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의 탄생기를 그린 전편에 비해 본격적으로 데드풀의 활약이 돋보이는 후속작. 정체성 혼란이라는 내적갈등을 극복하고 잘 살아보려는 그에게 던져진 과제는 제대로 된 가족을 갖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평범한 가족을 가져보려 했지만 커다란 상실과 절망만 잔뜩 얻고 실패하고 만다. 인생을 어떻게든 끝내보려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돌연변이가 되어버린 그에겐 죽는 것도 불가능. 그런 그에게 나타난 엑스맨들은 그의 가족이 되기를 자처하지만, 그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엑스맨에 어영부영 끼어 살던 중 '플러스 사이즈'의 돌연변이 소년 '러셀'과 만나게 되고, 그에게 가족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요염하고 섹시한 데드풀에 진짜 섹시한 언니가 일찌감치 사망해버리는 충격 속에서 이 영화는 어쩌려고 이럴까 싶었지만,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다. 로맨틱한 장면이 주는 화끈함은 사라졌지만 킬빌급으로 매끈한 절단씬들과 눈 감을 타이밍도 놓치게 만드는 급작스런 끔살씬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저 유서 깊은 집에 그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다른 영화의 등장인물들을 못살게 굴기도 한다. 집안 좋고 돈 많은 집들이야 그렇다 쳐도 DC는 좀 불쌍해질 정도. 여전히 쉴 줄 모르는 데드풀의 입은 더 거칠어졌고,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보는 대사들은 이번에도 역시 묘하게 재치의 영역에 남아 있다.

주변 캐릭터들의 매력도 영화의 맛을 살린다. 용기도 슈퍼파워가 될 수 있다고 믿게 하는 도핀더는 이 영화를 귀엽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미래에서 왔다면서 60년대 갬성을 선보이는 타노스 케이블 아저씨는 훌륭한 무기와 기술력을 선보이고, 진짜 '각본 대충 쓰네' 싶을 정도로 그 어떤 슈퍼파워보다 사기급 능력을 가진 도미노 언니는 비현실적으로 깔끔하단 이유로 기분 좋아지는 액션을 자랑한다. 하이! 하는 대사 덕에 더욱 마이리틀포니로 보이는 유키오와 조막만한 얼굴에 시크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네가소닉도 시선을 강탈한다.

제4의 벽도 종종 넘나들고 시간 순서도 일정치 않다보니 가뜩이나 정신 산만한 영화가 더 개연성 없이 느껴질 수도 있다. 나름 히어로 영화인데 데드풀과 친구들이 만들어내는 B급 개그 포인트들 덕에 멋지기보단 웃기는 데 정신없는 코믹물의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게 바로 팬들이 원한 데드풀만의 맛. 본편에 일부 실망한 포인트들이 있더라도 깨알 같은 쿠키영상만으로도 데드풀 스타일을 종결지을 수 있다고 본다. 누가 뭐래도 이번엔 세상을 구원할 만한 가치 있는 일을 해내면서 슈퍼히어로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기까지 했으니, 이제 비로소 완성형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