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유명한 영화다. 그 전에 소설도 유명하지만 영화가 워낙 인상적이고 개봉 당시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기에 영화로 사람들은 더 기억하고있다. 무엇보다 감독인 스탠리 큐브릭은 기인이라 할 정도로 만드는 영화보다 화제가 된 감독이다. 아직도 그가 감독한 작품은 여전히 촌스럽지 않다. 워낙 예전에 만들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지금 만드는 그 어떤 감독보다 훨씬 더 잘 만들었다. 시대가 진행되며 기술도 발전해 과거 작품은 촌스럽다.

당시에는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던 미장센 등은 이제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기법이다. 이런 면에서 큐브릭의 영화는 아직도 비슷한 영화를 만들기는 어렵지 않을까. 영화를 보다보면 이런 생각이 떠 올랐다. 지금보다 과거가 더 창의력이 넘쳐났구나. 예술적 창의력은 지금보다 더 뛰어난 걸로 느껴졌다. 분명히 과거보다 지금이 더 개방된 사회처럼 느껴진다. 많은 분야에 있어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할 것들이 지금은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오히려 과거보다 지금의 예술은 더 경직되어있다. 물론 경직이라는 표현은 애매모호하다. 다양한 면에서 그 딴 내용이나 화면을 갖고 자유롭다고 표현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시계 태엽 오렌지>를 보더라도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은 너무 당연해 보인다. 그런 작품이나 표현을 통해 금기시 되었던 많은 것의 외연이 확장되며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를 갖게 되었다. 갈수록 이런 것은 사라지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 내 생각에 과거보다 더 자유로워졌는지 모르겠지만 창작자들은 과거보다 더 자기검열을 하는 듯하다. 내 편견일 수 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강렬한 원색의 빨간색이 나온다. 그 이후에 아마도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이미지와 화면이 나온다. 큐브릭이 만든 영화들은 대체로 그런 장면이 많기 하지만 워낙 강렬한 모습이다. 주인공인 알렉스(말콤 맥도웰)가 정면을 바라보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모습들의 연속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솔직히 불편했다. 알렉스 일당이 벌이는 악행은 결코 웃으면서 보긴 힘들다. 더구나 그 모습을 보여주는 화면에서는 적당히 보여주고 컷아웃되는 것이 아니다. 적나라하게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부분을 촌스럽다고 할 수도 있다. 인간은 상상의 동물이라 얼마든지 적당한 선에서 상상하게 만들고 다음 씬으로 넘어갈 수 있다. 영화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악행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폭행은 오히려 애교스럽다. 유독 성적인 측면에 대해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이유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큰 틀에서는 전부 폭행이긴 하다. 주택을 침입한다. 도와달라고 상대방에게 안심을 하게 한 후 들어가 알렉스 일당은 전부 극단의 악행을 보여준다. 그 선봉에 알렉스가 있다. 심지어 한 여인을 성폭행하는 일당들에게 시비를 걸어 그들마저 폭행해버린다. 우리가 최고의 나쁜 놈이라고 할까.

이런 일련의 모습은 용서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과연 예상대로 그는 처벌을 받는다. 감옥에 갇힌다. 어딘지 권선징악의 패턴으로 읽히겠지만 영화는 실질적으로 이 부분부터 감독이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보여준다. 전반의 악행은 선명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죄인들이 교도소에서 나와도 다시 악행을 저지르는 것보다는 약물치료에 따른 교화를 시도한다.

알렉스는 좋아라 찬성한다. 여기서 또 다시 그 유명한 장면이다. 눈을 핀셋으로 고정시키고 계속 눈에 안약을 넣는다. 이미 이름 모를 약을 처방받고 약을 넣는 장면은 이 영화가 1970년대 이니 CG가 들어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 진짜했다. 이 장면을 찍고 배우는 한동안 실명이 될 뻔하기도 했단다. 무서운 감독같으니라고. 그가 보는 장면도 표현하기 힘든 대단한 내용인데 이를 보며 치료받기 위한 과정이다.

갑자기 영화는 이런 누군가 누구를 통제하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이처럼 엄청난 악행을 저지른 인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인간. 감독이 변태라고 느낄 정도로 적나라하게 보여주던 그런 장면을 보고도 알렉스를 용서할 것인가 물어본다. 그렇다면 이런 인간을 사회격리가 힘들다면 약물로 치료해서 교화시킨다. 당신은 이런 걸 찬성할 것인가. 알렉스는 특정 감정이나 상황에 제대로 된 행동을 하지 못한다. 그는 과연 인간으로 살아 갈 수 있을까. 그따위 인간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기에 알레스가 출소 이후에 만나는 인물은 전부 악행과 관련된 인물들이다. 영화는 워낙 강렬한 이미지가 연속적으로 나온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편집버전만으로도 인상에 남을 정도다. 어떻게 보면 전반에 나왔던 그 모든 것들도 인권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도 있는데 서양인과 나와의 가치관이 다르기도 하여 뭐라 하긴 애매하다.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겠지만 지금도 논란이 될 영화고 오히려 지금은 이런 영화가 아예 제작될 가능성조차도 없다는 점이 아니러니다. 우리는 더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일까.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알렉스가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