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마블 영화 안 봤다. 유치하기에 안 봤다. 흡사 이런 상황과 비슷했다. 한참 홍콩 무협영화가 흥행할 때다. 난 너무 재미있게 보는데 함께 보시던 아버지가 '이게 뭐냐? 유치하게!' 이런 말을 하셨다. 이소룡이나 성룡의 무협영화를 보다 날라다니는 걸 보니 너무 터무니 없게 보셨던 거다. 그처럼 이미 SF공상 과학 영화를 봤는데도 유치하다고 느꼈다. 그러다 극장에서 보게 된 후에 재미있다고 느낀 후 전부 챙겨봤다.

마블이라는 로고가 나온 작품은 전부 찾아서 봤다. 처음에는 마블이 그다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마블이 디즈니에 인수되며 마블은 더욱 전면에 나서며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계속 보면서 마블 세계에 빠졌다. 라는 표현을 하기보다는 익숙해졌다. 가장 큰 호기심을 갖고 봤던 것은 역시나 <어벤져스>였다. 당시 마지막에 타노스가 나오면 이제 내가 나설 차례인가. 이런 강렬한 한 마디를 남겼다.

당연히 그 다음 편은 타노스가 나올 줄 알았다. 정작 그러지 않아 다소 실망했다. 한국이 배경이라 해도 그건 마찬가지다. 이번에 마블 10년 역사를 총 정리하는 <어벤져스-이피니티 워>가 나온다고 했다. 오래도록 기대를 했고 예고편도 역시나 빼 놓지 않고 봤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늘 마블 코믹스를 직접 보려고 했으나 여러 가지 사정상 보질 못했어도 인터넷으로 마블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있을 때면 꼭 읽었다.

능력치 등을 볼 때 타노스를 능가하는 캐릭터가 있지만 영화 상 현존 최강은 누가 뭐래도 타노스였다. 그는 행성 하나를 가볍게 날려버릴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사실 그 정도면 후덜덜을 너무 사기 캐릭터로 누가 대적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이런 사람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시작하자마자 강력한 액션씬을 보여준다. '우리 이번 영화을 이만큼 준비했어. 너희들 준비되었어?'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전편에 나온 타노스와 이번에 나온 타노스는 생김새가 다르다. 저번은 순수하게 CG였다면 이번에는 조쉬 블로린이 역할을 했다. 그로 인해 풍성한 표정과 현실감있는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 특히나 비록 목소리로 거의 대부분 표현해야했지만 아주 훌륭했다. 특히나 타노스는 굳이 이야기할 때 악당은 아니다. 그의 사상은 위험하다. 그런 사상을 갖게 된 것은 우주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흡사 멜서스의 인구론에 충실한 역할이다.

모든 불행의 시작은 너무 많은 인원 때문이다. 그렇기에 딱 반만 남아있다면 훨씬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변한다. 그 과정에서 고통이 따른다. 이것은 타노스 자신에게도 속한 일이다. 공정하게 무조건 신분과 고위여하를 막론하고 동일하게 반을 없애려 한다. 가슴 속에는 그와 관련된 아픔을 간직하지만 자신의 사명이자 숙명이라 생각하고 가차없이 실행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은 대의를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 본다.

영화는 지금까지 마블에서 나온 대부분 캐릭터가 전부 출연한다. 과거에는 원탑이라고 하여 한 명의 배우가 극을 이끌어 갔다면 <오션스 일레븐>부터 실질적으로 다수의 주인공 역할이 출연한다. 지금은 한국영화에서도 이런 형식은 일반적이다. 그 정점에 있는 작품이 이번 <어벤져스-인피니트 워>다. 마블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뭐라도 유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곳에서 뚝뚝 뛰어나오는 유머가 더욱 즐겁게 보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 역할을 가장 잘 했던 멤버가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팀이다. 이들이 나오자마자 웃음부터 가열차게 선사한다. 그 외에도 여러 캐릭터가 상황으로 틈틈히 웃음을 선사한다. 이 점이 마블이 계속해서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라고 본다. 심각한 상황의 연속에서 관객의 감정과 텐션을 줄였다 풀었다 한다. 이번 작품을 실제로 거의 종합선물 셋트와 같다. 워낙 다양한 캐릭터가 전부 출연한 것도 모잘라 이들이 펼치는 액션도 대단하다.

이토록 많은 캐릭터가 한 영화에 등장한 것도 처음이지만 이처럼 거대한 액션도 대단하다. 이미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에서 엄청난 액션씬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그것에 비해서는 솔직히 살짝 아쉽지만 엄청난 합으로 싸우는 장면이 부지기수로 나온다. 영악하다고 할까. 모든 캐릭터를 한 곳에 몰지 않고 따로 따로 분산시켰다. 모든 캐릭터가 한 공간에 전부 등장하자면 그것도 상당히 골머리를 앓았을 듯한데 잘 구분하고 조화를 이루게했다.

특히나 마지막에 타노스가 여러 공간을 돌아다니며 모든 캐릭터와 전부 싸우게 만드니 그 부분도 전체 구조를 상당히 정교하게 잘 만들었다고 본다. 중간에 아주 살짝 지루할 만한 부분은 있지만 그 부분은 전체 내용 전개에 있어 빼 놓을 수는 없다. 이 영화에 있어 감독과 제작진이 인터넷에서 내용을 함구해달라는 비밀서약같은 걸 제안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니 실제로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는 판단이 든다.

과거에 브루스 윌리스의 <식스센스>나 <유주얼서스펙트>의 카이저소재와 같다. 리뷰를 쓰면서도 될 수 있는 한 영화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스포일러가 될 만한 것은 제외했다. 마지막은 정말 충격이라고 하면 좀 과장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모든 소문은 완전히 미끼였다는 걸 알게 해 준다. 물론 원래 1,2부로 만들려고 했던 작품으로 알고 있다. 그걸 알고 있기에 마지막 엔딩이 나왔을 때 다음 편을 봐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그나마 다행은 다음 편이 몇 년 후에 나오는 것이 아닌 당장 내년이라는 거다. 이왕이면 몇 개월 후에 하면 더 좋겠지만 그건 좀 아쉽다. 그럼에도 상당히 긴 러닝타임에도 지겹지 않고 재미있게 봤다. 마블 10년을 쏟아부었다는 사실이 증명된다. 아쉬운 것은 이번에 출연하지 않은 캐릭터가 있었다. 다음 2부에서는 나올 것이라 예상된다. 도대체 그 다음은 어떻게 될 지 너무 궁금하게 만들고 끝낸 버린 '마블'에게 박수를 보낸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인데 처음 액션, 중반 액션, 후반 30분 이상의 최후 전투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