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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배드 3] - '슈퍼배드'만의 특별함을 놓치지 않고 발전시켰다.
12  쭈니 2017.08.01 16:48:43
조회 365 댓글 2 신고

 

 

감독 : 카일 발다, 피에르 꼬팽

더빙 : 스티브 카렐, 트레이 파커, 크리스틴 위그

개봉 : 2017년 7월 26일

관람 : 2017년 7월 29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웅이가 나의 영화 단짝이 되게끔 이끌어준 [슈퍼배드]

 

요즘 저는 주말마다 웅이와 극장 데이트를 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오전에는 [군함도]를, 저녁에는 [슈퍼배드 3]를 봤고, 그 전주에도 토요일에는 [덩케르크]를, 일요일에는 [47미터]를 보며 주말을 보냈었습니다. 그런데 웅이는 언제부터 이렇게 저와 극장 데이트를 즐기게 된 것일까요? 원래 웅이는 극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습니다. 너무 어둡고 답답하다며 극장보다는 집에서 영화보기를 더 선호했었으니까요. 그랬던 웅이가 확 바뀐 것은 2010년 겨울의 어느날이었습니다. 웅이는 학교 숙제에 지쳤고, 저는 전날 있었던 회사 송년회에서 마신 술에 의한 숙취로 지쳐 있었습니다. 뭔가 기분 전환이 필요했는데 그때 제가 거실 TV에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 선택한 것이 [슈퍼배드]였습니다.

[슈퍼배드]가 국내에 개봉한 것은 2010년 9월입니다. 당시 저는 웅이에게 [슈퍼배드]보러 극장가자고 졸랐지만, 웅이는 주인공인 대머리 아저씨가 너무 못생겼다며 단번에 거절했었습니다. 그랬던 웅이가 잠시 학교 숙제를 멈추고 별 기대없이 [슈퍼배드]를 보더니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였어요? 아! 극장에서 봤어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하는 것입니다. 그날 이후 저와 웅이는 애니메이션 위주로 극장 데이트를 했고, 웅이가 12세가 된 이후부터는 슈퍼 히어로 영화로 범위를 넓혔으며, 올해부터는 당당히 15세 관람가 영화도 함께 보는 제 영화 단짝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슈퍼배드]는 웅이에게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처음으로 일깨워준 영화였고,  2013년 가을에는 [슈퍼배드 2]가, 2015년 여름에는 [슈퍼배드]의 스핀오프인 [미니언즈]가 저와 웅이의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데 일조했습니다. 이러한 추억이 있으니 [슈퍼배드 3]를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웅이도 추억소환에 기꺼이 동참해줬습니다.

 

 

 

[슈퍼배드]가 특별한 두가지 이유

 

[슈퍼배드]가 기존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와 비교해서 특별햇던 것은 두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악당이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슈퍼배드]의 주인공인 그루(스티브 카렐)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명소들을 한 번에 훔쳐버린 기상천외한 악당입니다. 그런 그가 세계 최고의 악당이 되기 위하여 다른 사람이 절대 훔칠 수 없는 것을 훔치기로 결심합니다. 그것이 바로 달입니다. 문제는 달을 훔치기 위한 최신식 장비를 구하기 위해는 어쩔 수 없이 고아원의 세 소녀를 맡을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슈퍼배드]는 악당 그루가 천진난만한 세 소녀와 함께하며 점점 변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악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슈퍼배드]의 기획은 분명 참신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드림웍스에서도 악당이 주인공인 [메가마인드]를 내놓으며 [슈퍼배드]의 참신함은 반감되었고, 무엇보다도 [슈퍼배드]의 그루는 비록 악당이지만, 세 소녀와 함께 하며 개과천선을 합니다. 결국 출발점은 특별했지만 종착점은 기존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셈입니다. 

두번째는 그루의 부하인 미니언의 존재입니다. 노란 일체형 몸통을 가진 정체불명의 생명체 미니언은 [슈퍼배드] 개봉과 동시에 주인공인 그루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웅이가 [슈퍼배드]에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귀여운 미니언들의 예측이 불가한 우스꽝스러운 행동들이었습니다. 제작사인 일루미네이션은 이러한 미니언의 인기를 일찌감치 알아봤고, 그 결과 미니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핀오프 [미니언즈]로 대박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슈퍼배드]는 악당이 주인공이라는 점과 미니언 덕분에 세편의 시리즈와 한편의 스핀오프를 이어나가는 할리우드의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슈퍼배드]만이 가지고 있던 특별함에 대한 고민

 

[슈퍼배드 3]는 [슈퍼배드]가 가지고 있었던 두가지의 특별함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루는 [슈퍼배드]에서 악당으로 시작했지만 귀여운 세 소녀를 입양하며 개과천선했고, [슈퍼배드 2]에서는 아예 루시(크리스틴 위그)와 만나 악당퇴치연맹의 비밀요원이 되기도 합니다. 이는 더이상 그루가 악당이 아닌 오히려 악당을 무찌르는 착한 영웅이 되었음을 뜻합니다. 하지만 [슈퍼배드]의 특별함은 주인공이 악당임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악당이 아닌 그루는 더이상 특별하지 않은 셈입니다.

그렇다고 [슈퍼배드 2]에서부터 영웅으로 거듭난 그루를 다시 악당으로 되돌릴 명분도 부족합니다. 실제 그루는 거대한 다이아몬드를 노리는 악당 브래트(트레이 파커)를 놓쳤다는 이유로 악당퇴치연맹에서 쫓겨나고, 이에 미니언은 그루가 다시 악당이 되어 줄 것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세 아이의 아빠이고, 루시와 깊은 사랑에 빠진 그루가 영웅의 길을 버리고 악당의 길에 들어설 수는 없습니다. 결국 미니언은 악당이 되기를 거부한 그루에 실망하고 그의 곁을 떠나버립니다. 더이상 악당일 수 없는 그루. 이대로 [슈퍼배드]의 첫번째 특별함은 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슈퍼배드 3]가 내놓은 해결책은 그루의 쌍둥이 동생 드루(스티브 카렐)를 등장시키는 것입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형인 그루는 어머니와 동생인 드루는 아버지와 함께 살며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드루는 아버지를 잇는 최고의 악당이 되게 도와달라며 그루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드루와의 만남으로 악당 본능이 꿈틀대기 시작한 그루는 드루와 힘을 합쳐 브래트가 훔친 다이아몬드를 되찾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그루는 착한 영웅이, 드루는 악당으로 남습니다. 비록 그루가 악당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루의 분신과도 같은 쌍둥이 동생이 악당의 길로 접어들며 [슈퍼배드]만의 특별함을 일정부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영화가 미니언을 대하는 특별한 방법

 

자! 이제 남은 것은 [슈퍼배드]의 두번째 특별함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니언의 인기는 주인공인 그루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이를 반증하듯이 [슈퍼배드 3]의 국내 포스터는 그루와 드루가 아닌 미니언으로 꾸며져 있고, [슈퍼배드 3]가 개봉하기 전에 영화팬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던 예고편은 미니언이 감옥에서 벌인 활약을 담은 영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슈퍼배드 3]에 미니언을 전면에 내세울 수는 없습니다. 미니언은 엄연히 그루의 조력자일 뿐이니까요. 그렇다고 그루와 드루를 내세우기 위해 미니언의 매력을 애써 외면하기도 힘듭니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만 할까요?

[슈퍼배드 3]는 아주 똑똑한 해결책을 내놓습니다. 그것은 각자의 매력이 담긴 각각의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것입니다. [슈퍼배드 3]는 세개의 스토리로 진행됩니다. 그루와 드루의 이야기가 가장 기본적인 뼈대를 이루고,  유니콘을 찾아 떠나는 아그네스의 이야기와 그루와 결별을 선언한 미니언의 이야기가 독자적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특히 그루와 결별을 선언한 미니언의 이야기는 비록 분량은 적지만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작고 귀여운줄만 알았던 미니언이 감옥의 흉악범들을 제압하고, 감옥안의 실세 노릇을 하는 장면에서는 미니언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미니언은 영화의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그루와 드루를 도와 브래트의 음모를 막아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웁니다. 이로써 [수퍼배드 3]는 그루와 드루의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도 미니언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이중효과를 획득합니다.

 

 

 

난 늘 나쁜 아이였지.

 

시리즈 영화는 기본적으로 식구 늘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슈퍼배드]에서는 그루의 새로운 식구로 마고, 에디트, 아그네스가 합류했고, [슈퍼배드 2]에서는 루시가 그루의 새로운 짝이 되었습니다. [슈퍼배드 3]는 그루의 쌍둥이 동생 드루의 존재가 밝혀지며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그루의 식구는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주인공과 대적할 악당의 업그레이드도 시리즈 영화의 묘미입니다. [슈퍼배드]의 악당은 그루와 최고의 악당 경쟁을 벌이던 벡터였고, [슈퍼배드 2]에서는 세상을 지배하려는 야욕을 가진 에두아르도와 보라 미니언이 영화의 재미를 책임졌었습니다. 그렇다면 [슈퍼배드 3]에서는 어떤 악당이 우리를 즐겁게 할까요?

[슈퍼배드 3]의 악당인 브래트는 굉장히 의미심장합니다. 아역 탈랜트였던 그는 꼬마 악당의 활약을 그렸던 TV시리즈에서 큰 인기를 얻습니다. 하지만 성장함에 따라 인기 하락을 경험한 그는 TV속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스스로 최악의 악당이 되기를 자처합니다. 어쩌면 최악의 악당이 되겠다며 달을 훔칠 계획을 세웠던 [슈퍼배드]의 그루와 비슷한 악당 컴플렉스를 가진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래트가 자신의 구호로 삼고 있는 "난 늘 나쁜 아이였지."는 비단 브래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악당 본능이 꿈틀대는 구르 역시 늘 나쁜 아이였으니까요.

브래트와 맞서 할리우드를 구하는 그루의 활약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드루와 함께 브래트에 맞서 싸우며 그루는 악당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납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나오는 악당이 된 드루와 티격태격 싸우는 그루의 모습은 그렇기에 깨알 재미를 안겨줍니다. 이렇게 한 여름밤 저와 웅이의 행복한 극장 데이트는 막을 내렸습니다. 다음 주말을 기약하며...

 

  2013년 [슈퍼배드 2]를 보며 웅이가 더 크기 전에 3편이 빨리 나오라고 기도했었다.

이젠 웅이가 더 크기 전에 4편이 빨리 나오라고 기도해야겠다.

과연 고등학생이 된 웅이는 나와 함께 [슈퍼배드 4]를 봐줄까?

나는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영원히 애니메이션을 사랑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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