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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의 보디가드] - 이런 요절복통 브로맨스는 처음이다.
11  쭈니 2017.09.12 14:09:17
조회 196 댓글 1 신고

 

 

감독 : 패트릭 휴즈

주연 : 라이언 레이놀즈, 사무엘 L. 잭슨, 게리 올드만, 에로디 영, 셀마 헤이엑

개봉 : 2017년 8월 30일

관람 : 2017년 9월 10일

등급 : 15세 관람가

 

 

웅이는 이제 열다섯살

 

지난 9월 4일 웅이는 열다섯살이 되었습니다. 열다섯이 된 웅이가 가장 먼저 선언한 것은 15세 관람가 등급의 영화를 구피 눈치보지 않고 보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웅이가 15세 관람가 등급의 영화를 볼 수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보호자 동반이라면 얼마든지 볼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구피가 아직 웅이에게 15세 관람가 등급의 영화는 무리라며 결사반대를 하고 나섰기 때문에 15세 관람가 등급의 영화를 보기 위해선 먼저 구피에 대한 설득작업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9월 4일자로 그러한 구피 설득작업이 필요없어진 것입니다.

열다섯살이 된 웅이가 처음으로 선택한 15세 관람가 영화는 [킬러의 보디가드]입니다. 영화 개봉전부터 "데드풀과 닉 퓨리가 나오는 영화래요."라며 라이언 레이놀즈와 사무엘 L.  잭슨의 브로맨스를 기대했던 웅이. 하지만 영화에서 욕설이 난무하고, 사람죽이는 것쯤은 예사로 표현될 것이 확실했기에 구피는 "꼭 이런 영화를 웅이와 봐야겠어?"라며 반대했었습니다. 그런데 웅이가 열다섯살이 되면서 그러한 반대는 이제 무의미해졌습니다. 결국 지난 일요일 아침, 저와 웅이는 [킬러의 보디가드]를 보기 위해 그동안 발길을 끊었던 CGV로 향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나서는 구피가 VIPS에서 스테이크 파티를 열어줬습니다. 9월 4일 웅이의 생일 당일날에는 웅이가 친구들과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함께 먹으며 조촐한 생일 파티를 했고, 가족들끼리는 작은 생일 케잌과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며 웅이의 생일을 축하해줬습니다. 하지만 열다섯살이 되는 웅이 인생의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기엔 조금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그 부족함을 15세 관람가 등급의 [킬러의 보디가드]를 본 후, VIRS에서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썰면서 가득 채운 것입니다. 이렇게 웅이는 오늘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중입니다.

 

 

 

A등급 보디가드 마이클 브라이스가 추락하던 날.

 

[킬러의 보디가드]는 A등급 보디가드 마이클 브라이스(라이언 레이놀즈)의 우아한 어느 하루를 담고 있습니다. 멋진 집에서 폼나게 아침을 맞이한 브라이스는 일본인 의뢰인을 안전하게 귀국행 비행기에 태우는데까지 성공했습니다. 지루한 것이 최고라는 인생 철학에 맞게 그날 하루도 지루하긴 했지만 보디가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뻔 했던 찰나, 어디에선가 날아온 킬러의 총알이 의뢰인의 뇌를 관통하며 브라이스의 경력은 끝장이 납니다. 그렇게 2년이 흐릅니다.

이제 더이상 브라이스의 하루를 폼마지 않습니다. 찌질한 저급 의뢰인 때문에 하루하루가 생지옥과도 같은 브라이스에겐 남아있는 것이 없습니다. A등급 보디가드의 자존심은 박살이 났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연인 아멜리아 루셀(에로디 영)과의 관계도 산산조각이 납니다. 브라이스는 인터폴인 루셀이 자신의 임무를 발설했다고 믿었고, 그러한 의심이 루셀을 브라이스의 곁에서 떠나게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브라이스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최악의 독재자 두코비치(게리 올드만)의 기소를 위해서는 킬러 다리우스 킨케이드(사무엘 L. 잭슨)의 증언이 필요한데, 인터폴 내부의 첩자로 인하여 킨케이드가 위험해지자 루셀은 믿을만한 외부인 브라이스에게 킨케이드의 보디가드를 맡긴 것입니다.

이건 기회입니다. 브라이스가 킨케이드를 시간내에 스위스의 국제법정에 안전하게 데려온다면 2년전 한순간의 실수로 잃은 A등급 회복이 가능해집니다. 게다가 루셀과의 관계 회복도 노려봄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브라이스와 킨케이드가 오랜 악연이라는 점입니다. 루셀은 인터폴 상관에게 이렇게 보고합니다. 브라이스와 킨케이드가 서로를 죽이지만 않는다면 브라이스는 킨케이드를 제 시간안에 국제법정에 데려올 수 있을 것이라고... 결국 브라이스와 킨케이드의 치명적인 장애물은 두코비치가 아닌 서로간의 악감정인 셈입니다.  

 

 

 

이런 요절복통 브로맨스는 처음이다.

 

[킬러의 보디가드]의 재미는 이러한 브라이스와 킨케이드의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얼핏 보면 이 영화는 전형적인 버디무비입니다. 특히 달라도 너무 다른 백인 캐릭터와 흑인 캐릭터가 힘을 합쳐 악당을 무찌른다는 설정에서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버디무비 [리쎌웨폰]을 떠오르게 하기도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속사정은 버디무비와 거리가 멉니다. [리쎌웨폰]의 마틴 릭스(멜 깁슨)와 로저 머터프(대니 글로버)는 서로 다른 개성 때문에 티격태격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파트너였습니다. 그런데 브라이스와 킨케이드는 파트너라기 보다는 적에 가깝습니다.

다시 영화의 첫 부분으로 돌아가면 2년전 일본인 의뢰인을 지키지 못한 탓에 브라이스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자신의 경력과 사랑까지도... 그런데 일본인 의뢰인을 저격한 범인은 킨케이드입니다. 브라이스 입장에서는 원수도 이런 원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2년전 엉망진창이 된 브라이스의 인생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역시도 킨케이드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브라이스는 내심 킨케이드가 죽기를 바라면서도 자신의 목숨을 바쳐 킨케이드를 구해줘야합니다.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킬러와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보디가드라는 상반된 입장처럼 킨케이드와 브라이스는 서로 상반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즉흥적인 킨케이드와 모든 것을 계획에 맞춰 진행시키는 브라이스. 이 두 사람은 티격태격을 넘어 서로 못잡아먹어 안달이 났을만큼 으르렁거리면서도 자신의 임무를 잊지 않습니다. 킨케이드는 두코비치의 악행을 증언하기 위해 국제법정의 증인석에 서야 하고, 브라이스는 킨케이드를 안전하게 지켜야하는 것이죠. [킬러의 보다기드]는 킨케이드가 국제법정에 오는 것을 막기 위한 두코비치와 인터폴 내부 첩자의 음모라는 전형적인 재미 속에서도 브라이스와 킨케이드의 악연과 브로맨스를 통한 색다른 재미로 관객을 유혹합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사랑이다.

 

아무리 브라이스와 킨케이드가 서로 개성이 다르고, 악연으로 인해 티격태격한다고해도 버디 무비 속의 브로맨스가 형성되려면 공통점이 있어야합니다. 공통점이 있어야만 처음엔 티격태격해도 나중엔 결국 힘을 합쳐 악당을 무찌를테니까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킬러의 보디가드]는 두 사람의 공통점으로 사랑을 제시합니다. 킬러와 보디가드에게 사랑이라니..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아내인 소니아(셀마 헤이엑)를 회상하는 킨케이드의 사랑에 푹 빠진 표정과 사랑에 서툴러 루셀과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해야하는지 모르는 어리버리 브라이스의 난감한 모습이 [킬러의 보디가드]를 사랑 영화로 탈바꿈시킵니다.

킨케이드가 애초에 목숨을 걸고 두코비치의 악행을 증언하기로 한 것은 아내 소니아의 출옥 때문입니다. 인터폴은 킨케이드에게 소니아의 출옥을 약속했고, 킨케이드는 인터폴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영화 후반, 킨케이드는 인터폴과 두코비치의 부하들에게 쫓기는 와중에도 소니아가 볼 수 있는 시계탑에 꽃을 올려놓습니다. 브라이스는 그러한 킨케이드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킨케이드는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목사였던 아버지가 백인우월주의자에 의해 살해된 킨케이드의 과거와 소니아를 향한 킨케이드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브라이스가 킨케이드에 대한 닫힌 마음을 열기 만듭니다. 

킨케이드의 소니아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은 브라이스에게도 감염됩니다. 2년전 자신의 실패가 모두 루셀의 탓이라고 생각하며 원망했던 브라이스는 그것이 자신을 위한 변명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고심 끝에 루셀에게 전화해 "널 용서할께."라는 말을 한 브라이스. 그런데 "난 잘못한거 없어."라는 루셀의 판잔만 듣고 맙니다. 그때 킨케이드가 충고를 합니다. "여자들은 용서한다는 말을 싫어해." 사랑에 서툰 브라이스는 이렇게 사랑꾼 킨케이드의 코치를 받으며 루셀과의 관계를 회복해나가는 것입니다.

 

 

 

의외의 흥행성공에는 항상 이유가 있다.

 

정말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만큼 [킬러의 보디가드]는 액션 코미디 영화로써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재미를 갖추고 있습니다. '데드풀'과 '닉 퓨리'의 만남이 기대된다던 웅이의 말처럼 라이언 레이놀즈와 사무엘 L. 잭슨은 주거니 받거니하며 영화의 재미를 쥐락펴락합니다. 서로 티격태격하며 아기자기한 재미를 만들다가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리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블록버스터급 재미까지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킬러의 보디가드]가 이렇게 흥행에 성공할 줄은 몰랐습니다. CGV 단독 상영이기에 상영관도 다른 영화들보다 부족했고, 라이언 레이놀즈와 사무엘 L. 잭슨은 우리나라 영화 관객들을 극장으로 무조건 이끌만한 티켓 파워가 부족해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킬러의 보디가드]는 개봉 첫주에 썸머시즌의 강자 [택시운전사]와 [청년경찰]은 물론이고, 같은 날 개봉한 뤽 베송 감독의 SF블록버스터 [발레리안 : 천개 행성의 도시]도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이겨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를 확인하는 저는 [킬러의 보디가드]가 35주차 박스오피스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1위를 할만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관객의 선택은 옳았습니다. 재미있는 영화를 귀신같이 찾아내는 우리나라의 영화 관객들의 안목이 이번에도 적중했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박스오피스 깜짝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면 저 역시도 이런 요절복통 브로맨스를 만끽하지 못했을텐데... 의외의 흥행성공에는 항상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킨케이드는 브라이스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나쁜 놈을 죽이는 킬러와 나쁜 놈을 지켜주는 보디가드 중 누가 더 악당일까?

마더법규가 난무하는 액션 코미디를 보다가 갑작스러운 킨케이드의 질문에 멍해졌다.

정말 누가 더 악당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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