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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서클] - 사생활이 사라진다면 그건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이다.
12  쭈니 2017.08.29 17:31:13
조회 324 댓글 1 신고

 

 

감독 : 제임스 폰솔트

주연 : 엠마 왓슨, 톰 행크스, 존 보예가, 카렌 길런

개봉 : 2017년 6월 22일

관람 : 2017년 8월 28일

등급 : 12세 관람가

 

 

나는 아직도 SNS가 낯설고 어색하다.

 

요즘은 SNS를 하지 않으면 원시인 소릴 듣습니다. 솔직히 저도 SNS 계정을 만들긴 했지만 제 SNS 계정에는 제가 블로그에 쓴 글을 링크할 뿐, 다른 분들처럼 활발히 활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SNS가 낯설고 어색합니다. 다른 분들은 SNS에 일상의 사진과 동영상을 올려 친구들과 공유하고, 짧은 코멘트로 자신의 생각을 알리기도 하지만, 저는 그러한 행위를 왜 해야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저도 가끔 블로그에 구피, 웅이와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제 일상을 글로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블로그에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만 쓰고, 구피, 웅이와의 추억은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스크랩북을 따로 만들고 있습니다. 제 사적인 영역을 인터넷에 공유하는 영화와 개인적으로 간직하는 추억으로 나눈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어렸을적 저는 일기를 썼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라도 제 일기를 훔쳐보면 화를 냈습니다. 왜냐하면 일기는 제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일기를 SNS에 쓰고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만의 비밀 일기장을 여러권 가지고 있는 저로써는 그렇기에 더욱 요즘의 SNS 열풍이 낯설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세계적인 소셜 미디어 기업 '서클'에 입사한 메이

 

[더 서클]은 요즘의 SNS 열풍을 풍자한 영화입니다. 메이(엠마 왓슨)는 친구 애니(카렌 길런)의 소개로 모두가 선망하는 꿈의 직장이자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기업 '서클'에 입사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공유하는 투명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CEO 에이몬(톰 행크스)의 철학으로 운영되는 '서클'은 자유로운 사내 분위기와 완벽한 복지까지 갖춰진 그야말로 완벽한 직장입니다. 메이는 점점 '서클'에서의 생활에 빠져듭니다. 

얼핏 보면 '서클'은 정말 이상적인 직장입니다. 딱딱하기만한 우리나라 직장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고, 업무가 끝나고나면 개인적인 취미를 공유하는 여러 모임과 파티가 끊임없이 펼쳐집니다. 게다가 메이의 아버지가 앓고 있는 병을 회사 차원에서 무료로 치료 지원을 해주기도합니다. 그런데 정신차리고 다시 보면 '서클'은 섬뜩한 곳이기도 합니다. 회사가 직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물론 자의적인 것이지만...) 회사내 직원들의 유대감을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은근히 압박합니다.

한밤중 몰래 카누를 즐기다가 조난당한 메이는 '서클'의 무선 감시카메라인 씨체인지 덕분에 구조됩니다. 이 일로 인하여 메이는 자신의 모든 일상을 공유하겠다는 파격적인 선언을 합니다. 더이상 사생활 따위는 사라진 메이의 일상. 그런데 메이의 그러한 선택으로 인하여 그녀의 주변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입게 됩니다.

 

 

 

내게 사생활이 사라진다면...

 

메이가 자신의 일상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하는 바람에 메이 부모님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이 전세계에 노출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하고, 조용한 삶을 살고 싶어하던 메이의 오랜 친구 머서는 자신을 감시하는 눈을 피해 도망치다 자동차 사고로 죽음을 당하기도합니다. 그제서야 메이는 모든 것을 공유하는 투명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에이몬의 철학이 헛소리임을 깨닫습니다.

제임스 폰솔트 감독은 SNS에 자신의 일상을 올려 놓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요즘 사람들을 메이로 빗댑니다. 처음엔 SNS 활동을 잘 하지 못해 회사 간부들에게 잔소리를 듣던 메이는 자신의 모든 것을 공유하자 에이몬을 비롯한 사람들이 자신을 중요한 사람 대접을 해주는 것을 보고 점점 일상 공유의 늪에 빠져듭니다. SNS를 즐기는 사람들 중 다수가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메이의 마지막 깨달음처럼 모든 것을 공유하는 투명한 사회는 헛소리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수의 사회적 공동체에 포함되어 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되어야 합니다. 인간이 아무 사회적 동물이라고해도 우리는 각자의 개성을 가진 독립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누려야할 사생활 영역이 무너진다면, 그것은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가 되는 것이죠.

 

 

 

공적인 이익과 사생활 보호

 

[더 서클]을 보고나니 올리버 스톤 감독의 [스노든]이 생각났습니다. 테러를 막는다는 명분 아래 전 세계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미국 CIA의 행위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실화를 바탕으로한 이 영화는 공적인 이익을 위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졌습니다. 얼핏 테러를 막기 위해서라면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적인 이익이라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허상입니다.

우리나라 국정원도 공적인 이익을 위해 개인을 감시하는 사찰을 했었습니다. 그들은 분단 국가인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강변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권력을 움켜쥐기 위한 일탈일 뿐이었습니다. '서클'의 CEO 에이몬 역시 모든 것을 공유하는 투명한 사회를 만들자고 했지만 그렇게해서 모아진 개인정보는 돈벌이에 이용될 뿐입니다. 공적인 이익은 누가 그 범위를 지정하느냐에 따라 이리 저리 변경되는 완벽한 허상입니다.

[더 서클]은 꽤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지만 솔직히 영화 자체는 용두사미에 그쳤습니다. 메이를 '서클'로 이끈 애니가 왜 '서클'에 등을 돌렸는지도 이해가 안되고, 마지막에 메이가 에이몬의 숨겨진 비밀을 폭로하는 장면에서는 그저 단순히 개발자 타이(존 보예가)의 도움을 받았다며 대충 얼버무립니다. 중후반까지는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던 영화가 가장 중요한 마무리 부분에서는 대충 넘어간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서클]은 SNS에 푹 빠진 현대인들이 한번쯤 봐야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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