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익준이 주연인데 제목이 [시인의 사랑]이란다.
똥파리의 그 양익준이 찌질이 시인 역할이란다.
아직 관람하지 않았기에 시사회에 다녀온 지인들이 쓴 글도 애써 피하는 중인데...
퀴어 영화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어떤 영화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났는데... 뭐지?  별로였다.
왠지 "좋았다"라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찌 보면 꽤나 심오하게 다가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
계속 흐릿흐릿한 것이....
셔터가 눌러지지 않는 느낌이다.

뭘 봐야 하나... 어디에 포커스를 둬야 하나...
다시 보면 알 수 있으려나...
GV에 참석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시간이 잘 안 맞아서...

하지만 확실하게 좋았던 것은
양익준배우(감독)님....^^
어쩌면 그렇게 택기역을 잘 소화해내는지..
배우를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표현하는데 그 말이 딱인 듯.

작품 속에서 택기 시인은 말한다.
시인은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라고....
우린 드라마를 통해서, 영화를 통해서
때로는 대리만족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위로를 받기도 한다.
시를 읽으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내 마음을 대변하는 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한편으로 시인은
참 이타적인 사람인 거네....
자기희생이 필요한.

우리의 택기 시인님.
어찌나 순수하시던지....

그의 고뇌보다는 그의 찌질함이 자꾸 나의 신경을 건드렸다.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혼이라는 틀을 따랐으면 어느 정도는 그 틀에 맞춰서 살아야 하는 게 맞지 않는가
시를 쓰고 싶어서 시를 쓰며 사는 이 남자...
그런데 그 시조차 세상에 아직 인정을 못 받는 듯...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수많은 직장인들이 그 일이 적성에 맞아서 평생 다니겠냐 말이다.

이런 사람은 아내가 아니라 엄마하고 평생 살아야 한다.

시인의 아내...
이 여인은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갖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일 텐데...
시인의 아내에겐 그조차 너무 큰 꿈이었나 보다.
적극적이지 못한 남편인데... 남편의 정자마저 무력하단다.

시도 써야 하고... 자기를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는 아이를 갖자고 한다.
둘 모두가 시인에겐 태산처럼 크게 와 닿은 것처럼 보이는데
시인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난관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하필 이 시점에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이 남자
새로 생긴 도넛 가게의 알바생에게 자꾸 마음이 간다.
사랑일까?
기댈 곳 하나 없이 가냘픈 날개 없는 새 같은 이 소년을 향한 이 마음이
사랑일까?

아내를 향해서는 돌봐주고 싶은 마음이 1도 없었던 것 같은데
(아내에게선 돌봄을 받기만 했으니...)
소년을 향해서는 모든 걸 다 줘도 아깝지 않은듯해 보인다.
어쩌면 이런 마음도 시인에겐 처음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사랑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집에 돌아가면 아버지의 병시중을 들어야 하고, 어머니는 생계에 찌들려 자신을 돌봐줄 여력조차 없다.
그런 소년은 불량해 보이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불량해 보이는 언행을 보이기도 하지만
여린 소년인 것을... 아직은 보살핌이 필요한.

사랑의 표현에 서툴렀던 택기는
소년을 보살펴주고 싶은 마음을 느끼고... 그렇게 한다.
이게 사랑일까?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사랑에 서툴다.
소년 또한 관심을 받아보지 못했기에 택기의 관심에 대한 반응이 서툴다.

참으로 서툰 두 사람이 만났다...

남녀 간의 사랑도 있고,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사랑도 있고,
이게 감정인지라 뭐라 표현하기가 참 어렵다.
모양새만 보고 판단하기는 더 어렵다.

소년을 향한 이 덜자란 시인의 사랑은  어떤 사랑이었을까?
시인이 소년을 사랑한 게 아니라, 시인이 사랑한 게 소년이었다는데
뭔 말이여... 더 어려워 ㅠㅠ

택기는 말한다
시인은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라고
아무래도 시인의 아내는 평생 외사랑이 될 것 같다.

소년을 만나면서 시인은 아름다운 시어를 만들어낸다.
아내와 소년. 그 둘을 함께 둘 수 없기에
소년은 아픔의 씨앗이 되어 시인의 마음속에 진주로 자랐나 보다.

뒤늦은 성장으로 성장통을 겪는 시인...
이제 아련한 첫사랑이 되어
미완성의 사랑은 그의 기억 끝까지 함께 하겠지....

영화가 참 아리까리 하네....
그래도 양익준 배우가 있어 보길 잘했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