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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라더] - 장르를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코미디
12  쭈니 2017.11.07 17:26:05
조회 271 댓글 0 신고

 

 

감독 : 장유정

주연 : 마동석, 이동휘, 이하늬

개봉 : 2017년 11월 2일

관람 : 2017년 11월 5일

등급 : 12세 관람가

 

 

제사가 많은 집안의 장남은 괴롭다.

 

저는 장손입니다. 그래서 저희 집엔 제사가 참 많습니다. 어렸을 적엔 그것이 그냥 당연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오늘 제사다."라고 하시면 으레 집에 일찍 들어가기면 하면 되었으니까요. 제사 음식은 어머니께서 손수 만드셨고, 저는 차려진 제사상에 절만 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나니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어머니가 제사 음식을 만드실 땐 그것이 당연하게 보였지만, 막상 구피가 그 일을 물려 받게되니 제사상을 차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제서야 깨달은 것입니다. 어머니께선 이 힘든 일을 혼자 50년 가까이 해오셨습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어머니께서는 제사를 간소화하자고 하십니다. 그래서 증조할아버지와 증조 할머니의 제사를 합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제사를 합쳤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구피가 직장에 다니고, 저희 집과 어머니의 집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평일 제사상을 차리는 것이 어렵습니다. 회사에서 칼퇴근 후 저와 구피가 곧바로 어머니의 집에 가도 저녁 8시가 훌쩍 넘기에 어머니 혼자 제사상을 차리셨고, 제사가 끝난 후엔 앓아 누우시곤 했습니다. 결국 어머니께서도 제사를 절에 모시자고 조심스럽게 제안을 하십니다. 조상님껜 죄송하지만 그것이 현재로써는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합니다.

장손도 이렇게 힘든데, 전통을 따지는 유서있는 집안의 종손은 얼마나 힘들까요? [부라더]는 아버지, 춘배(전무송)의 장례를 치루기 위해 고향에 온 두 형제 석봉(마동석)과 주봉(이동휘)의 이야기입니다. 석봉과 주봉은 안동 이씨 가문의 종가집 며느리로 온갖 고생만하다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아버지를 향한 원망 때문에 고향에 발길을 끊었다가 3년만에 강제소환됩니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온갖 소동이 조용한 마을을 시끄럽게 만듭니다.

 

대학로 창작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가 원작이다.

하긴 유서깊은 가문의 종손이 되려면 용감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문의 전통보다 내 살길을 먼저 찾겠노라.

 

춘배는 가문의 종손으로써 책무를 다했지만 그의 두 아들인 석봉과 주봉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를 꿈꾸며 유굴 발굴에 전재산을 투자했지만 남은 것은 빚과 쓸모없는 장비뿐인 석봉과 잘 나가는 건설회사에 다니지만 실직 위기에 처한 주봉은 아버지의 장례를 치루지 위해 본가에 왔지만 마음은 이미 딴 곳에 가있습니다. 그러한 그들에게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날 기회가 찾아옵니다. 석봉은 그토록 찾아 헤맸던 보물이 북한의 평안남도 안주가 아닌 바로 이곳 안동에 묻혀 있다는 믿을만한 정보를 입수하고, 주봉은 마을 사람들에게 도로 개발 동의서를 받으면 그동안의 실수를 덮어주겠다는 오대표(오만석)의 말을 듣게 됩니다.

이제 석봉과 주봉은 과거라 할 수 있는 전통을 지키는 것과 현재라 할 수 있는 내 살길 찾기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석봉과 주봉의 고민은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전통이 밥 먹여 주냐며 당장 내 살길 찾기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어찌보면 석봉과 주봉은 관객의 지지를 받을만한 캐릭터는 아닙니다. 아무리 섭섭해도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내 살길 찾겠다며 온갖 소동을 부리고 있으니까요. 종손은 아니어도 장손인 제 입장에서는 아버지의 장례를 잘 마치고 보물 찾기에 나서고, 개발 동의서를 받아도 될 것 같은데, 석봉과 주봉은  아버지의 장례엔 관심조차 없어 보입니다. 집안 어른들이 석봉과 주봉에게 고사성어를 써가며 호래자식이라 욕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밉지가 않습니다. 그것이 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입니다. 덩치는 산만하지만 뜬구름잡는 꿈에만 묻혀 사는 석봉도 밉지 않고, 명석한 두뇌를 가졌지만 매번 형에게 밀려 서러움을 받았던 주봉의 반항도 밉지 않았습니다. [부라더]가 코미디 영화인 탓에 그들의 행동에 과장이 섞여 있지만, 케케묵은 전통만 고집하는 꼰대들을 향한 석봉과 주봉의 반란은 가볍게 웃고 즐기기에 충분했니다.

 

우리의 소원이 통일인 이유는

평안남도 안주에 묻힌 보물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이건 시험에 안나옵니다. ㅋㅋ

 

 

[부라더]의 웃음과 긴장감, 감동을 책임진 오로라

 

전통만 중시하는 꼰대들을 향한 석봉과 주봉의 반란이 [부라더]의 주요 전개입니다. 하지만 석봉과 주봉의 반란에 맛난 양념을 마구 뿌려댄 오로라(아하늬)라는 캐릭터가 있었기에 그들의 반란이 재미있을 수 있었습니다. 석봉과 주봉이 고향 길에 접어들자마자 주봉의 차에 치인 오로라. 그녀는 사고의 후유증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미친 것인지, 알 수 없는 말과 돌출 행동으로 석봉과 주봉을 곤란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오로라가 석봉과 주봉을 곤란하게 만들면 만들수록 [부라더]에 대한 관객의 웃음 소리는 점점 커집니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빼앗아버리는 씬스틸러 여성 캐릭터는 지금까지 많이 있었습니다. 그 중 [웰컴 투 동막골]의 여일(강혜정)이 저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동막골이라는 오지의 미친X 여일은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은 동막골의 모습과 닮은 캐릭터였습니다. 오로라는 비록 여일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라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있었기에 석봉과 주봉의 소동이 재미있었고, 그녀가 있었기에 약간은 느슨해졌던 영화의 후반에서 긴장감이 바짝 조여졌으며, 그녀가 있었기에 코미디에서 감동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여일이 없는 [웰컴 투 동막골]이 상상이 안되듯, 오로라가 없는 [부라더] 역시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오로라의 존재감은 대단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올해는 아하늬가 배우로 한걸음 도약한 중요한 해인것 같습니다. 사실 그녀는 10년 가까이 배우의 길을 걸었지만 아직 2006년 미스코리아 진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랬던 그녀가 2017년에는 [침묵]에 이어 [부라더]에 출연하며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비록 주연은 아니었지만 주연만큼 인상깊은 조연으로 이제는 미스코리아 이하늬가 아닌, 배우 이하늬임을 영화팬들에게 알린 것입니다.

 

hey 모두들 안녕. 내가 누군지 아늬?

'이하늬다! 이하늬다!'

- 이하늬의 노래 <레드카펫> 중에서...

 

 

장르를 넘나드는 재미

 

개인적으로 저는 [부라더]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일단 9년 간 대학로를 사로잡은 스테디셀러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원작으로한 영화답게 이야기 구성이 탄탄했습니다. 게다가 원작 뮤지컬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장유정 감독이 영화의 연출까지 맡으며 자연스럽게 뮤지컬과 영화를 잇고 있습니다. 알고보니 장유정 감독은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과 임수정, 공유 주연의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도 각본은 물론 연출까지 해냈더군요. 이쯤되면 장유정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2015년 창작 뮤지컬 <그날들>의 영화화를 기대해봐야 겠습니다. <그날들>은 故 김광석이 불렀던 노래들로 만들어진 뮤지컬입니다.  

[부라더]는 또한 배우들의 매력을 제대로 이끌어냅니다. 커다란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귀여움으로 마블리라는 애칭을 갖게된 마동석이 본격적인 코미디 연기에 나섰고, 마동석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동휘가 마동석의 동생으로 나옴으로써 예상하지 못한 브로맨스의 재미도 안겨줍니다. 여기에 이하늬의 재발견도 영화의 재미에 큰 몫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또 한명, 저는 조연 중 미봉(조우진)의 처(송상은)가 인상 깊었습니다. 미봉이 종손을 물려 받을까봐 전전긍긍하는 그녀는 시댁에서의 스트레스를 담배로 풀며 맛깔스러운 조연으로써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가 [부라더]에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은 장르를 넘나드는 재미 덕분입니다. [부라더]의 장르는 당연히 코미디입니다. 영화의 중반까지 석봉과 주봉의 소동극은 관객을 웃깁니다. 하지만 영화의 중후반엔 갑자기 오싹한 호러 분위기가 납니다. 실제 저는 웅이의 손을 꼭 붙잡으며 "무서워."를 연발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감동까지... [부라더]는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밀려드는 감동의 도가니.

파란 돼지, 아니 마동석이 책임진다.

 

 

진부한 슬픈 코미디, 그럼에도 눈시울은 뜨거워진다.

 

영화가 끝나고 웅이는 "왜 우리나라의 코미디 영화는 끝까지 웃기지 않고 갑자기 울릴려고 할까요?"라고 묻습니다. 사실 그러한 의문은 제가 소위 말하는 슬픈 코미디라는 우리나라만의 이상한 장르의 영화를 볼 때마다 제기했던 것입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부라더] 또한 진부한 슬픈 코미디입니다. 하지만 저는 [부라더]의 후반부 감동이 공감되었습니다. 어쩌면 저희 어머니께서 맏며느리로 오랜 세월동안 집안의 제사를 책임지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종가집 며느리이자 석봉, 주봉 어머니 순례의 모습에서 저희 어머니의 모습을 본 것입니다.

그리고 춘배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도 4남 4녀중 장남의 무게감에 항상 짓눌려 있으셨습니다. 동생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어렸을적부터 돈을 벌어야 했던 저희 아버지는 가끔 술에 취할때마다 할아버지께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과거의 섭섭함을 토로하곤 하셨습니다. 춘배 역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종손이라는 무게감에 짓눌려 살았을 것이고, 아내인 순례에 대한 미안함과 석봉, 주봉만큼은 자신처럼 종손의 무게감에 짓눌린 삶을 살지 않기를 바라며 애써 모질게 대했을 것입니다.

이렇듯 [부라더]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며 저희 부모님이 느끼셨을 무게감이 춘배와 순례의 모습에서 제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자연스러운 감동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러한 감동은 웅이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감동입니다. 하지만 아버지, 어머니가 살아온 지금까지의 삶을 기억하는 제겐 [부라더]의 웃음과 감동은 매우 특별했습니다.

 

   어쩌면 제사를 절에 맡기자는 어머니의 제안은

제가 장손의 무게감 속에 살지 않기를 바라셨기 때문은 아닐까?

과거의 전통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현재의 괴로움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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