와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

끝없는 노력과 우연한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는 과정

부정적인 시선을 이겨내면서 작전이 실제로 이뤄지도록 하는 지난한 과정

지나치게 낮은 비행으로 격추의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목숨 건 출격을 준비하는 조종사들

그리고 결국 여러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기상천외한 방식의 댐 공격 작전이 시작된다.

‘댐...’은 전쟁 영화로서 무척 전형적인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너무 전형적이라 심심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는데, 진행 방식이 단조롭지만 모범적인 방식이고 서서히 이야기를 풀어가고 조금씩 진전을 만들어내고 있어 사람에 따라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근사한 완성의 고전 영화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계획

준비

실행

‘댐...’은 이 전형적이고 평범한 진행이지만 부족함 없는 구성이라 이것 자체로 훌륭하고 멋진 결과물이었다.

볼만한 영화이지만 색다른 것 없어 아쉽다고도 말할 수 있을 영화라 생각했는데, 그런 평가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되는 인상적인 점을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다른 전쟁 영화들과 다른 특별한 점은 출격 직전 이번 출격으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비쳐주는 조종사들의 묘한 표정들과 대화들 그리고 때때로 만들어내는 적막이었다. 다른 전쟁 영화에서는 그런 방식으로 잠시 시간을 끌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주 짧은 순간일지도 모르지만 유난히 그 장면들이 기억되게 만든다.

각오한 죽음이지만 막상 때가 되니 뒤숭숭한 기분으로 출격을 기다리는 조종사들

그들의 표정들

그들이 나누는 대화들

아무렇지 않게 출격과 복귀 이후를 말하지만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보여주는 이상한 고요함 긴장감 느슨함

교과서 같다는 말을 하게 될 정도로 특징 없는 진행을 보여주던 이 영화가 갑작스럽게 불길한 적막과 고요를 담아내면서 전혀 새로운 영화로 느껴지도록 만들어준다. 그리고 잠시 그런 색다름을 보여준 다음 ‘댐...’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댐을 폭파하기까지 생각과는 달리 쉽지 않았고 많은 희생이 뒤따랐던 과정을 박진감 있게 담아내고 있다.

1955년에 제작된 영화라 특수효과나 여러 연출에 있어서 한계를 느끼게 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워낙 처음부터 탄탄한 구성과 진행(그 진행이 개성 없고 심심할지라도)을 보여줬기 때문에 흥미를 잃지 않고 볼 수 있었다.

공격은 성공적이었지만 작전에 참여한 조종사들 중 많은 이들이 사망과 행방불명이 되었고 그로 인한 무거운 책임감과 당혹감을 그리고 죽은 이들이 남겨 놓은 물건들을 통해 그리움과 슬픔을 더 절실하게 느끼도록 해주는 마무리는 좀 더 경쾌하고 위풍당당하게 끝맺었어도 나쁘지 않았을 영화에 허전한 빈자리를 둘러보는 순간을 만들고 있고 그게 이 영화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전쟁 영화 중 이 영화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적 없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지만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공군 조종사들을 너무 멋지게 보여주고 있어서 지나친 과장과 미화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 정도면 참고 볼 수 있어 재미나게 볼 수 있었다.

참고 : 영화 속에서 모든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강아지가 (이름을 지어도 왜 하필 그런 이름으로...) 갑작스럽게 자동차 뺑소니 사고로 죽게 되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을 좀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보다는 짧은 언급으로 설명해주지만 그럼에도 슬픔과 안쓰러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댐이 폭파되고 그로 인해 심각한 침수와 파괴 그리고 인명피해를 보면서도 아무런 감정적 동요를 느끼지 않았다. 인간의 공감능력이라는 것 그리고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요상하고 알다가도 모를 것인지 내 얖팍하기만 한 감수성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