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영화의 공세속에서도 당당히 살아남아 많은 이들을 힐링시켜준 음악영화...'비긴어게인'

무한도전 400회 특집의 타이틀이 되기도 했던 그 제목이다.

내게 음악영화라고 하면 가스펠 음악으로 가득했던 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시스터 액트'나

줄리 앤드류스가 주연을 맡아 고운 목소리를 뽐내주었던 고전 명작 '사운드 오브 뮤직'이 대표적이었다.

영화에 있어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크다고 봐야 한다.

영화 음악이 없다면 영화 속의 스펙터클한 장면을 더욱 더 장엄하게 살릴 수 없을 것이며,

주인공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을 속삭이는 부분도 2% 이상 부족할 것이며,

섬뜩한 장면을 앞두고서도 그냥 밍숭맹숭함을 느낄 정도로... 음악의 비중이 크다.

영화제 시상식에서도 영화 음악 분야에 대한 수상이 빠지지 않는 이유도 그런 것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좋은 음악도 중요하지만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이 영화 '비긴어게인'은 영화적 완성도를 위한 부수적인 차원으로서의 영화음악을 넣은 것이 아닌...

음악에 더 큰 비중을 두고 만들어 낸 힐링무비가 아닌가 생각한다.

2014년의 시작에 있어 'Let it go'의 열풍이 얼마나 거세게 불었는지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제대로 발음도 안 되는 귀여운 목소리로 레리고~ 레리고~ 를 외쳤고...

국내 가수들 중 가창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여가수들도 너나 할 것없이 렛잇고를 열창했었다.

폭발적인 성대 포텐을 터트리며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는 '겨울왕국'의 주제가 Let it go와

이 영화 '비긴어게인'의 전반을 이루는 영화음악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어떻게 들으면 그냥 잔잔하게 지루하게 흘러갈 수 있는 영화음악들...

일렉트로닉적인 요소도 없고 3단 고음 내면서 질러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닌 조용하게 울리는 음악들.

비 오는 날 침잠하는 듯한 기분이나 봄날 느긋하니 햇볕 쬐는 나른함을 느끼게 하는 영화음악들이

영화의 전반을 이루면서 힐링시켜주는 영화... 바로 '비긴어게인'이었다.

이와 비슷한 종류의 음악영화로 '원스'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비긴 어게인'은 바로 영화 '원스'의 존 카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원스'를 통해 느낀 감성을 '비긴 어게인'을 통해 다시 한 번 터트리고자 하는 것이 감독의 작품의도였을까?

나에게는 어벤져스의 헐크로 익숙한 배우 마크 러팔로가 무능력한 제작자로 전락한 프로듀서 '댄' 역을,

오만과 편견의 고집쟁이 둘째 딸 엘리자베스역을 맡았던 키이라 나이틀리가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한 싱어송라이터 '그레타'역을 맡았다.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톱가수들도 이 작품에서 열연을 하였다.

마룬파이브의 멤버 애덤 리바인, 씨 로 그린, 모스 데프와 같은 뮤지션들의 참여로 영화의 음악감성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아내의 배신과 알코올 과다 섭취로 한 때는 이름값 좀 날린 프로듀서와 성공한 남자친구따라 뉴욕 왔다가 딴 여자에게 남자친구 뺏긴 인기없는 싱어송라이터가 의기투합하여 제대로 된 스폰서도 없이 뉴욕의 거리를 배경삼아 밴드를 결성하여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영화의 중심축을 이루는 프로듀서 댄과 싱어송라이터 그레타는 각자 상처를 가지고 뉴욕이라는 대형도시의 좁은 공간에서 자신의 꿈과 내면까지도 누군가 들어올 틈 없이 좁게 만들며 살아가다...

우연한 만남으로 인해 자신들이 꿈꾸어 왔던 음악의 세계를 공감하고 그들만의 팀을 이루어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음악으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다.

영화 초반에 댄의 딸이 아빠에 대한 엄마의 표현으로 '루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그 단어 그대로, 현 시대를 살아가는 루저인 두 사람이 만나 아직까지 빛을 보지 못한 보석들을 찾아 거리의 밴드를 결성하여 자신들의 음악을 하는 것 함께 하는 음악과 거리를 통해 그들은 소통하고 공감함으로써 그들만의 음악 세계에서 힐링하는 것...

뉴욕이라는 미국의 거대 도시는 힐링의 이미지보다는 첨단화된 테크니컬하고 패셔너블하며 성공한 사람들을 위한 도시라는 느낌을 강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몰라도 내가 보는 뉴욕의 겉면은 그렇다. 그런 뉴욕을 배경으로 이런 감성을 느끼게 하는 것 자체가 이 영화의 놀라운 힘 중에 하나이다.

뉴욕 안의 어딘가에 발다닥이 시커멓게 되는 좁은 아파트도, 맥주 1병 값을 내지도 못하는 알코올킬러 프로듀서도, 남자친구 하나보고 상경한 시골뜨기도 있다는 것을 화려한 뉴욕이라는 도시의 겉면만 본다면 알 수 없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 본다면 어쩌면 내 처지와 비슷한 사람들이 더 많은.. 성공한 1% 보다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99%가 더 많은 곳, 그 곳이 뉴욕이며 그 99%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음악을 '비긴 어게인'은 들려주고 있는 것 같다.

극적인 갈등으로 인한 파괴적인 복수나 외계 생명체의 출현이라던나 주변의 극구 반대에도 서로를 향한 사랑에 갈망하는 연인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꿈을 향한 노래가 잔잔히 흘러가는 '비긴 어게인'

어쩌면 지루할 법도 하지만... 평범한 99%를 위한 '비긴 어게인'이 치유의 음악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