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다 보진 않지만 SBS스페셜은 늘 보고 있다. 그 시간에 꽤 나름 각축전을 벌이는 시간이지만 말이다. 예전에는 자주 리뷰도 썼는데 최근에는 워낙 나 혼자 써야 할 글도 많고 해서 보기만 했다. 이번 다큐는 <서번트 성호를 부탁해>인데 2부에 걸쳐 해줬기에 한 번 써 보려 한다. 이런 내용을 굳이 써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렇게 이번 글을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리하여 이렇게 출발한다.

두 아이가 있다. 한 아이는 자폐증을 갖고 있다. 한 아이는 정상적이다. 부모는 두 아이가 전부 자녀다. 더 신경을 쓰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서번트를 갖고 있는 아이다. 혼자서 자립할 수 없다. 엄마는 그 아이에게 좀 더 신경을 쏟는다. 서번트지만 몇몇 분야에서 특출난 재주를 갖고 있다. 아직까지 그 이유에 대해 의학적으로 규명하진 못한 걸로 알고 있다. 인간이란 어느 분야에 특출된 재능을 갖지 못해도 전반적으로 골고루 할 수 있는 능력과 공감능력이 있어야 한다.

성호는 그런 능력이 없다.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다. 엄마는 이때부터 성호를 위해 뒷바라지를 한다. 이건 다큐다. 그들이 살아가는 실제 생활이 아니다. 정말로 실제 생활을 보고 싶다면 24시간 관찰카메라를 놓고 계속 지켜봐야 모든 걸 알 수 있다. 다큐라는 것은 아무리 꾸밈없이 살아가는 생활을 찍었다고 해도 결국에는 그들이 살아가는 삶 중에 일부를 편집해서 보여주기 마련이다. 수많은 시간 중에 나름 의미있는 장면을 편집한다.

여기서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지점에 있어 편집하는 사람마다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다큐는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다큐는 특정 기간이 아닌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성호네 가족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가족의 희노앨락이 함께 담겨있고 시청하는 입장에서 안타까움, 측은지심, 공감 등이 함께 감정이입하며 보게 된다. 각자 자신이 해야 할 것을 한다. 누가 올바른지 여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성호는 분명히 자신의 의사표현을 한다. 허나 그가 하는 의사표현은 그가 겪고 경험한 것 중에 아주 극히 일부만 한 문단도 아닌 한 문장으로 외친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당연히 주변 사람들은 그가 진짜로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지 알기 힘들다. 분명히 어떤 감정이 있을테지만 이마저도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 힘드니 어렵다. 성호 엄마는 성호의 재능으로 그가 아마도 사회에서 먹고 살 수 있게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닐까. 둘째도 피아노를 하게 된다.

정작 성호는 대학교에는 피아노가 아닌 플라리넷으로 전공을 한다. 둘째는 대학에 피아노로 들어갔지만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때려치운다. 엄마는 아무래도 여전히 성호에게 더 신경이 쏠린다. 둘째는 그래도 알아서 잘 할 것이라 여긴다. 자신의 진심을 알아 줄 것이라고 믿는다. 예민한 사춘기를 그렇게 보낸 둘째는 아마도 마음속이 곪아터지지 않았을까. (쓰면서 좀 조심스러운 것이 이 이야기는 소설이 아닌 실제로 내 옆에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스스로 벌어 먹고 산다.

엄마는 그렇게 둘째는 무엇이라도 먹고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안심하고 더더욱 성호에게 신경을 쓴 것은 아닐까. 모든 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소원은 자녀보다 하루 늦게 사망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먼저 죽었을 때 자녀를 누가 돌볼지 모르니 말이다. 그렇게 엄마는 성호에 집중한다. 한편으로는 엄마도 성호의 재능을 발견하고 대리만족과 자신의 자아를 투영한 것은 아닐까도 한다. 다큐에서 자립을 위한 노력을 그다지 기울이진 않는다. 그나마 슈퍼에 카페를 사오게 시키는 장면이 한 번 있기는 하다.

둘째는 그렇게 겉돌며 형에 비해 소외된 자신을 대한 엄마를 미워하기도 한다. 어느 덧 30살이 넘은 아이들은 여전한 성호와 달리 둘째는 이제 스스로 자립하게 되었다. 자신은 형을 미워한 적은 없고 엄마를 미워했다고 말한다. 둘째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나같아도 그랬을 듯하다. 둘째는 감정이 있고 표현할 줄 알고 더욱 오히려 그리웠을 수 있으니. 엄마가 저래도 형이 스스로 자립할 수 없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도 했지만 이제는 자신 혼자라도 잘 살면 된다며 성장한다.

서번트인 성호가 다큐 제목이지만 오히려 둘째에 더 난 마음이 쏠렸고 보게되었다. 다행이도 이제 슬기롭게 자신의 중심을 찾은 듯했다. 외국 여행 가이드를 하며 견물을 넓힌 점도 한 몫 했을 듯도 하고 말이다. 성호는 이제 클라리넷 앙상블에서 연주도 하고 피아노 독주회도 했다. 10년이라는 기간동안 가장 큰 변화를 보여준 것은 엄마였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솔직히 많이 늙으셨다. 다큐 2부가 해피엔드 로망스지만 그건 소설이나 드라마같은 곳에서나 종결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는 다큐에 나온 것처럼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일상적인 행복과 불행, 어려움과 기쁨이 늘 교차한다. 다큐 이후에 또 다시 엄마, 성호, 둘째는 어떻게 될련지 모른다. 혹시나 해서 굳이 둘째라고 표현했다. 당연히 앞으로 세 명의 앞에는 축복만 있고 잘 될기를 바란다. 아마도 다큐에 출연한 것도 성호의 미래를 위한 엄마의 선택이지 않았을까. 성호에게 피아노의 감정까지 가르쳐야 해서 어렵다는 선생의 말이 있다. 그 부분이 해결되어 성호가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