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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사람에 따라 코미디 또는 비극으로 보이는 이상한 영화 염력
9  썬도그 2018.02.01 15:19:58
조회 677 댓글 1 신고

시종일관 뒷좌석에 앉은 가족인 듯한 분들은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그러나 전 한 번도 웃지 않았습니다. 아니 웃지 않음을 넘어서 영화 보는 내내 슬픔이 자박자박 쌓이다가 가끔 한숨이 나왔습니다. 너무 슬퍼서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와 같은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관객은 유쾌함을 간직한 채 영화관을 나섰습니다. 한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코미디 영화로 누군가는 사회 문제를 다룬 비극으로 보이는 참 이상한 영화가 <염력>입니다. 


기대와 달리 딸을 보호하는 데만 사용하는 염력 <염력>

영화가 시작하면 청년창업의 성공담 같은 20대 신루미(신은경 분)가 운영하는 청양고추 치킨집을 소개하는 맛집 소개 TV 영상이 펼쳐집니다. 신루미는 10살 때 아버지가 집에서 도망친 뒤 어머니와 함께 치킨집을 운영한다는 슬픈 사연까지 인터뷰 합니다. 그러나 화면은 멈추고 신루미가 운영하는 치킨집에 용역업체 직원들이 쳐들어와서 매장을 박살을 냅니다.

 

신루미가 운영하는 치킨집 주변은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어서 상가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권리금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내쫓기게 되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들이 나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권리금 때문입니다. 시설 권리금은 물론, 자리 권리금을 내고 들어왔는데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나가라고 하니 누가 나가겠습니까?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목숨을 걸고 재개발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10년 전에 집을 떠난 아빠 석헌(류승룡 분)은 경비일을 하면서 혼자서 살고 있습니다. 아주 유쾌하면서도 철이 없습니다. 어느 날 운석이 떨어지고 그 운석의 힘이 전달된 약수를 마시고 물건을 이동할 수 있는 초능력인 염력이 생깁니다. 그러던 어느 날 10년 동안 연락이 없던 딸 신루미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말에 석헌은 장례식장에 갑니다. 

 

10년 만에 재회한 모녀지만 자기를 버리고 떠난 아빠를 루미는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아내가 죽었지만 크게 슬퍼하지도 않는 석헌. 그러나 자신을 경멸하는 눈으로 쳐다 보는 루미의 눈빛을 보고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가 밀려옵니다. 아빠 노릇을 하지 못한 석헌은 초능력을 이용해서 아빠 노릇을 시작합니다. 




 

여기서 괴리감이 생깁니다. 영화 초반은 아빠 석헌이 갑자기 생긴 염력으로 인한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보통 이렇게 갑자기 초능력이 생기면 관객들은 저 능력으로 세상을 지배하지는 못하더라도 방송에 출현하고 세상 모든 사람이 놀랍거나 두려운 눈으로 쳐다 보는 거시적인 모습을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거시적이거나 상식적인 방식으로 이 초능력을 소비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딸 신루미에게만 사용합니다. 철거 용역들의 무자비한 폭력을 목격한 석헌은 자신의 염력을 이용해서 용역을 일망타진합니다. 이후 자영업자들의 영웅이 되어서 철거를 막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 염력이라는 달콤 소스를 이용한 

연상호 감독

이렇게 대중의 생각과 달리 딸을 보호하는 데만 염력을 사용하는 이유는 감독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영화 <염력>을 연출한 감독은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입니다. 대중들이 기억하는 연상호 감독은 좀비물인 <부산행>만 떠오르지만 애니메이션 감독 시절부터 그를 지켜보던 저 같은 사람은 그 이유를 아주 잘 압니다. 연상호 감독은 한국의 사회 문제를 애니로 담은 <돼지의 왕>과 <사이비>, <서울역>을 연출한 감독입니다. 각각의 영화는 학원 폭력과 사이비 종교, 사회 밑바닥 인생들을 다룬 애니로 사회적인 문제를 뛰어난 연출로 잘 푼 애니들입니다.

 

오히려 초대박 영화 <부산행>이 사회적 문제나 메시지를 거의 담지 않아서 연상호 감독의 영화 스타일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영화 <염력>은 다시 <돼지의 왕>과 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저 같은 경우 이걸 잘 알기에 '이 감독이 다시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구나' 하고 반가움이 컸지만 <부산행>만 보고 또 다른 대중성 짙은 액션 영화라고 생각했던 분들에게는 어리둥절할 수 있습니다. 

 

영화 <염력>은 정확하게 용산 철거민 참사를 재현한 영화입니다. 용산 철거민 참사의 과정에서 경찰 병력을 투입하는 모습이나 특히 콘테이너 박스에 경찰 병력을 태워서 옥상 진입을 하는 장면 등등 여러 장면에서 용산 철거민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또한 민사장(김민재 분)과 홍상무(정유미 분)을 통해서 자본 권력이 어떻게 소시민인 철거민을 파괴하는지 공권력이 싸움을 말리기 보다는 강자 편에 서서 철거민을 탄압하는 모습 등등 모든 면에서 용산 철거민 참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연상호 감독은 이 용산 철거민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면 다큐가 될 수 있고 대중성이 떨어지기에 석헌이라는 인물에게 염력이라는 초능력을 부여해서 눈요기 꺼리를 제공해서 대중성을 끌어 올렸습니다. 그러나 이 대중성의 염력과 용산 철거민 참사의 조화가 좋지 못합니다. 류승룡이 연기하는 석헌이 담당하는 코미디와 액션 따로 신루미를 대표로 하는 철거민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조화롭지 못합니다. 

 

이러다 보니 영화가 코미디인지 비극인지 헛갈립니다. 또한, 철거민 자영업자들이 왜 목숨을 걸고 상가들을 지키려는 지에 대한 안내문도 거의 없습니다. 지나가는 말로 권리금 때문이라는 말을 하지만 자영업자가 아니거나 관련 사업을 하는 분이 아니라면 권리금이 뭔지 잘 모르고 안다고 해도 왜 그걸 받아야 하는 지에 대한 설명도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철거하려는 세력과 그걸 막으려는 자영업자들의 싸움의 이해관계를 알고 보기 보다는 석헌이 경찰과 용역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염력만 지켜보게 됩니다. 

 

연상호 감독의 2번 째 실사 영화인 <염력>은 연상호 감독의 연출력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사회적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이는 연상호 감독이 앞으로 더 많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부산행>이야 달리는 기차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좀비들과 싸우는 속도와 긴박감이 아주 좋았지만 어떤 강력한 메시지를 담으려면 좀 더 섬세한 연출이 필요하지만 전체적으로 액션도 메시지 전달도 매끄럽지는 못합니다. 


특히 영화 결말에 대한 불만도 꽤 많을 겁니다. 왜?라는 의문이 많이 들지만 그걸 제대로 풀어주지 않습니다. 여기에 정유미가 연기한 홍상무가 너무 가르치려고 하는 듯한 말은 오히려 거부감이 들 정도입니다. 





사회에 대한 민감도에 따라서 코미디 영화로도 비극으로도 보이는 이상한 

영화 <염력>

구멍이 참 많은 영화입니다. 연출도 아쉽고 액션은 신선하긴 하나 철거민 참사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다 보니 염력이 가진 무한 상상력을 가두어서 답답한 느낌을 많이 들게 합니다. 하지만 전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슬픔이 밀려 왔습니다.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을 목도하고 관련 기사를 보면서 당시의 참상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여러 장면에서 당시의 참상을 생각나게 하니 보는 내내 우울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이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을 전혀 모르는 분에게는 류승룡이 펼치는 코믹 연기에 시종일관 빵빵 웃음을 터트립니다. 영화는 후반 일부만 빼고 전체적으로 코미디 톤을 가졌습니다. 철없는 아빠가 점점 철이 들어가면서 사회적 약자 편에 서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석헌(류승룡 분)을 통해서 대한민국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이 아주 좋았습니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분들에게는 비극으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민감도가 낮거나 없는 분들에게는 코미디 영화로 비추어질 수 있는 이상한 영화가 <염력>입니다. 웃음 밑으로 흐르는 슬픔을 발견하는 분들에게는 슬픔이 먼저 다가오고 웃음만 보는 분들에게는 류승룡의 코미디 연기만 보일 겁니다. 

 

그럼에도 내가 영화 <염력>을 추천하는 이유

영화 초반은 무척 웃깁니다. 염력이 생긴 소시민의 좌충우돌 염력 체험기가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연출력이 아쉽습니다. 인권 변호사 같은 캐릭터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없어도 될 정도로 불필요합니다. 거대 자본의 상징인 홍상무의 무자비함은 잘 보여주지만 이 자본 권력에 대한 비판은 있지만 거기에 대한 불편함을 해소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그게 현실이고 현실적인 결말로 흐르는 것이 오히려 좋은 결말일 수 있고 그래서 더 서글펐지만 대중성은 크게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전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영화 <염력>은 누구도 다루지 않고 다큐 영화에서나 다루는 소재를 흥행을 목적으로 한 대중 영화에 접목한 시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또한, 여론과 언론이 철거민이 당하는 폭력보다는 염력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시대상도 잘 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북한 때문이라는 장면은 유일하게 웃었던 장면이네요. 

 

전체적으로 시의성과 사회 문제에 대한 시선이 좋았습니다. 그 시선이 참 감사하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성긴 모습은 있지만 액션 코믹물로 볼 수도 있고 사회 비판 메시지를 담은 달콤한 다큐 영화로도 볼 수 있습니다. 2개의 면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몇몇 이해가 안 가는 액션 장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액션의 활력이 좋아서 액션만 봐도 괜찮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날카로운 세상을 보는 시선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추천하지만 대중이 바라는 모습에서 많이 벗어난 모습들이 많아서 강력 추천은 하지 못하겠네요. 영화 <염력>은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왜 신루미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지에 대한 논의는 영화관 밖에서 해야 합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연상호 감독이 갑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를 향한 따뜻한 환상으로 보이네요. 

 

먹고 살기 힘든 세상! 그 먹고 살기 위해서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초능력이라는 맛 좋은 안주와 함께 먹는 소주 한 잔 같은 영화가 <염력>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웃음으로 위장한 사회의 슬픔을 담은 소프트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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