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혹성탈출>부터 시작하면 어마어마한 시간이 흘렀다. 확실하지 않지만 이번 영화로 시리즈의 거대한 막이 내렸다. 그동안 혹성탈출 이후 이야기를 그렸다면 그 이전 세계를 그렸던 시리즈 물이었다. 드디어 모든 비밀이 이번 작품에서 전부 밝혀진다. 마지막 이야기라고 하니 궁금해졌다. 도대체 아무리 봐도 인간이 유인원에게 질 이유가 없다. 영화 내내 인간이 결코 유인원에 비해 약하지 않다. 1대1 근력은 약할지라도 말이다.

게다가 인간은 도구를 사용한다. 유인원도 협력하며 그 힘을 극대화 한다고 해도 인간도 현재는 그렇게 한다. 이럼에도 인간은 왜 질까. 여전히 유인원은 특별한 무기를 활용하지도 않는다. 인간으로 칠 때 원시시대와 마찬가지의 도구활용을 보여줄 뿐이다. 인간은 각종 도구와 무기로 유인원을 물리친다. 이런 와중에 인간이 유인원에게 졌다는 것은 그다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구나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유인원보다 인간이 많다.

곰곰히 생각하면 프리퀼에 해당하는 이번 <혹성탈출> 시리즈에서는 여성이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딱히 여성이 나온 적이 없었다. 유인원과 적대하는 인간이 나온다. 여성 과학자같은 인물도 나오긴 했지만. 영화를 보다가 뜬금없이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번 종의 전쟁에서 인간과 유인원은 마지막 싸움을 한다. 서로가 서로의 종족을 끝내려는 전쟁처럼 제목을 보면 판단된다. 막상 영화를 보면 종의 전쟁은 유인원보다는 인간이 아닐까한다.

인간과 직접적으로 맞서 싸우려 하지 않던 시저는 건드리지 않으면 인간에게 싸움을 걸지 않는다. 언제가 인간은 없애버려야 하는 존재라 싸움이 시작되었고 유인원이 어느 정도 이겼다. 그 이후 이번 '종의 전쟁'에서 여전히 인간은 유인원을 쫓고 있다. 유인원은 시저를 중심으로 맞서 전투를 하기보다는 숨는 쪽을 택했다. 그러던 중 인간쪽에서는 대령이라는 자가 진두지휘하며 유인원쪽을 몰아부치고 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영화는 전적으로 CG의 힘으로 만들어졌지만 중요한 것은 그보다는 내러티브다.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 줄 것인가다. 막상 보면 어딘지 모르게 인류가 아직 국가가 제대로 완성되기 전에 이합집산을 하던 시기를 떠올렸다. 특히나 시저라는 이름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로마시대와 같은 느낌도 났다. 자신의 터전을 위해 주변 민족과 종족과 싸우며 건드리지 못하는 영역을 만들어가는 과정처럼 느꼈다. 그렇기에 영화는 역사물처럼 읽혔다.

맞다. 이 영화는 역사물이다. 인간의 역사가 아닌 유인원의 역사를 보여주는 영화다. 난 인간인데 유인원의 역사를 지금 보고 있는 것이다. 시저라는 인물은 지금까지 상당히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판단으로 움직였다. 이번 '종의 전쟁'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성보다는 감정대로 움직이고 아이를 잃은 부모로써 행동한다. 그런 걸 보면 아무리 이성적인 인간이라도 가족을 건드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확실히 알려주는 영화다.

이번 영화는 내용상으로는 딱히 특별한 것은 없어 보였다. 예고나 기사를 보면 노바가 무척이나 중요하게 나온다. 전체적인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있어 아주 핵심적인 인물이라 말 할 수도 있다. 그게 노바때문에 일어난 것은 아니라서. 노바가 아니었어도 이미 누군가에 의해 이뤄졌다. 인간이 왜 멸종했는지 알게 해 준다. 멸종은 아니고 어떻게 유인원보다 하등 동물이 되었는지 그 비밀이 풀린다. 약간 허탈하기도 한 비밀이라 좀 그렇다.

이후 혹성탈출을 보면 인간은 제대로 된 말도 하지 못하고 의사소통도 잘 못하고 지능이라고 할 것도 거의 없다. 본능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한 마디로 유인원과 인간이 서로 뒤바뀐 생활을 한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번 영화에서 알려준다. 여전히 수많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은 한다. 이건 미국이니 미국이외 지역도 곳곳에 많이 있으니 말이다. 수많은 문명 기기가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점도 그렇고.

그래도 지금까지 시리즈물을 전부 빼 놓지 않고 관람했던 나로써는 기쁜 마음으로 광복절에 조조로 봤다. 그런데도 300석이 가득 찬 걸 보고 속으로 놀라긴 했다. 이 영화가 그 정도인가라는 생각도 했고. 결국 이 영화는 시저라는 인물의 전설을 다룬 영화다. 어떻게 유인원들이 살아남았고 시저라는 인물이 유인원 역사에서 어떤 비중과 역할을 했는지 후대에게 알려주는 교훈적이 영화다. 쓰고보니 난 인간인데라는 생각이 든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시저의 그윽한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