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선교를 떠난 ‘페레이라’ 신부(리암 니슨)의 실종 소식을 들은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와 ‘가르페’(아담 드라이버) 신부는 사라진 스승을 찾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본으로 떠난다.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한창인 그 곳에서, 두 신부는 어렵게 믿음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생각보다 훨씬 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두 신부는 고통과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침묵하는 신을 원망하며 온전한 믿음마저 흔들리게 되는데…“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32613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32612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32587

참고 : http://www.djuna.kr/xe/review/13194538

현 시대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범람한다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시네마도

새로운 것은 없다

언어 역시도

어디에 진실이 있나

이 작품 속의 주인공처럼 모든 것을 벗어던진 후에야 진실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마틴 스콜세지 - 

고통

고민

괴로움

혼란

죄책감

죄의식

번뇌

울부짖음

탄식

마틴 스콜세지의 ‘사일런스’를 보면서 좋은 기분으로 보게 되지도 못하고 종교적 감동과 같은 느낌을 얻지도 못했지만 2시간 40분 정도의 상영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흐트러짐 없이 영화가 전달하려고 하는 힘을 잃지 않고 있다.

영화가 보여주려고 하는 괴로운 울부짖음에 눈을 돌리고 싶지만 돌리지 못하게 된다. 그럴 수 없었다.

이 안식 없는 고통으로 가득한 영화를 굳이 보게 된 이유는 특별히 없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던 영화도 아니었고 그저 이 영화가 최근에 발표한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들 중 가장 인상적이라는 말을 들었었고, 작품의 완성도가 흠잡을 것 없는 완성이라는 의견이 많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보게 되었다.

이렇게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영화라는 것을 알았다면 보려고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정말 보기 어려운 영화였다.

끊임없이 고통 속에서 물음을 남기지만 대답은 들려지지 않고 괴로움만 커져가는 영화였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 답을 찾기는 하지만 (혹은 고통 속에서 목숨을 잃지만) 그 해답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렇다 저렇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각자가 자신들만의 결론을 찾아가게 되는 과정이 어땠는지를 보여줄 뿐 그 대답에 대해서는 알아서 판단해야 할 것 같다. 다만, 그 과정을 알게 된 이상 그 선택(들)에 대해서 쉽게 말이 꺼내지진 않는다.

죄책감이든 스스로 정당화하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책임감 속에서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부끄럽게 생각하든 그렇지 않게 생각하든 변명을 하든 어떻든 누군가를 배신하고 배반하기도 했을 것이고 스스로를 원망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런 여러 모습들에 대해서 뭐라 말을 꺼내기가 머뭇거려진다.

다만 누군가에게 교활한 행동을 하는 모습에서 그 이유는 충분히 알지만 그래야만 했던 것인가? 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게 된다. 아직은 그것까지 받아들이진 못하겠다.

‘사일런스’는 신념과 믿음 그리고 신앙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하고 반대로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종교 영화라고 말한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게만 볼 필요 없는, 폭넓은 의미에서 신념과 믿음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는 영화였고 단지 종교와 믿음, 박해와 배교로서만 생각하기를 넘어서 여러 생각들이 가능한 영화였다.

종교 영화로서만이 아닌 영화이기 때문에 더욱 인상적이었고 볼만한 영화였다.

단순하게 종교적으로만 읽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읽어내지 않더라도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것들이 많은 영화였다.

엔도 슈사쿠라는 작가의 원작을 토대로 한 영화지만 원작을 읽어보진 못했기 때문에(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고 싶기는 하지만 아직은 그 괴로움을 다시 경험하고 싶진 않다) 원작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널리 알려진 작가이고 원작 소설인 ‘침묵’ 또한 (국내에서 쉽게 구해볼 수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고 들어서 아주 다르게 영화로 만들어졌으리라 생각되진 않는다.

마틴 스콜세지와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영화가 썩 어울리진 않게 느껴지지만 그의 길고 긴 경력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과 같은 종교적인 논쟁을 만들었던 영화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하지 않은 영화이기도 하다.

간단하게 말해서는 17세기 일본 더 정확하게 말해서는 1633년 이전 어딘가에서 시작해서 18세기 전후 어딘가의 시점에서 끝맺고 있는 ‘사일런스’는 종교박해가 극심하던 시기의 일본에서 종교와 신앙을 갖고 있는 이들이 어떤 식으로 박해를 받았으며 그 박해 속에서 믿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이들이 어떤 식으로 믿음을 지켜나갈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면서 ‘사일런스’는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자신에게 종교의 세계로 안내한 스승 페레이라 신부에 대한 생사를 확인하고 만약 살아 있다면 찾기 위해서 일본으로 향한 2명의 신부는 가혹한 박해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가는 상황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깊은 모습에 감동받으면서도 그 혹독한 박해에 함께 괴로워하고 그들 모두의 믿음 또한 조금씩 흔들려지게 된다.

스승의 생사를 확인하고 찾으려는 노력도 기울이지만 그보다는 종교와 믿음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이들과 함께하려고 하지만 점점 목숨을 잃고 신앙을 잃는 사람들은 늘어가고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로드리게스 신부 또한 죽음을 각오하기 보다는 살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으로 인해서 죽어가는 이들을 살릴 수 있는 기회 때문에 변명과 죄책감 그리고 수치심 속에서 종교와 신앙을 버리게 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훼손되어 허탈하게 남은 삶을 살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조금씩 홀로 마음속으로 신앙이라는 것이 종교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아주 살짝 그 대답을 엿보게 해준다.

갈등과 고통은 최대한 강하게 다루면서 화해의 과정은 간략하고 되도록 생략하면서 보여준다.

‘사일런스’는 가장 절박하고 절실할 때 신을 찾고 대답을 갈구하지만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 없고 들려지지 않는 대답을 기다리면서 결국 스스로 생각해내야 할 때 그 누구도 없이 오로지 자신만이 남겨지게 되었을 때의 괴로움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종교와 믿음과 신앙을 버리게 되는 과정은 지나칠 정도로 혹독하고 보기 힘들기만 한 모습들이라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괴롭고 신앙이라는 것 믿음이라는 것 종교라는 것에 대해서 여러 생각들을 하도록 만든다.

그 고난을 겪으면서 무언가를 잃기도 하고 반대로 무언가를 지켜내기도 하지만 과연 그 모든 것들을 어떤 식으로 생각할 수 있을지 무너진 마음으로 지친 기분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사일런스’는 보는 과정도 힘들고 괴로웠지만 본 다음에도 개운함을 느낄 수 없이 그저 물음만이 남는 영화였다.

어떤 식으로도 쉽사리 말할 수 없을 영화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렵고 불편함을 느낀다. 나라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에 어떤 말도 꺼내기 싫어지게 된다. 당연히 부끄러운 대답을 하게 될 것이니까.

종교와 신앙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좀 더 깊이 있는 얘기들이 가능할 것이고 그 당시의 역사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 많은 것들을 말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종교와 믿음과 같은 것에 기본적으로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인지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도 무언가를 말하기에는 조심스럽기만 하다.

믿음과 신앙 그리고 신념

절대적인 고통과 고난

종교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

목숨을 위해 종교를 버리는 사람들

종교를 버리도록 강요하고 시험에 빠져들도록 하는 사람들

울부짖음과 탄식 그리고 들려지지 않는 신의 목소리

삶 속에서 무언가를 잃지 않으려고 하지만 잃게 되고 잃도록 만드는 경험을 겪으면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사일런스’의 등장인물들이 겪는 경우처럼 가혹하고 절망적인 상황을 경험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경우가 있어도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만)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을 혹은 생각하게 되는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사일런스’를 보면서 나라면 어땠을까? 라는 무거운 질문 앞에 계속해서 서성거리고 그 질문 앞에 내몰려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피하고 싶어질 뿐이고 괴로움 속에서 대답을 목구멍 안으로 삼켜내기만 한다. 자신이 없어지고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나라면 더 못난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는 대답을 어쩔 수 없이 말하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믿음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목숨을 잃으면서 지켜낸다는 것은 무엇일까? 반대로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서 버려가는 것들은 무엇일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러면서 갖고 있는 신앙과 신념과 종교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

대답은 망설여지고 어떤 식으로 어떤 대답도 곤혹스러워진다.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지만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결국 그 끝없는 질문과 고민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잃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는 어색한 대답만 남겨지게 된다.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얘기하고 싶어지고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고 싶은 영화였다. 다만 묻고는 싶지만 어떤 것도 말하고 싶지는 않은 영화였다. 무슨 말을 하기 보다는 생각에 잠기게 되는 영화였다.

어떤 식으로든 설명하고 싶어지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어떤 식으로도 설명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내 능력과 수준으로서는 아무런 말도 꺼내고 싶지 않다.

마틴 스콜세지가 만들어냈으니 이런 완성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영화감독이라면 만들어낼 엄두도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순교자라는 것에 대해서

배교자라는 것에 대해서

단순하게 생각하고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날카롭게 후벼 파고 있다. 

여러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참고 : 아주 악의적으로 생각한다면 종교적 박해가 있어왔던 경우는 수많은 곳들에서 있었지만 그것을 어느 정도 막아낸 경우는 일본만이 (거의) 유일하진 않았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들이 무척 지독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섬나라라는 폐쇄성과 그 당시에도 있었던 천황제에 대한 맹목성과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천황제를 통한) 이용을 위한 종교박해였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지금 상황에서는 일본에서의 기독교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리고 박해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었는지도. 물론, 한국에서의 기독교에 대해서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사람으로서 꺼낼 말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