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창업의 성공 - 리더의 역할
리더의 역할
오가다를 경영하면서 나는 단순히 대표라는 자리가 아닌 리더의 자질, 그리고 나만의 리더십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그 결과 얻은 나름의 답은 ‘리더란, 구성원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김 대리는 우리 회사의 비전이 뭐라고 생각해요?”
“아, 그게…. 고객이 우리 차를 마시고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뭐 그런….”
오가다는 창업한 지 8년이 지나는 동안 회사의 규모와 더불어 직원들도 크게 늘어났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규모가 커질수록 회사의 비전과 철학에 대한 공감과 공유의 고리가 약해지는 듯했다. 나는 우리 회사가 왜 전재하는지, 우리 회사는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철학이 없는 회사는 없다. 다만 그것이 모두의 뜻을 담아 하나로 잘 정립되어 있든지, 그렇지 않든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오가다 역시 ‘세계 최고 품질의 건강 음료와 정성이 깃든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한다’라는 비전이 있었다. 그런데 너무나 상투적인 문구인 데다 개념도 모호해 이래서는 직원들의 머리나 마음에 남을 리가 없었다. 사업을 시작할 땐 거의 모든 것을 혼자 구상하고 준비했기에 그저 내가 세상에 던지고 싶은 화두를 혼자 정의하고 이야기하면 됐다. 그런데 8년이 지나는 동안 본사 직원만도 50여 명으로 늘고, 직영점과 가맹점만 해도 100개로 늘었다. 이젠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된 것이다. 그러니 오가다의 철학과 비전 역시 그들 모두의 목소리를 함축적으로 담아낸 것이어야 했다. 특히 ‘건강’과 ‘행복’에 대한 오가다만의 분명한 정의가 필요했다.
“김 대리는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세요?”
“음, 회사 일도 술술 잘 풀리고 아내와도 오순도순 깨 볶을 때겠죠.”
“한 과장은 언제 건강하다고 느끼세요?”
“전 주중엔 회사에서, 주말엔 가족과 함께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제 모습을 보며 건강하다고 느껴요.”
나는 오가다만의 철학과 비전을 세우기 위해 직원들 한 명 한 명과 식사를 하며 그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했다. 그뿐 아니다. 전국의 가맹점을 돌며 점주님들과 심층적으로 면담을 했고, 점주님들의 목소리를 오가다의 철학과 비전에 담아내려고 했다. ‘건강’과 ‘행복’이 추상적인 개념인 만큼 정말 다양한 답이 나왔는데, 그 이야기들을 모아보니 분명한 하나의 단어로 집약되었다. 다름 아닌 ‘조화’였다. 결국 건강과 행복은 내 삶이 조화롭게 흘러갈 때 느껴지는 감정인 것이다. 나는 구성원들의 뜻을 모아 초점을 ‘조화’에 두고 ‘a life in harmony’를 오가다의 새로운 미션으로 정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무수한 것이 오간다. 사람이 오가고, 기회가 오가고, 성공과 실패가 오가고, 끊임없이 무엇인가가 오간다. 잠시라도 넋을 놓고 있거나 성공에 도취되어 있으면 어느 순간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위기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그 호흡은 강요나 지시로는 맞춰질 수 없다. 공감할 수 있는 비전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철학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있으면 어려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단호히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기업이 단기적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데도 유리하다.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그 회사만의 철학은 반드시 있다. 그럼에도 철학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그것이 정제된 언어로 표현되어 있지 않거나 구성원들과 공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비전은 위로부터 강요된 텅 빈 구호가 아닌 내부에서 솟아나온, 모든 구성원의 마음이 모인 알맹이여야 한다. 이런 비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을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이 곧 리더의 역할이다.
리더는 선두에 서서 손가락 하나로 방향을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는 조직의 한가운데서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으고 그것을 바탕으로 결정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해 가장 먼저, 가장 마지막까지 기꺼이 책임지는 사람이다.
