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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만지 : 새로운 세계] - 새롭지만, 단조롭다. 그래도 시리즈화의 여건은 갖추었다.
12  쭈니 2018.01.09 15:08:52
조회 304 댓글 2 신고

 

 

감독 : 제이크 캐스단

주연 : 드웨인 존슨, 잭 블랙, 케빈 하트, 카렌 길런

개봉 : 2018년 1월 3일

관람 : 2018년 1월 6일

등급 : 12세 관람가

 

 

아무 것도 우리 가족의 2018년 첫 극장관람을 막을 순 없다.

 

2018년 첫번째 주말. 뭐든 처음에 의미를 두는 저는 2018년 첫 주말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연례행사처럼 연말이 되면 감기를 안고 사는 구피의 컨디션이 연초가 되어서도 별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엎친데 덥친격으로 태권도장에서 운동을 하나가 발목을 삐끗했다는 웅이 역시 주말 내내 다리가 아프다고 하더니 급기야는 감기기운에 열까지 나기 시작했습니다. 겨울 여행은 애당초 불가능했고, 자칫 잘못하면 극장에서 영화보기마저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주말동안 웅이와 [쥬만지 : 새로운 세계]와 [페르디난드]를 보려 했는데, 구피는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웅이의 감기가 더 깊어질 것이라며 영화관람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페르디난드]는 포기할테니 [쥬만지 : 새로운 세계]만이라도 보면 안되겠냐며 간절한 표정으로 구피에게 애원했고, 웅이도 마스크하고 극장에 가면 괜찮다며 2018년 첫 극장관람에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결국 영화를 향한 철없는 부자의 뜨거운 열정에 감복(?)한 구피도 [쥬만지 : 새로운 세계]를 보러 가는 것을 승낙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자칫 무산될뻔한 2018년 첫 극장관람이 성사되었습니다.

[쥬만지 : 새로운 세계]는 1996년 국내에서 개봉한 [쥬만지]의 리부트같은 속편영화입니다. 제가 2018년의 첫 극장관람 영화로 [쥬만지 : 새로운 세계]를 선택한 이유는 2013년 웅이와 함께 [쥬만지]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입니다. 벌써 5년 전의 일이지만, 당시 [쥬만지]를 보며 즐거워하던 웅이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20년만에 만들어진 속편 [쥬만지 : 새로운 세계] 역시 웅이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구피는 "난 [쥬만지]도 재미없게 봤는데, [쥬만지 : 새로운 세계]를 꼭 보러 가야해?"라고 반문했지만 2018년 첫 극장관람 영화만큼은 온 가족이 함께 봐야한다고 우겼습니다. 그 결과 [쥬만지 : 새로운 세계]를 본 후 웅이는 재미있었다며 만족했지만, 구피는 재미없었다며 투덜거렸던...

 

각기 다른 이유로 학교 창고를 청소하는 체벌을 받게된 아이들

이들은 창고에서 발견된 낡은 '쥬만지' 비디오 게임을 통해

정글에서 위험한 모험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원작 부제는 '웰컴 투 더 정글 Welcome to the Jungle'이다.

 

 

[쥬만지]에서 달라진 것들

 

제가 [쥬만지 : 새로운 세계]를 기대했던 것이 [쥬만지]에서부터 비롯된 것이기에 본격적으로 [쥬만지 : 새로운 세계]의 영화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쥬만지]와 [쥬만지 : 새로운 세계]의 설정을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쥬만지]의 시작은 1969년입니다. 12세 소년 앨런은 친구 사라와 함께 '쥬만지'라는 이상한 보드게임을 발견하게 되고, 게임을 하던 도중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리고 시간은 30년 후인 1995년으로 넘어갑니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여의고 고모의 집에 오게된 주디(커스트 던스트)와 피터는 먼지 쌓인 다락방에서 '쥬만지'를 발견하고 보드게임을 시작합니다. 그러자 정글 속 동물들이 보드게임에서 튀어 나와 마을을 엉망으로 만들고, 30년동안 '쥬만지'에 갇혔던 앨런(로빈 윌리엄스)도 '쥬만지'에서 탈출합니다. 이제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성인이 된 사라(보니 헌트)와 함께 '쥬만지'를 끝내야합니다.

[쥬만지 : 새로운 세계]의 시작은 전편의 모험이 끝난지 1년 후인 1996년입니다. 해변가에서 '쥬만지'를 주운 한 남성이 아들 알렉스(닉 조나스)에게 '쥬만지'를 건네줍니다. 하지만 알렉스는 요즘 누가 이따위 보드게임을 하느냐며 '쥬만지'를 거들떠도 보지 않고 비디오게임에 몰두합니다. 이에 '쥬만지'는 보드게임에서 비디오게임으로 변신하고, 알렉스가 '쥬만지'를 플레이하자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리고 20년 후, 네명의 아이들이 '쥬만지'를 발견합니다. 여기까지는 [쥬만지]와 [쥬만지 : 새로운 세계]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비록 '쥬만지'가 보드게임에서 비디오게임으로 바뀌었지만...

이 두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게임 플레이가 어디에서 일어나는가? 라는 문제입니다. [쥬만지]는 현실 세계에서 게임 플레이가 일어나지만, [쥬만지 : 새로운 세계]는 게임 플레이어들이 '쥬만지'로 빨려 들어가 '쥬만지' 내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그럼으로써 [쥬만지 : 새로운 세계]는 [쥬만지]를 이어나가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획득할 수 있게 됩니다.

 

[쥬만지]에서 앨런이 30년 동안이나 갇혀 지내던 '쥬만지'의 세계가

[쥬만지 : 새로운 세계]에서는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쥬만지' 속의 세계가 궁금했던 [쥬만지] 팬에

이 영화 자체가 큰 선물이 된다.

 

 

비디오게임에 맞게 모든 설정이 바뀌었다.

 

'쥬만지'는 보드게임에서 비디오게임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게임 플레이는 현실 세계에서 '쥬만지'로 변경됩니다. 그러면서 [쥬만지 : 새로운 세계]는 [쥬만지]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재미를 획득합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실 세계와는 다른 모습을 띈 게임 속 아바타입니다. 소심한 공부벌레 스펜서는 거대한 몸집의 고고학자 닥터 브레이브스톤(드웨인 존슨)이 되고, 건장한 체력의 풋볼선수 프리지는 저질체력의 동물학자 무스 핀바(케빈 하트)가 됩니다. 학교에서 공부 대신 체육을 하는 것은 시간낭비라며 선생님에게 대들던 마사는 슈퍼 여전사 루비 라운드하우스(카렌 길런)이 되고, SNS 중독 퀸카 배서니는 중년의 지도 연구학자 셸리 오베론(잭 블랙)이 됩니다.

현실 세계와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쥬만지'에서의 모험에 뛰어든 네 소년, 소녀들. 스펜서와 마사에겐 '쥬만지' 속 아바타가 평소 동경했던 모습이지만 프리지와 배서니에겐 아바타의 모습이 악몽과도 같습니다. [쥬만지 : 새로운 세계]는 이렇게 현실과는 정반대의 아바타가된 소년, 소녀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담아냅니다. 예를 들어서 우람한 근육의 닥터 브래이브스톤이 한 주먹거리도 안될 것 같은 무스 핀바의 위협에 소심하게 움찔한다던가, 배불뚝 중년남성 셸리 오베론이 여성적인 모습을 보이는 장면 등입니다. 특히 셸리 오베론이 소변을 보며 자신의 남성 성기를 보며 만족해하는 장면에서는 잭 블랙식 화장실 코미디가 12세 관람가 어드벤쳐 영화에서도 먹힐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가지 더 흥미로운 설정은 비디오게임에 맞게 아바타에겐 세개의 목숨이 부여된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목숨이 남아 있을땐 물불 안가리고 용감하게 행동하던 아이들. 하지만 막상 하나의 생명 밖에 남지 않자 용기를 잃고 주저하게 됩니다. 이러한 설정을 통해 [쥬만지 : 새로운 세계]는 [쥬만지]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새로운 재미를 관객 앞에 펼쳐놓으며 20년만의 속편이라는 우려를 날려 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근육을 보며 놀라는 닥터 브레이브스톤, 아니 스펜서

게임 속 아바타라는 설정은 이렇듯 액션 히어로로 정형화된 드웨인 존슨에게도

새로운 코믹 연기를 펼칠 기회의 장이 된다.

 

 

하지만 다채로운 게임 속 상황은 부족했다.

 

20년 전 '쥬만지'의 세계에 갇혔던 알렉스를 만남으로써 드디어 5인 플레이어가 한데 뭉칩니다. 이제 그들은 각자의 특기를 살려 어둠의 힘에 먹힌 반 펠트(바비 카나베일)로부터 '쥬만지'를 구하고 게임을 클리어해야합니다. 이 부분에서 [쥬만지 : 새로운 세계]는 깨알같이 [쥬만지]의 속편임을 드러냅니다. 알렉스는 자신이 머무는 숙소가 앨런이 지은 것이라 말하는데, 그것은 바로 [쥬만지]의 주인공이며, 30년간 '쥬만지'에 갇혔던 바로 그 앨런을 뜻하는 것입니다. [쥬만지 : 새로운 세계]에서 앨런의 이름을 듣는 순간 어찌나 반갑던지...

하지만 [쥬만지 : 새로운 세계]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닙니다. '쥬만지'가 보드게임에서 비디오게임으로 바뀌며 필연적인 단점이 생겨버린 것입니다. 보드게임 '쥬만지'에서는 주사위를 던져 각 칸의 새로운 상황들이 현실세계 속에 벌어집니다. 거대한 코끼리가 나타나기도 하고, 식인 식물, 괴조류떼 등 [쥬만지]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보드게임의 칸 만큼이나 다채롭습니다. 하지만 비디오게임 '쥬만지'는 그러지 못합니다. 비디오게임은 보드게임과는 달리 선과 악이 나뉘어 있고,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해 정해진 스테이지를 따라야합니다. 그렇기에 보드게임 '쥬만지'와는 달리 상황이 그다지 다채롭지 못합니다.

실제로 [쥬만지 : 새로운 세계]는 정글이라는 특징을 제대로 살리지는 못합니다. 식인 하마가 셸리 오베론을 잡아 먹고, 거대한 엘비뇨 코뿔쇼떼가 추격하고, 마지막 스테이지에서는 재규어가 위협을 하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쥬만지' 속 정글에서의 다채로운 모험 대신 [쥬만지 : 새로운 세계]는 절대악 반 펠트와의 대결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이 [쥬만지 : 새로운 세계]를 단조롭게 만들고 맙니다. 

 

엘비뇨 코뿔소떼의 무시무시한 추격전

이 영화의 가장 화끈한 볼거리이지만

안타깝게도 '쥬만지'의 정글에서의 모험을 담은 장면은 몇 없다.

 

 

시리즈화의 여건은 충분히 만들어졌다.

 

분명 [쥬만지 : 새로운 세계]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쥬만지]에서 등장했던 다양한 정글 속 동물들이 [쥬만지 : 새로운 세계]에서도 등장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반 펠트 일당과의 대결에 중점을 두다보니 제가 기대했던 것들은 최소화되어 버렸습니다. 그 결과 이 영화는 흔하디 흔한 선과 악의 대결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아쉬움은 '쥬만지'가 보드게임에서 비디오게임으로 바뀐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쥬만지 : 새로운 세계]가 '쥬만지 = 보드게임'이라는 공식을 부셔버렸다는 점입니다. [쥬만지]가 흥행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쥬만지]의 속편이 곧바로 제작되지 못하고 20년이나 기다린 것은 '쥬만지 = 보드게임'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쥬만지]에서 모든 것을 보여줬기에 속편은 애초에 불가능했고, 그렇기에 정글 보드게임인 '쥬만지'가 아닌 우주 보드게임 '자투라'로 변경해서 [자투라 : 스페이스 어드벤쳐]를 만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2005년에 개봉한 [자투라 : 스페이스 어드벤쳐]는 흥행에 실패합니다. 더이상 보드게임으로는 '쥬만지'를 시리즈로 이끌어 나갈 수 없음이 밝혀진 셈입니다.

이에 [쥬만지 : 새로운 세계]는 '쥬만지'를 비디오게임으로 변경시켰습니다. 그리고 보드게임에서 비디오게임으로 변경이 가능하다면 '쥬만지'는 시대에 맞는 다른 게임의 형태 그 무엇으로도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결국 [쥬만지 : 새로운 세계]를 통해 '쥬만지'의 시리즈화 여건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게다가 [쥬만지 : 새로운 세계]는 북미 흥행에서도 대박 흥행을 이끌어냄으로써 조만간 다양한 게임 형태의 '쥬만지'를 다시 만날 수 있을 전망입니다. 로빈 윌리엄스가 살아서 우정 출연을 해준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그렇기에 [쥬만지 : 새로운 세계]를 보고나서 소년같은 미소를 지닌 중년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애타게 그리웠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쥬만지 : 새로운 세계]의 가장 큰 아쉬움은 로빈 윌리엄스의 부재이다. 

드웨인 존슨, 잭 블랙, 케빈 하트, 카렌 길런 등 [쥬만지]에 비해 출연 배우는 많아졌지만

어른이면서도 소년의 미소를 가지고 있는 로빈 윌리엄스의 매력을 넘어서진 못한다.

나이를 먹어버린 피터팬(후크)이기도 하고, 중년의 모습을 했지만 10살 소년(잭)이기도 했던

그의 동심 가득한 모습을 [쥬만지 : 새로운 세계]를 보며 마음 속으로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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