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느날>(영제: Oneday)은 삶과 죽음 그리고 기억에 관한 영화다. 서로 아픔이 있는 강수(김남길)와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게 되어 서로의 아픔을 치료한다. 또한 강수는 살아있는 존재이고 미소는 (일종의) 죽어있는 존재이기에 이들의 만남이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철저하게 삶과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소가 혼수상태에 빠져있고, 강수는 이런 미소를 지켜볼 수밖에 없고 그것마저 직업상의 이유로 만나야 하기에 어느 정도 선이 그어져있다. 이런 강수 앞에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미소가 등장하면서 강수는 삶과 죽음 사이를 간접적으로 체험을 함과 동시에 과거에 대한 미련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은 욕망이 있다. <어느날>의 미소 역시 좋은 기억으로 남길 원했고, 결국 강수는 미소와의 좋은 기억만 가지길 희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일종의 미련과 죄책감 때문에 강수가 반강제적으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주면서 그 기억이라는 것을 승화 시키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전혀 만난 적이 없고 일 때문에 만났지만 이 둘은 서로에게 가까운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날>에서 미소는 시각 장애인이다. 그렇기에 영혼(혹은 귀신)이 되어 자신이 보지 못한 것을 보는데,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또한, 미소가 시각장애인일 때 느꼈던 것, 만졌던 것을 시각이 보이는 채로 다시 한번 겪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미소의 이야기가 더욱 와 닿게 되는 것이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부분을 실제로 할 수 있게 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경험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야 느낀다는 것에 슬픔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로맨스 영화처럼 다가오기도 하지만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이 상당히 많다. 결국 이들은 삶과 죽음 그리고 기억, 죄책감으로 똘똘 뭉쳐진 캐릭터들이기에 영화를 보면서 달달함을 느낄 수 있지만 어느 한편으로는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존재들이지만 이들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물론, 서로에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을 관객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만남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결국 모든 것을 한 번에 승화 시켜서 해결을 해야 하기에 다소 벅찬 느낌을 가지고 결말을 낼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