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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 리그] - 혼자서도 세상을 구할 수 있더라.
12  쭈니 2017.11.22 11:03:40
조회 209 댓글 0 신고

 

 

감독 : 잭 스나이더

주연 : 벤 애플렉, 갤 가돗, 제이슨 모모아, 레이 피셔, 에즈라 밀러, 헨리 카빌

개봉 : 2017년 11월 15일

관람 : 2017년 11월 19일

등급 : 12세 관람가

 

 

드디어 뭉쳤다.

 

일요일까지 해야 할 것처럼 보였던 회사 재고조사가 토요일에 모두 끝났습니다. 일요일만큼은 회사에 나올 수 없다는 굳은 의지로 눈에 불을 켜고 일을 한 직원들의 투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 덕분에 예상하지 못했던 일요일의 여유를 맞이한 저는 웅이에게 일요일날 [러빙 빈센트]와 [저스티스 리그] 중 어느 영화를 보겠냐고 물었습니다. 웅이의 선택은 [러빙 빈센트]. 하지만 [저스티스 리그]의 예매권을 일찌감치 구매해놓은 저는 [러빙 빈센트]에 이어 [저스티스 리그]도 보기로 결정했고, 구피도 웬일인지 제 결정을 쉽게 수긍해줬습니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러빙 빈센트]를 본 후, 오후에 [저스티스 리그]를 보는 황금 계획이 완성되었습니다.

마블 영화에 대한 애착이 강한 저희 가족에겐 상대적으로 DC 영화에 대한 실망감이 꽤 큰 편입니다. 특히 큰 기대를 안고 본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은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도 컸던 영화입니다. 배트맨이 왜 슈퍼맨을 적으로 간주하고 없애려하는지에 대한 납득이 될만한 설명이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배트맨이 슈퍼맨과 화해하는 과정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마블의 '어벤져스'와 맞설 DC의 슈퍼 히어로팀 '저스티스 리그'가 처음 언급되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었던 영화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저스티스 리그]가 개봉했습니다. DC의 대표영웅인 배트맨을 중심으로 원더우먼, 아쿠아맨, 사이보그, 플래시가 팀을 이룬 [저스티스 리그]에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죽은 것으로 처리된(하지만 쿠키영상에서 되살아날 것임을 살짝 언급했던) 슈퍼맨까지 부활합니다. 그야말로 DC 영화의 끝판왕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저스티스 리그]는 그동안의 DC 영화에 대한 제 아쉬움을 일거에 날려 버리고, 마블 영화처럼 저와 저희 가족에게 환호를 안겨줄 수 있을까요?

 

슈퍼 히어로가 무려 여섯이나 등장한다.

이 정도면 우리, 마블의 '어벤져스'를 이길 수 있지 않을까?

 

 

DC의 조급증은 어디에서 왔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저는 [저스티스 리그]에 실망했습니다. 분명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보다는 재미있었습니다. 최소한 배트맨과 슈퍼맨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서로 치고 받고 싸우다가 화해하지는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제시된 DC 영화의 문제점이 이번 [저스티스 리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고, 지금까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DC 영화의 불안 요소로 지목되던 문제가 이번 [저스티스 리그]에서 결국 터져버렸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지금까지 꾸준히 제시되었지만, [저스티스 리그]에서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을 먼저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드러난 DC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이 조급증이라고 생각합니다. DC의 조급증은 마블의 성공과 맞닿아 있습니다. 분명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 대중적 인지도는 DC가 훨씬 높습니다. 그렇기에 DC는 인지도가 높은 슈퍼 히어로를 이용한 단독 영화로 쏠쏠한 재미를 봤습니다. 그와는 달리 마블은 스파이더맨, X맨, 판타스틱 포 등 인지도가 높은 슈퍼 히어로가 경영난으로 타사로 넘어가버렸습니다. 하지만 마블은 인지도가 비교적 낮은 슈퍼 히어로를 한데 묶어서 세계관 통합을 이루었고, 이러한 마블의 모험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마블의 성공을 지켜본 DC는 그제서야 부랴부랴 세계관 통합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문제는 마블의 성공을 빨리 따라 잡겠다는 조급증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마블은 [어벤져스]를 내놓기 위해 2008년부터 [아이언맨], [인크레더블 헐크], [아이언맨 2], [토르 : 천둥의 신], [퍼스트 어벤져]를 먼저 만들어 '어벤져스'의 주축이 되는 슈퍼 히어로들을 먼저 소개한 후, 2012년이 되어서야 [어벤져스]를 관객 앞에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DC의 확장 유니버스는 2013년 [맨 오브 스틸]을 시작으로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으로 시동을 걸더니 [원더우먼]을 거쳐 곧바로 [저스티스 리그]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 결과 아쿠아맨, 플래시, 사이보그는 제대로 소개조차 되지 못한채 [저스티스 리그]에 합류해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제법 인지도가 있는 아쿠아맨을

[저스티스 리그]가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지켜보면

조급증의 문제가 얼마나 큰 것인지 느끼게된다. 

 

 

DC의 조급증이 이 영화에 끼친 영향

 

이러한 DC의 조급증이 DC 영화를 얼마나 허술하게 만들었는지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이미 보여준바 있습니다. 문제는 [저스티스 리그]에는 슈퍼 히어로가 늘어난 만큼 허술함도 더욱 커졌다는 점입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이 개봉하기전 배트맨의 단독영화가 제작되었어야 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저스티스 리그]가 개봉하기 전 아쿠아맨, 플래시, 사이보그의 단독영화가 먼저 제작되었어야 했습니다. 물론 플래시는 TV 시리즈로 이미 소개되었지만, 아쿠아맨의 단독 영화는 2018년, 사이보그의 단독 영화는 2020년 개봉 예정이며 플래시의 단독영화인 [플래시 포인트]도 기획단계에 있다고합니다. 이는 관객이 아쿠아맨과 사이보그, 플래시에 대한 애착을 가지기도 전에 먼저 [저스티스 리그]에서 만났음을 의미합니다. 그 결과 [저스티스 리그]에는 여섯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지만, 제 눈에는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의 활약만 보였습니다.

DC 조급증은 캐릭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저스티스 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템인 마더박스 역시 갑툭튀(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온)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마더박스는 시간과 공간, 에너지, 중력을 통제하는 범우주적인 능력을 지닌 물체로 행성을 파괴할수도 있다고하니 그 위력은 아마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인피니티 스톤과 맞먹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블은 인티니티 스톤을 섣불리 관객 앞에 내놓지 않았습니다. 조금씩 인피니티 스톤 각각의 위력만 맛뵈기로 보여준 후 페이지 3의 하이라이트인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 이르러서야 인피니티 스톤과 마블의 끝판왕 빌런 타노스를 등장시킴으로써 관객의 기대감을 부추깁니다. 

그와는 달리 DC는 이전엔 마더박스에 대한 언급을 거의 안하다가 [저스티스 리그]에 새개의 마더박스를 한꺼번에 꺼내듭니다. 아니, 그렇게 중요하고 위험한 물체가 지구에 모두 숨겨져 있다는 설정도 문제이지만, 메인 빌런 스테픈 울프(시아란 힌즈)가 세개의 마더박스를 손쉽게 손아귀에 넣는 장면도 어이가 없습니다. 행성을 파괴할 정도로 엄청난 물체인 마더박스를 이렇게 하찮게 다뤄져도 정말 괜찮은 것인지...  

 

행성 하나를 파괴시키는 위력을 지녔다는 마더박스.

하지만 인간은 개인의 욕망을 위해 마더박스를 사용했고, 그 결과물이 사이보그다.

이렇게 마더박스가 마구 사용되도 되는 물건이던가? 

 

 

슈퍼맨에 의한 밸런스 붕괴

 

조급증에 의해 캐릭터들은 마구 남발되고, 중요한 희귀템 마더박스는 단순하게 소모해버립니다. 이것은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부터 느꼈던 DC 영화의 문제점입니다. 그런데 [저스티스 리그]에는 한가지 문제점이 추가됩니다. 바로 밸런스 붕괴입니다. 사실 슈퍼 히어로가 다수 등장하는 영화에서 슈퍼 히어로간의 밸런스 문제는 피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 마블도 밸런스 문제에 봉착했었습니다. 토르는 거의 신적인 존재이고, 헐크는 행성 하나를 파괴할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 비한다면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블랙 쉬도우, 호크아이는 너무 나약해보입니다. 하지만 마블은 슈퍼 히어로 각각의 능력을 극대화시켜 밸런스 붕괴 문제를 피합니다.그 결과 아이언맨은 기술력, 캡틴 아메리카는 리더쉽, 블랙 쉬도우와 호크아이는 민첩성으로 토르, 헐크에 비해 부족한 파워를 채워나갔습니다.

하지만 [저스트스 리그]는 아예 노골적으로 밸런스 붕괴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플래시, 사이보그가 뭉쳤지만 그들은 스테픈 울프의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슈퍼맨이 죽음에서 깨어나며 뒤바꿉니다. 스테픈 울프는 슈퍼맨의 상대가 되지 못한 것이죠. 아예 슈퍼맨은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여유만만하게 스테픈 울프를 무찌르고, 스테픈 울프는 공포에 휩싸여 역대 빌런 최악의 최후를 맞이합니다. (부디 다크사이드는 좀 제대로된 최후를 맞이할 수 있기를...)

사실 결정적인 순간 짠하고 나와서 빌런을 무찌르는 슈퍼 히어로의 등장은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원더우먼의 등장은 역대급이었고,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슈퍼맨의 등장으로 이를 이어나가려합니다. 하지만 너무 과할 정도로 슈퍼맨의 능력이 먼치킨급이어서 오히려 영화의 긴장감을 없애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어서 빨리 슈퍼맨을 불러.

우리 수십명보다 슈퍼맨 한명이 훨씬 강하단 말야.

 

 

혼자서도 세상을 구할 수 있더라.

 

[저스티스 리그]의 국내 포스터 광고 카피는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입니다. 마더박스의 엄청난 힘을 이용해서 지구를 정복하려는 스테픈 울프에 맞서기 위해 배트맨은 팀을 구성합니다. 힘을 합쳐 스테픈 울프의 야망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막상 스테픈 울프를 막아낸 것은 슈퍼맨 혼자입니다. 이쯤되면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가 아닌, '슈퍼맨이 없으면 세상을 구할 수 없다'가 더 어울립니다. 이 역시 [어벤져스]와 비교가 되는 부분입니다. [어벤져스]는 치타우리 종족의 물량 공세에 맞서 모든 슈퍼 히어로가 힘을 합쳐 함께 물리칩니다. 관객이 슈퍼 히어로 집단에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런 협업입니다. 슈퍼맨 혼자 해결하는 밸런스 붕괴가 아니란 말입니다.

이제 DC 영화는 변화를 맞이할 것입니다. DC의 확장 유니버스를 이끌던 잭 스나이더 감독이 개인적인 문제로 하차하고, 마블에서 [어벤져스]와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연출했던 조스 웨던 감독이 새롭게 영입되어 [저스티스 리그]의 후반 작업을 책임졌다고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스티스 리그]는 DC 영화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물려 받았지만, 조스 웨던이 새롭게 바꾸기엔 너무 늦게 투입되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조스 웨던의 능력은 다음 DC 영화에서 발휘될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입니다. 제가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 이어 [저스티스 리그]에도 실망했지만 DC 확장 유니버스에 대한 기대감을 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참고로 이 영화엔 두개의 쿠키영상이 존재합니다. 첫번째 쿠키영상은 플래시와 슈퍼맨이 누가 더 빠른지 내기를 하는 장면이고, 두번째 쿠키영상은 탈옥한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가 데스스트록과 만나 빌런 팀을 제안하는 장면입니다. 흠... 그렇다면 빌런팀의 활약을 다룬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1편을 끝으로 그냥 묻히게 되는걸까요? 렉스 루터가 빌런팀을 제안하기 위해 만난 것이 데스스트록이 아닌 조커였다면 관객 입장에서 더 짜릿했을텐데...

 

[저스티스 리그]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여섯 슈퍼 히어로가 힘을 합쳐 스테픈 울프를 무찌르고 팀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슈퍼맨이 혼자 활약하는 동안 다른 슈퍼 히어로들은 존재감이 사라지고

동등한 위치에서의 팀이 아닌, 슈퍼맨과 아이들이 되고 만다.

제발 [저스티스 리그 2]에서는 이 망할 밸런스 붕괴부터 바로 잡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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