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딱히 도드라진 것 없이 착했다. 전형적인 드라마에서 악인이 나오기 마련이다. 막장 드라마라고 불리는 작품에는 대단한 악인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악인이 독해질수록 주인공이 더 빛난다. 그렇기에 악한 역할을 누가 멋지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다시 만난 세계>는 악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드라마는 시종일관 착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다.

성해성(여진구)는 뜻밖의 사고로 사망한다. 그는 살인 사건 누명을 쓰게 된다. 그 이후 가족들과 주변 친구들은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성해성이 다시 이 세상으로 오게 된다. 드라마는 그렇게 시작한다. 전형적인 판타지 드라마다. 이제 판타지는 자연스럽다. 이를 뛰어넘어 현실적이다. 판타지라고 하면 어딘지 마법이 나올 것 같지만 이제는 극의 흐름을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좀 더 윤활유 역할정도다.

갈수록 그런 드라마가 많아지고 있다. 이걸 마구 활용하지도 않고 무한한 능력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저 판타지적인 요소가 드라마에서 아주 조금 보여주며 어색하거나 이상한 부분을 깔금하게 해결하는 정도다. 처음에는 저건 말도 안 된다고 한 요소들이 판타지가 결합되니 뭐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죽은자가 다시 세상에 와서 자신이 못다한 한을 풀어낸다는 드라마다. 재미있게도 처음에만 놀랄 뿐이다.

죽은 자가 다시 나타날 때만 놀라고 그 이후는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다시 태어나 힘이 좀 쎄고 오감이 발달한 것 이외는 특별한 재능은 없다. 그 재능마저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을텐데 드라마에서는 거의 쓰임새를 보여주지 않는다. 힘 정도만 보여주고 그 외는 그다지 큰 쓸모없을 때 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드라마는 처절하게 현실적이고 소탈하고 담담하게 진행되다 보니 그런 장면은 맞지 않는다.

백마 탄 왕자님도 없다. 드라마에서는 그저 조금 더 잘 살 뿐인데 이마저도 소탈하고 허례의식 등에 갇혀 있지 않다. 솔직히 난 그래서 좋았다. 내용이 막장이 없고 극대화하는 효과도 거의 쓰지 않다보니 밋밋할 수는 있어도 말이다.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런 드라마가 수목드라마로 방영된다는 점이 다소 어색할 정도로. 이 시간대는 가장 트렌디한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인데 말이다.

전체 내용이 다시 만난 친구들과 우정을 쌓고 못 이룬 사랑을 이룬다. 거기에 가족들을 다시 하나로 뭉쳐준다. 주인공인 성해성이 죽지 않고 계속 살아도 이렇게 진행되었을까. 그런 의문이 있었다. 중간에 비틀려졌지만 이제는 다들 원래대로 회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들고 해성이는 떠난다. 이런 존재가 곳곳에 있다고 드라마에서는 알려준다. 그들은 일반인과 구분은 되지 않는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았는데 숨길 수는 없을 듯한데 말이다.

보통 이런 드라마는 어느 정도 중견 연기자들이 중심을 잡아주며 이끌기도 하는데 거의 대부분 젊은 연기자들의 합으로 구성되었다. 그나마 드라마 자체가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거나 희노애락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없어 보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무엇보다 난 음악이 좋았다. 음악이 잔잔히 흐르며 드라마가 진행될 때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었다. 아쉽게도 드라마는 그다지 시청률이 좋지는 못했다. 어떻게 보면 역시나라고 할까.

이런 착하고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기 좀 힘들다. 그렇게 욕을 하는 막장 드라마는 오히려 욕하며 더 시청한다. 물론 이 드라마도 내용 전개를 볼 때 좀 터무니없다고 느껴지는 곳들이 있어 살짝 아쉽기는 했다. 그래도 이런 착한 드라마가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갈수록 소재고갈로 더 잔인해지고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시도말고 말이다. 전형적인 해피엔딩으로 끝나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