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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12  쭈니 2018.03.02 16:17:11
조회 599 댓글 1 신고



감독 : 히료키 류이치

주연 : 니시다 토시유키, 야마다 료스케, 무라카미 니지로, 칸이치로

개봉 : 2018년 2월 28일

관람 : 2018년 3월 1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소설을 읽고나니 영화가 걱정됐다.


2018년 제 새해 계획은 책 읽기입니다. 사춘기땐 친구들 사이에서 문학소년으로 불렸는데, 영화에 빠지면서 점점 책을 멀리하더니 이젠 1년에 책 한권도 읽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2018년에는 어떻게해서든 책을 많이 읽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이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책 읽기에 도전하자, 구피는 읽어야할 소설을 추천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첫번째로 읽은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도 구피가 추천해준 소설이고, 세번째로 읽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또한 구피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무려 456페이지에 달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두툼함에 책을 읽기전부터 겁을 먹었었습니다. 하지만 책의 첫 장을 남기는 순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푹 빠져들었고, 단 이틀만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이렇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굉장히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나서 다른 한편으로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왔다갔다하고, 나미야 잡화점의 고민 상담으로 얽힌 수 많은 캐릭터들의 인연이 한데 엮이는 등 분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영화로 만들어지기에 꽤 까다로운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의 개봉일이 1월 말에서 2월말로 연기되자 영화에 대한 제 걱정은 극에 치달았습니다.

3월 1일 삼일절, 저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예매했습니다. 구피는 삼일절에 일본영화를 보는 것은 조금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차라리 [궁합]을 보러 가자고 주장했지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상영관이 별로 없어서 관람을 미뤘다가는 영영 극장에서 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두려움이 삼일절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보게끔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는 순간 원작과 비교해서는 분명 아쉬움이 남는 영화이지만, 그래도 제 걱정에 비한다면 꽤 선방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1 항일독립운동을 한 조상님들께 죄송하다.

그러나 비록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일본영화이긴 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이으며 따스한 인간애를 이야기한 영화이니 이해해주실 것이라 믿는다.



이 정도면 선방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끝나자 관객들 중에서 영화에 대한 실망을 이야기한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특히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여성 관객 두분은 "어떻게 저 훌륭한 원작을 이렇게 영화로 만들 수 있어? 될 수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다시 리메이크했으면 좋겠다."라며 분노에 가까운 아쉬움으 토로하시더군요. 저 역시 그 분들의 실망감을 이해합니다. 분명 원작 소설과 비교한다면 영화의 재미와 만듦새는 뒤떨어집니다. 특히 제가 그 두터운 소설을 단 이틀만에 읽을 정도로 엄청난 몰입감을 자랑했음을 감안한다면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원작 소설의 재미를 50%만 끌어다 놓은 셈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영화가 끝난 후 '이 정도면 선방했다.'라고 생각한 것은 그만큼 소설을 영화로 옮기는 작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까지 원작 소설의 재미를 뛰어 넘는 영화는 [반지의 제왕 3부작]을 제외하고는 본 적이 없습니다. 소설이 영화화된다는 것은 그만큼 소설의 재미가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뜻하며, 텍스트로 구성된 방대한 소설을 2시간 가량의 러닝타임으로 제한된 영화로 옮기는 작업은 생각 외로 굉장히 어려운 작업임을 이미 소설을 원작으로한 여러 영화들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한 영화 [변신]을 며칠 전에 본 것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대한 후한 평가에 한 몫했습니다. 소설 <변신>을 읽은 후 곧바로 본, 사노 토모키 감독, 타마키 히로시, 아오이 유우 주연의 2005년작 [변신]은 원작에 충실한 영화였지만, 완성도는 제가 리뷰를 쓰기 싫을만큼(그래서 [변신]은 '아주 짧은 영화평'조차 쓰지 않았습니다.) 최악이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역시 [변신]과 마찬가지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원작에 최대한 충실한 영화이지만, 최소한 [변신]처럼 최악의 영화는 아니었던 만큼 저는 '이 정도면 선방했다.'라는 평가를 내릴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나미야 유지의 이미지부터 내 상상과는 달랐다.

푸근한 이미지를 상상했지만 니시다 토시유키의 나미야 유지는 좀 더 강렬했다.

하지만 그런들 또 어떠하랴.

어찌되었던 원작의 따뜻한 감성만큼은 잘 잡아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고민상담으로 연결된 32년의 인연


원작 소설을 안 읽은 분들을 위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우연히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 3인조 도둑 아츠야(야마다 료스케), 쇼타(무라카미 니지로), 고헤이(칸이치로)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들은 마루코엔 고아원 출신으로 마루코엔 고아원을 없애고 그곳에 러브 호텔을 지으려는 여성 사업가 기타자와 사즈코(오노 마치코)의 집에 침입, 그녀를 의자에 묶은 채 도망치던 중, 사람이 살지 않는 나미야 잡화점에 숨은 것입니다.

날이 밝으면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서 도망치려던 3인조 도둑. 그런데 생선가게 뮤지션(하야시 켄토)이라는 이름으로 편지 한통이 나미야 잡화점의 문틈으로 들어오며 그들의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생선가게 뮤지션의 편지는 32년전 쓰여진 것으로 야츠야 일행은 장난삼아 편지의 답장을 씁니다. 그런데 그들의 답장은 32년전 생선가게 뮤지션에게 전달되고, 그로인하여 생선가게 뮤지션의 인생은 뒤바뀌게 됩니다. 생선가게 뮤지션이 32년전 작곡한 곡이 마루코엔 고아원 출신의 유명 뮤지션 (카도와키 무기)의 히트곡임을 알게된 3인조 도둑은 그의 노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음을 알렸고, 그 덕분에 생선가게 뮤지션은 음악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실 원작에 의한다면 생선가게 뮤지션의 편지 이전에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애인의 병간호와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 앞에서 고민하는 여성 달토끼의 편지가 먼저 도착했었습니다. 하지만 원작을 모두 영화에 담기 어렵기에 달토끼의 고민은 영화에서 생략됩니다. 물론 영화에서 생략된 것은 달토끼의 고민 뿐만이 아닙니다. 나미야 유지(니시다 토시유키)가 고민을 상담한 폴 레논의 사연도 영화에선 생략되었습니다. 폴 레논은 부도로 인하여 야반도주를 하려는 부모를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상담했던 꼬마 남자아이입니다. 이렇듯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원작에서 생략할 것은 생략하고, 생선가게 뮤지션과 길 잃은 강아지의 사연에 집중하며 한정된 영화의 러닝타임을 극복합니다.


도둑 주제에 고민상담 답장을 쓴 아츠야 일당.

소설에서는 그들이 답장을 쓰기까지의 여정이 세세하게 담겨져 있지만,

영화에선 그러한 것들이 생략되어질 수 밖에 없기에

원작 소설을 읽지 않는 관객에겐 그들의 행동이 뜬금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들의 고민상담이 특별한 이유


도둑 3인방인 아츠야 일당의 장난섞인 답장으로 생선가게 뮤지션인 마쓰오카 가쓰로의 인생은 바뀝니다. 비단 생선가게 뮤지션 뿐만이 아닙니다. 고아인 자신을 거둬준 노부부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술집에서 일을 시작한 길 잃은 강아지에게 아츠야 일당은 그동안의 일본 경제의 흐름을 알려줌으로써 그녀를 성공한 사업가로 이끕니다. 이렇게 아츠야 일당의 고민상담 답장은 편지를 보낸 당사자에겐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원작 소설에선 당사자에게 영향을 끼친 고민상담 답장보다는 영향을 끼치지 못한 답장이 더 많습니다. 저는 그것이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듣기 위해서 남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고민에 대한 해답은 남이 아닌 내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지 고민을 털어 놓음으로써 마음의 짐을 덜고 자신의 고민에 대한 응원을 받고 싶을 뿐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에 온 고민 상담 편지도 대부분이 그러합니다. 불륜으로 인하여 임신을 한 그린리버는 나미야 유지에게 아이를 낳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상담을 하지만, 이미 그녀의 마음 속으로는 아이를 낳을 결심이 확고한 상태였을 것입니다. 만약 나미야 유지가 아이를 낳지 말라고 충고를 했더라도 그녀는 아이를 낳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생선가게 뮤지션 역시 아츠야의 충고가 아니더라도 음악의 길을 계속 걸었을 것입니다.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제게 감동적인 이유는 바로 고민을 상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힐링이 잘 표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선 사연이 생략되며 그 부분이 약해졌지만, 나미야가 죽기 전 자신에게 고민상담 편지를 받은 이들의 편지를 받는 장면을 통해 부족하게라도 원작 소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표현됩니다. 바로 그러한 점들이 제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좋게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만약 아츠야 일당이 생선가게 뮤지션이 당할 죽음에 대해 경고했다면

과연 생선가게 뮤지션은 음악의 길을 포기했을까? 아니,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꿈은 누군가의 충고 따위로 포기할 수 없다.

단지 그는 누군가에게 응원을 받고 싶었던 것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몇 가지


제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대해 최대한 좋았던 부분만 썼지만, 솔직히 아쉬웠던 부분도 꽤 많습니다. 분명 원작을 모두 담을 수 없기에 생략해야하는 원작의 에피소드에 대한 아쉬움은 저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그것을 제외한다면 이 영화의 아쉬움은 몇가지로 축약됩니다. 그 중 가장 큰 아쉬움이 원작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캐릭터의 이미지가 영화와 너무 다르다는 점입니다. 우선 나미야 유지를 연기한 니시다 토시유키는 너무 강렬한 인상을 가지고 있어서 제 개인적으로 나미아 유지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소설 속 도둑 3인방은 좀 더 나이가 많고 찌질하게 느껴졌지만, 영화에선 너무 말쑥한 꽃미남들이어서 당혹스러웠습니다.

생선가게 뮤지션의 음악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별로였습니다. 생선가게 뮤지션의 곡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감동 코드입니다. 그런데 그가 나미야 잡화점 앞에서 하모니카로 자신의 곡을 연주하는 장면부터 제겐 별다른 감흥을 안겨주지 못하더니, 마루코엔 고아원의 세리 앞에서 처음으로 곡을 연주할땐 조금 우스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확실히 생선가게 뮤지션에겐 가수로서의 재능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다행히 세리가 곡에 가사를 붙여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를땐 그나마 나았지만 세리가 노래에 맞춰 바닷가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웅이도 그 장면이 가장 어설펐다고 합니다.)

최근 제가 독서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화된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변신], [스노우맨],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아마도 앞으로 더 많은 영화와 소설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같습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영화보다 원작 소설이 더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도 변치 않는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원작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은 오히려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사실을 잘 알기에 저는 원작소설을 가진 영화에 대해 최대한 관대한 마음으로 감상하려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의미에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분명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들을만한 영화입니다.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제 1법칙!!!

너무 과도한 기대는 버리자.

원작이 아무리 뛰어나도,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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