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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슬럼버] - 원작과 같은 듯하지만, 완전 다른 영화가 되다.
12  쭈니 2018.02.21 14:22:17
조회 435 댓글 0 신고



감독 : 노동석

주연 : 강동원, 김의성, 한효주, 김성균, 김대명, 유재명

개봉 : 2018년 2월 14일

관람 : 2018년 2월 18일

등급 : 15세 관람가



이로써 설 연휴 개봉 영화를 마스터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4일간의 설 연휴 마지막날은 무기력증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다음날이면 연휴 이후로 미뤄놓은 회사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것이고, 다음 연휴는 머나먼 5월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어린이날 대체공휴일로 3일 연휴일 뿐이지만... 그렇다고해서 늦잠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아무 할 일없이 집에서 뒹굴거리며 보내기엔 너무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침 일찍 [골든슬럼버]를 예매했습니다. 그러면 영화 관람비도 아끼고, 연휴 마지막날의 무기력증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먼저 씻은 저는 따뜻한 침대에서 벗어나길 거부하는 구피와 웅이를 애써 깨웠습니다. 전날, 아침 일찍 영화를 보러 간다고 구피와 웅이에게 통보했기 때문에 큰 반발은 없었지만, 요즘 들어서 부쩍 잠이 많아진 웅이는 극장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계속 투덜거리더군요. 그럴 때마다 구피는 "거봐, 아침 일찍 영화보는 것은 웅이한테 무리라고 그랬잖아."라며 제게 눈을 흘기고, 웅이는 그렇지 않다며 구피에게 항의를 합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까지 이렇게 서로 투닥거리는 구피와 웅이를 보며 어느새 제 연휴 마지막날의 무기력증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날 본 [골든슬럼버]는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한 흥행 기대작 중에서 저희 가족이 유일하게 못본 영화입니다. 웅이는 [골든슬럼버]를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웅이는 설 연휴 영화로 극장에서 볼 두 편을 고르라는 하자 [블랙 팬서]와 [흥부]를 선택하고, [골든슬럼버]를 포기했습니다.) 구피는 "잘생긴 강동원 영화니까 봐야해."라며 [흥부]에 이어 이번에도 관람을 독촉했습니다. 이로써 저희 가족은 설 연휴 기간동안 흥행 기대작 세 편을 모조리 보며 설 연휴 개봉 영화 관람을 마스터했답니다.


설 연휴동안 세편의 기대작을 모두 보고나니

왠지 모를 뿌듯함과 홀가분함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소시민의 행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나는 일본 스릴러 [골든 슬럼버]를 두번이나 봤다.


[골든슬럼버]는 지난 2010년에 개봉한 일본 스릴러 [골든 슬럼버]의 리메이크입니다. 2010년 당시 저는 극장이 아닌 다운로드로 [골든 슬럼버]를 봤는데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사실 신임 총리 암살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평범한 택배기사가 거대한 권력조직에 대항해 누명을 벗는다는 내용은 평범해도 너무 평범했습니다. 만약 [골든 슬럼버]가 미국 영화였다면 평범해 보이던 주인공은 아마도 과거에 CIA 특수요원, 혹은 해병대 출신이었을 것이고, 과거의 능력을 발휘해서 홀로 누명을 벗겨낼 것입니다. 하지만 [골든 슬럼버]의 주인공인 아오야기(사카이 마사토)는 전직 CIA 특수요원도, 전쟁 영웅 출신도 아닙니다. 그저 순진한 소시민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아오야기는 어떻게 거대한 권력조직에 맞서 싸울까요? 바로 이 부분이 [골든 슬럼버]가 특별한 이유입니다. 아오야기는 과거 대학 동아리 친구들, 택배기사 시절 동료, 우연히 도움을 준 아이돌 가수와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야쿠자 출신 노인에 괴짜 연쇄 살인범의 도움을 받으며 아슬아슬하게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그러면서 아오야기는 이렇게 선언합니다. "나의 최대 무기는 사람에 대한 믿음입니다."

[골든 슬럼버]를 보고나서 들었던 첫번째 느낌은 '세상에서 가장 낙천적인 스릴러'였습니다.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에서는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됩니다. 믿었던 사람의 배신은 스릴러 영화의 반전이라는 재미와 연결되니까요. 그렇기에 '아무도 믿지 마라'라는 광고 카피는 스릴러 영화의 전매 특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골든 슬럼버]는 그러한 스릴러 영화들과 정반대입니다. 아오야기가 누명을 벗기 위해서는 모두를 믿어야합니다. 과거 친구, 동료는 물론 처음 만난 뒷골목 출신 노인과 연쇄 살인마까지... 그가 그들에 대해 의심을 하는 순간 자신을 옭아내는 거대 권력에게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스릴러 영화로는 드문 낙천적인 전개 덕분에 저는 [골든 슬럼버]를 두번 봤고, 두번 모두 묘한 만족감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낙천적인 스릴러라고 할지라도 모두 믿어서는 안된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는 주인공을 함정에 몰아넣고,

주인공의 어여쁜 연인은 권력 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이다.

친구도, 연인도 믿을 수 없는 세상,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자.



한국영화 [골든슬럼버]는 원작의 낙천적인 면을 얼마나 가져왔는가?


일본영화 [골든 슬럼버]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한국영화 [골든슬럼버]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약간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괜히 일본영화와의 차별화를 위해서 낙천적인 면을 오히려 평범하게 바꿔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낙천적인 면을 빼버리면 다른 스릴러 영화와 엇비슷한 그저 그런 영화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 초반만해도 그러한 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한 것만 같았습니다. [골든슬럼버]는 원작을 착실하게 따라갑니다. 과거 유명 아이돌 가수를 우연히 구한 덕분에 유명세를 탄 평범한 택배기사 건우(강동원)가 오랜만에 대학 시절 친구 무열(윤계상)을 만나면서 유력 대선 후보의 폭탄 테러범으로 누명을 쓴다는 내용까지... 물론 세세한 부분은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게 변경되었지만 최소한 건우가 일당백의 능력을 가진 액션 히어로가 아닌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건우가 누명을 쓰고 쫓기기 시작하며 영화는 원작에는 없던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합니다. 그것은 바로 전직 국정원 요원 민씨(김의성)입니다. 비록 건우는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하지만, 민씨가 건우를 도와주기 시작하며 건우는 일당백의 지원군을 얻습니다. 문제는 민씨의 등장으로 사람에 대한 믿음이라는 원작의 메시지는 약해져버렸다는 점입니다. 일본영화 [골든 슬럼버]에서 아오야기는 연쇄 살인범의 도움을 받습니다. 그러면서 영화는 과연 이 연쇄 살인범을 믿어도 되는지 관객에게 끊임없이 묻습니다. 하지만 아오야기는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는 순간 모든 것이 끝이라는 사실을... 그러나 한국영화 [골든슬럼버]에는 연쇄 살인범 따위는 나오지 않습니다. 하긴 그것은 우리나라 정서상 올바른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연쇄 살인범을 대신한 것이 하필 전직 국정원 요원이라는 안전한 설정이는 점입니다. 이로써 건우는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모든 역경을 해쳐나가는 것이 아닌, 민씨의 결정적인 도움에 기대게됩니다.


원작에는 없던 민씨는 건우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지만,

그가 건우의 뒤를 맞쳐주는 바람에 원작의 주제는 미지근해져버렸다.



과거 화려했던 나날에 대한 추억


분명 일본영화 [골든 슬럼버]와 한국영화 [골든슬럼버]는 같은 내용, 같은 주제를 가진 영화입니다. 하지만 한국영화 [골든슬럼버]는 민씨를 내세워 건우를 도와주게 만듬으로써 일본영화 [골든 슬럼버]에서처럼 건우를 도와주는 다양한 사람들을 내세우지 못합니다. 굳이 다른 사람들이 나서지 않아도 민씨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그러면서 건우의 대학 동아리 친구들의 역할도 바뀝니다. 일본영화 [골든 슬럼버]에서 아오야기의 동아리 친구들은 청소년 식문화연구회 회원들로 그들은 아오야기가 누명을 벗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한국영화 [골든슬럼버]에서는 그 역할이 축소되고, 대신 건우가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날의 추억으로 대변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돌아가고 싶은 화려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건우에겐 그것이 대학시절 밴드부에서 친구들과 공연을 했던 날들이었던 것입니다. 비록 그들은 뿔뿔히 흩어졌고, 각자의 살길을 위해 치열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 시절 그땐 첫사랑의 그녀 선영(한효주)이 있었고, 금철(김성균), 동규(김대명), 그리고 무열이 있었습니다. 함께 노래를 부르다보면 세상 모든 것이 행복했던 그 시절 그때, 건우는 그날이 너무나도 그리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한번 지나간 날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시간여행은 판타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래도 그들의 우정은 여전합니다. 비록 무열은 건우를 함정에 빠뜨리지만, 건우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고, 금철은 건우를 위해 테러범의 공범이 되며, 선영과 동규도 건우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냅니다. 건우가 혼자 살기 위해 도망치는 대신 금철을 위해 모든 진실을 밝히려는 위험한 모험을 선택한 것도 결국 그들의 우정에 대한 보답인 셈입니다. 그러면서 영화는 너무 감성에 치우친 결말에 다가섭니다.


대학시절 밴드부원들의 우정은 영화를 감성에 치우친 결말로 이끈다.

그럼으로써 [골든슬럼버]는 사람에 대한 믿음보다

끈끈한 우정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되었다.



사람에 대한 믿음보 대신 우정이라는 감성에 치우치다.


물론 영화에 대한 각자의 취향은 다를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순진무구하게 사람에 대한 막무가내식 믿음을 내세운 일본영화 [골든 슬럼버]보다는 그래도 믿을만한 사람의 도움과 우정을 전면에 내세운 한국영화 [골든슬럼버]가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영화 [골든슬럼버]를 보며 8년전 본 일본영화 [골든슬럼버]가 자꾸만 그리워졌습니다. 비록 일본영화 [골든 슬럼버]엔 강동원도, 한효주도 없고, 연쇄 살인범이 느닷없이 주인공을 도와주는 우리나라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 전개되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그에 비해서 한국영화 [골든슬럼버]는 사람에 대한 믿음은 민씨에게 쏟아붓고, 친구들의 우정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해버립니다. 물론 일본영화 [골든 슬럼버]에서도 아오야기와 청소년 식문화연구회 회원들의 우정이 감동깊게 그려져있지만 한국영화 [골든슬럼버]처럼 전형적이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한국영화 [골든슬럼버]는 일본영화 [골든 슬럼버]와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조금은 전형적인 스릴러의 전개를 선택하며 흥행에 대한 안전성을 구축하려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전형적인 선택들이 제겐 오히려 실망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골든 슬럼버'는 황금빛 낮잠이라는 의미로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가 해체하기전 내놓은 마지막 앨범에 수록된 곡이라고합니다. 폴 매카트니가 뿔뿔이 흩어져 있는 멤버들을 한데 뭉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만든 곡입니다. 일본영화 [골든 슬럼버]에서는 폴 매카트니의 바램대로 청소년 식문화연구회 회원들이 아오야기의 곁에 모여듭니다. 그들에겐 더이상 사건의 진실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오야기가 살아남는 것이 그들에겐 최상의 목표일 뿐입니다. 그와는 달리 한국영화 [골든슬럼버]에서는 건우가 밴드부 친구들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아마도 건우는 떠들썩한 매스컴 앞에 사건의 진실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이렇게 두 영화는 마지막 순간까지 비슷한듯, 서로 다른 결말을 선택하네요. 여러분은 어떤 결말이 더 좋았나요?   


두 영화 모두 속 시원하게 진실을 밝히고 음모를 펼친 거대한 권력집단을 응징하지 못한다.

일본영화에선 우리 모두 제2의 아오야기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하며 여운을 남기고,

한국영화에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노출된 건우의 모습으로

진실이 밝혀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남기고 끝낸다.

이렇듯 두 영화는 같은 원작에서 태어나 같은 듯 보이지만, 완전 다른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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